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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어떻게 습관으로 변화하는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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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어떻게 습관으로 변화하는가

siliconvalleystudent 2022. 11. 4. 04:22

 대중적으로 알려진 개념 중 과학적으로 틀린 것을 꼽자면 흔히들 말하는 도파민과 기쁨의 연관성이 단연 1등일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도파민과 기쁨 사이의 연관성은 충분히 타당하다. 동물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자신의 도파민 시스템을 스스로 자극하는 것을 보면 그 행위가 즐거워서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가끔은 당연한 답이 오답이 되기도 한다. 두뇌의 신경화학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지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얻은 중대한 발견에 따르면 도파민은 약물 사용으로 나타나는 즐거운 감각에 '직접적으로' 관련하지 않는다. 대신 도파민의 역할은 동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신경 과학자인 켄트 베리지의 표현에 따르면 '행복'보다는 '욕망'에 말이다.

 

 코네티컷 대학의 신경 과학자인 존 살라몬은 쥐의 동기를 연구하는 데 커리어를 바쳤다. 실질적으로는 쥐들의 뇌 화학 구조를 조작해 게으르게 만드는 연구다. 그러기 위해 그는 쥐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접근할 수 있는 소량의 먹이와 철조망을 올라야만 접근할 수 있는 다량의 먹이를 선택할 수 있는 실험 환경을 꾸몄다. 선택권이 주어지면 평범한 쥐의 경우, 거의 항상 철조망을 올라가 더 많은 먹이를 얻으려고 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살라몬과 그의 동료들은 도파민 개입이 벌어지면 쥐들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소량의 먹이를 선택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도파민이 손상된 쥐가 철조망을 오를 수 없어서가 아니다.철조망을 올라 먹이를 구하는 쪽과 아무런 먹이도 주어지지 않는 쪽을 택해야 한다면 쥐들은 분명 먹이를 얻기 위해 철조망을 오를 것이다. 도파민 개입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욕'을 저하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도파민의 역할이 '유인적 현저성'에 있다고 주장한 신경 과학자 켄트 베리지와 테리 로빈슨의 아이디어와 일치한다. 즉, 도파민은 유기체가 보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다 유기체가 이 세계에서 어떠한 보상을 얼마나 '원하는지', 또 그것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할지에 대한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제6장에서 보게 되겠지만 이 개념은 중독에서 나타나는 행동 변화의 일부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된다.

 

 동기에서 도파민이 수행하는 역할의 복잡한 특징 하나는 두뇌 전반에 걸쳐 분비되는 도파민이 어느 영역에서 인풋을 받느냐에 따라 다른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선조체의 운동 영역에 도파민을 차단하면 파킨슨병을 앓는 사람들의 운동성이 저하되듯이 동물의 신체적 활동 수준이 떨어진다. 유인적 동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측좌핵(선조체의 영역으로 감정에 관련한 뇌의 다른 부분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의 도파민 수용체지만 그 역할이 복잡하다. 측좌핵의 도파민을 차단해도 먹이에 대한 기본적인 식욕이나 먹이를 먹으며 얻는 즐거움에 지장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먹이를 얻기 위해 필요한 일을 수행하거나 더 많은 먹이를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쏟는 의욕에는 지장이 생긴다.

 

 도파민이 동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보상의 즐거움은 오피오이드(헤로인과 같은 아편제 약물의 표적)와 카나비노이드(대마초 유효성분의 표적)와 같은 두뇌 속 다른 신경전달물질에서 신호를 받은 결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유명한 증거는 켄트 베리지의 연구에서 나왔다. 그는 두뇌 속 도파민 또는 오피오이드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한 후 쥐들이 보이는 '쾌락적 반응'(입술을 핥거나 단 음식을 향해 발을 내밀거나 쓴맛이 나는 먹이에 고개를 젓는 등의)을 연구했다. 도파민을 차단했을 때는 쾌락적 반응의 표현이 줄어들지 않은 반면, 오피오이드 신경전달 물질을 차단했을 때는 반응이 줄어들었다. 이 결과는 오피오이드의 전달을 차단하는 물질이자 알코올중독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날트렉손의 효과를 다룬 수많은 보고서의 내용과 일치한다. 성관계부터 도박, 암페타민 투여까지 여러 측면에서 날트렉손의 효과를 검사한 연구들 역시 해당 약물이 이러한 행위를 통해 경험하는 기쁨을 저하시킨다고 밝혔다.

 

러셀 폴드랙. (2022). 습관의 알고리즘 (신솔잎,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