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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성격이 달라진 사람들

siliconvalleystudent 2022. 11. 13. 09:00

두뇌의 영역이 정신 기능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해당 영역이 손상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전두엽 손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아마도 피니어스 게이지일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1848년 9월 14일 버몬트 주 러들로 지역 신문인 <프리 소일 유니언>에서 처음 알려졌다.

끔찍한 사고-어제 캐번디쉬[버몬트 주]에서 철도 현장 감독인 피니어스 게이지가 폭파를 위해 화약을 다져 넣던 중 화약이 폭발하며 당시 그가 사용하고 있던 지름 3센티미터, 길이 111센티미터 쇠막대 도구가 그의 머리를 관통했다. 쇠막대는 얼굴 측면으로 들어가 위턱을 부수고 왼쪽 눈을 지나 정수리로 나왔다. 이 음울한 사건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그가 정신이 온전한 채로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않고 오늘 오후 2시까지도 생존해 있다는 것이다.

쇠막대는 게이지의 얼굴과 두개골에 굉장한 손상을 주었는데, 이 일이 현대 수술 기술, 항생제, 진통제가 등장하기 이전에 벌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는 의사인 존 할로우의 기민한 처치로 뒤따른 여러 차례의 감염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고, 몇 개월이 흐른 후에는 몇몇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는 평범하게 말하고 걷는 듯 보였지만 그러나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부상을 입기 전 그는 하청업자가 고용한 감독들 가운데 '가장 능률적이고 유능한 감독 중 한 명'이자 '상황 판단이 빠르고 영리한 비즈니스맨'으로 '정열적이고 꾸준하게 자신이 계획한 바를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다. 의사 할로우는 '머리를 관통한 쇠막대가 낸 길에서의 회복'이라는 지극히 사무적인 제목이 후기 보고서에서 게이지의 행동이 사고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 설명했다.

그는 지능과 동물적 성향 사이의 균형이 파괴된 것처럼 보인다. 한 번씩 끔찍할 정도의 저속한 말을 발작적으로 내뱉고(이전에는 이런 습관이 없었다), 동료들에게 존중을 보이지 않으며, 자신의 욕망과 상충하는 규제나 조언을 견디지 못하고, 가끔씩 집요할 정도로 고집을 부리다가도 변덕스럽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잔뜩 세우지만 이를 준비하기도 전에 더욱 매력적인 계획이 나타나면 기존의 계획을 버렸다. (...) 이런 면에서 그의 정신이 근본적으로 변했고 그의 친구들과 지인들이 '예전의 게이지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분명하게 달라졌다.


몇몇 저자들은, 특히 멜버른 대학의 말콤 맥밀런은 게이지가 사고를 당했던 1848년부터 사망한 해인 1860년까지 여러 가지 일을 계속했던 사실을 미루어 할로우와 다른 이들이 게이지의 장애를 과장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어찌 됐건 부상을 당한 이후 그의 성격 상당 부분이 변했던 것은 분명하고, 이는 전두엽 손상이 정신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단히 놀라운 사례로 남았다.

전두엽 손상 후 탈억제적 행동과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이와 굉장히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1940년대와 1950년대 우울증 또는 조현병 같은 주요 정신 질환의 흔한 치료법이었던 전두엽 절제술은 전전두피질과 뇌의 다른 부분과의 연결을 외과적으로 끊어내는 수술이다. 전전두피질을 두뇌에서 없애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전두엽 절제술의 가장 유명한 사례는 미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여동생이다. 로즈메리는 지적 장애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았고, 불같이 화를 낼 때가 많았을 뿐 아니라 간질 발작으로 보이는 증상도 자주 있었다. 당시는 정신의학 약물이 생기기 전이었고, 다른 치료법이 없었던 만큼 케네디 일가는 로즈메리가 스물세 살 때 전두엽 절제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수술 후 로즈메리는 완전히 쇠약해졌고 걷고 말하는 능력을 잃었으며 남은 평생 동안을 보호 시설에서 지내야 했다.

전두엽 손상이 성격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가장 상세한 연구 중 몇몇은 대니얼 트라넬과 아이오와 대학의 동료들이 진행한 것이었다. 트라멜이 책임자로 있는 아이오와 신경학적 환자 연구소는 아이오와 대학 병원에서 뇌 손상이나 뇌 장애로 치료받은 적 있는 환자들을 40년 가까이 모집하고 추적해왔다. 이 환자들은 개별적으로 조사 연구에 참여해 달라는 연락을 주기적으로 받고, 그 데이터베이스의 규모는(현재 3,500명 이상이다) 뇌 손상 영향에 대한 연구에 있어 유일무이한 자원이 되었다. 이 기관에 속한 194명을 조사해 뇌 손상에 따른 성격 변화의 유형을 평가한 연구가 2018년에 출판되었다. 뇌 전체에 걸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을 조사한 연구진은 이들의 절반 이상이 성격에 어느 정도 변화가 생겼고, 그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났음을 발견했다. 가장 공통적인 영향은 사회적, 정서적 기능 장애로, 피니어스 게이지에게서 발견된 증상과 유사했다. 또 다른 공통적인 영향은 '집행 장애'로, 판단력 결여, 우유부단함, 사회적 부적절성을 포함해 다양한 증상을 보였다. 또 다른 집단은 로즈메리 케네디의 사례에서 관찰된 증상과 유사한 무관심, 사회적 위축, 체력 또는 에너지 저하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몇몇 환자들은 정서적 고통과 불안 징후를 보였다.

흥미롭게도 전두엽 손상이 성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이오와 연구소의 환자 9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또 다른 연구에서 마시 킹과 트라넬, 동료들은 환자들의 친척 또는 친구에게 환자의 뇌 손상 이전과 이후의 성격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소 놀랍게도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전에 비해 뇌 손상 이후 성격의 어떤 측면이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전두엽의 가장 앞쪽 부위에 손상을 입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중 한 사례를 살펴보면 한 여성 환자는 전두엽 종양 수술을 받기 전 매우 짜증을 잘 내고 직설적이었으며 남편에게서 '단호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수술 후에는 훨씬 행복해졌고, 온화해졌으며, 남편 역시 그녀가 예전과 다르게 자주 웃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환자는 뇌동맥류가 생기기 전에는 화를 잘 내고, 일에 대해 자주 불만을 늘어놓고, 딸에게 신경질적으로 대했으며 아내는 그를 '무기력하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전전두피질 일부에 손상을 일으킨 뇌동맥류가 생긴 이후 그는 훨씬 느긋해졌고, 만족할 줄 알게 되었으며, 그와 아내 모두 이러한 성격의 변화를 긍정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결과들은 성격의 가장 심오한 측면이, 심지어 그리 좋지 않은 면도 전두엽의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러셀 폴드랙. (2022). 습관의 알고리즘 (신솔잎,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