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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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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siliconvalleystudent 2022. 11. 4. 00:18

Dopamine

도파민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 같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베서니 브룩셔는 2013년 블로그 포스트에 이 사실을 멋진 글로 표현했다.

사람들이 '화학물질로 넘쳐난다'고 즐겨 표현하는 두뇌에서 항상 한 가지 화학물질이 유독 눈에 띈다. 바로 도파민이다. 우리의 가장 사악한 행동과 비밀스런 갈망 일체의 이면에 자리한 분자이다. 도파민은 사랑이다. 도파민은 욕망이다. 도파민은 동기다. 도파민은 관심이다. 도파민은 페미니즘이다. 도파민은 중독이다. 나의, 도파민은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다.

많은 대중매체에서 도파민에 대한 글을 아마도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매체가 가장 좋아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도파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체에서 '기쁨의 화학물질'이자 사랑부터 중독까지 모든 일에 관여하는 물질로 자주 소개되지만, 이는 도파민이 두뇌에서 행하는 수많은 복잡한 역할을 잘못 설명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보게 되겠지만 도파민은 좋은 그리고 나쁜 습관 발달의 핵심이 되는 화학물질이다.



우선 도파민이 어디에서 생성되고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살펴보자. 뇌 속 도파민의 대부분은 두뇌 중앙에 위치한 두 개의 작은 핵에서 생성된다. 흑질(정확히 말하면 치밀부라는 부분)과 복측 피개부다. 이 뉴런들은 두뇌의 대부분에 투사하지만 기저핵을 향한 투사가 특히나 강하다. 두뇌의 도파민 뉴런 수는 인간의 경우 약 60만 개로 아주 적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행사하는 대단한 영향력과는 모순되는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도파민은 신경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다시 말하면 도파민이 영향을 미치는 뉴런에 직접적으로 흥분이나 억제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보다는 뉴런에 전해지는 다른 흥분성 또는 억제성 인풋의 효과를 '조절하는' 쪽에 가깝다. 기타 앰프에 달린 음량 조절기를 생각해보면 된다. 앰프의 음량 조절기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기타 소리의 세기를 조절하는 식이다. 이후 보게 되겠지만 도파민은 경험에 의해 두뇌 속에 벌어지는 변화들, 신경 과학자들이 말하는 가소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도파민의 또 한 가지 까다로운 면은 뉴런에 존재하는 도파민 수용체에 다양한 유형이 있다는 점이다. D형 수용체로 알려진 어떤 수용체는 자신이 존재하는 뉴런의 흥분성을 증가시키는(즉, 음량을 높이는) 효과를 지닌 반면, 다른 수용체(D형 수용체)는 해당 뉴런의 흥분성을 저하시키는(즉, 음량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각각의 뉴런들은 이 두 가지 유형의 도파민 수용체 중 단 하나만을 발현하는, 즉 이 수용체를 만들어 세포의 표면으로 가져다 놓는 경향이 있다. 직접 경로와 간접 경로에서의 중간돌기뉴런에 대한 여러 연구들을 통해 직접 경로에서는 뉴런들이 주로 D₁형 도파민 수용체를 발현하는 반면, 간접 경로에서는 보통 D형 도파민 수용체를 발현하는 것이 드러났다. 이러한 구분은 수년간 논쟁의 대상이었지만, 광유전학이라는 새로운 신경과학 기법이 강력한 증거를 제공했다.

알렉사이 크라비츠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아나톨 크레이처의 획기적인 연구에서는 생쥐를 대상으로 광유전학을 이용해 D형 또는 D형 도파민 수용체를 발현하는 선조체 뉴런을 활성화시켰다. 그렇게 기저핵의 두 경로에서 도파민 수용체 유형의 매핑을 검사했고, 이 뉴런의 활성화가 동물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D형 수용체가 있는 선조체 뉴런은 직접 경로를 향하고 이 뉴런을 활성화시킬 때 동물의 활동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크라비츠와 크레이처가 D형 도파민 수용체를 발현하는 뉴런을 자극하자, 동물들이 케이지 안에서 돌아다니는 시간이 더 늘어났고,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이 뉴런이 대뇌피질 내 활동성을 증가시킨다는 개념과 일치하는 결과였다. 두 사람이 D형 수용체를 발현하는 뉴런을 자극했을 때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쥐들이 제자리에 굳은 채로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늘었고, 케이지 안을 돌아다니는 시간은 줄었다. 이러한 결과는 서로 다른 유형의 뉴런이 행동을 유발 또는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했다.

이러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이제 왜 헌팅턴병에 걸리면 걷잡을 수 없이 몸을 움직이는 특유의 증상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다. 완벽히 파악하지 못한 이유들로 인해 헌팅턴병은 직접 경로의 뉴런에 손상을 가하기 전에 간접 경로의 뉴런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건강한 두뇌의 경우 신체 움직임이 간접 경로에서 억제되지만, 헌팅턴병에 걸린 사람들의 뇌에서는 이 경로가 손상되어 직접 경로로 균형이 더 기울고, 이것이 통제 불가능하게 움직이는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그 원인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헌팅턴병보다 더욱 보편적인 신경학적 장애인 파킨슨병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파킨슨병의 증상은 헌팅턴병과는 정반대인 면이 있다. 바로 느린 움직임, 자세 경직, 떨림이다. 파킨슨병은 흑질에서 도파민 뉴런이 퇴화되어 생기는 질병이다. 도파민 뉴런의 소실로 뇌에 도파민이 결핍되고, D₂ 유사 수용체를 통해 간접 경로 뉴런의 활동을 억제하는 도파민이 결핍되어 간접 경로에서 활동성이 상대적으로 증가한다. 이와 반대로 도파민 결핍은 직접 경로에서의 활동성 저하로 이어진다. 도파민이 D₁ 유사 수용체로 직접 경로 뉴런의 활동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질병은 두뇌가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해 두 개의 경로가 얼마나 섬세하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러셀 폴드랙. (2022). 습관의 알고리즘 (신솔잎,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