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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왜곡 본문

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시간 왜곡

siliconvalleystudent 2022. 11. 21. 19:19

시간 굴곡


우리가 숙고하는 경우가 드문 실재의 측면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우리 뇌의 시간 경험이 퍽 이상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특정한 상황들에서 우리의 실재는 더 느리거나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나는 여덟 살 때 지붕에서 떨어진 적이 있는데, 낙하하는 동안 아주 긴 시간이 흘러가는 것처럼 느꼈다. 나중에 고등학교에서 물리학을 배웠을 때, 그 낙하 시간이 실제로 얼마나 길었는지 계산해보았다. 알고 보니 0.8초에 불과했다. 그리하여 나는 중대한 의문을 품었다. 왜 나는 그 시간을 그토록 길게 느꼈을까? 그리고 그 경험이 우리의 실재 지각에 대해서 알려주는 바는 무엇일까?


터권. (2016.06.28). 윙슈트 짜릿한 동영상 [비디오파일]. 검색경로 https://youtu.be/H-VEvrkz4_c

직업적인 윙슈트wingsuit 비행가 젭 콜리스Jeb Corliss는 산악지대 상공에서 시간 왜곡을 경험했다. 최초 계기는 그가 이미 감행한 특별한 점프였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기로 결정했다. 비행하면서 몸으로 풍선들을 치고 지나가기로 말이다. 젭은 이렇게 회고한다. "돌출한 바위에 묶여있는 풍선들을 향해 접근하는 과정에서 나는 판단 착오를 범했죠.” 그는 평평한 화강암에 부딪혀 튕겨졌다. 그가 추정하기에 충돌 속도는 시속 190킬로미터였다.

윙슈트 비행은 젭의 직업이므로, 그날의 사건은 절벽과 그의 몸에 설치된 여러 카메라로 촬영되었다. 동영상을 보면, 젭이 화강암과 충돌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는 튀어 오른 뒤에도 방금 부딪힌 절벽의 가장자리 위로 계속 날아서 카메라들 앞을 쏜살같이 지나간다.

바로 그때 젭의 시간 감각이 왜곡되었다. 그는 이렇게 서술한다. “내 뇌가 둘로 갈라져서 각각 별개의 사고 과정을 수행했어요. 한 사고 과정은 그저 기술적인 데이터 처리였죠. 또 다른 사고 과정은 나에게 남은 두 가지 선택지에 관한 것이었어요. 줄을 잡아당기지 못하면, 나는 곧장 날아가 바위와 정면충돌할 테고, 그러면 죽을 것이 뻔했죠. 줄을 당길 수 있어서 낙하산이 펼쳐지면, 나는 구조대를 기다리는 동안에 과다 출혈로 죽을 거였어요."

젭이 느끼기에 이 두 가지 사고 과정은 몇 분에 걸쳐 진행되는 것 같았다. "뇌 작동이 아주 빨라져서 다른 모든 것에 대한 나의 지각이 느려지고 모든 것이 잡아들여지는 것 같았어요. 시간이 느려졌고, 나는 느린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죠.”

그는 낙하산 줄을 당기고 통제 불능 상태로 낙하했다. 지상에 도달했을 때, 그는 다리 하나, 양쪽 발목, 발가락 세 개가 부러진 상태였다. 젭이 바위에 부딪힌 순간부터 줄을 당긴 순간까지의 시간은 6초였다. 그러나 내가 지붕에서 떨어질 때 느낀 것과 유사하게 젭은 그 시간이 더 길다고 느꼈다.

다양한 생명 위협 상황(이를테면 교통사고나 강도를 당할 때)에서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위험에 처한 것(예컨대 자식이 호수에 빠지는 것)을 보는 상황에서 주관적 시간 감속을 경험했다는 보고들이 풍부하게 수집되어 있다. 그 모든 보고들의 특징은 사건들이 평소보다 더 느리게 진행한다는 느낌과 세부 사항들에 대한 풍부한 지각이다.

내가 지붕에서 떨어질 때, 혹은 젭이 절벽 가장자리에 부딪혀 튕길 때, 우리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위협적인 상황에서는 실제로 시간이 느려지는 것일까?

몇 년 전에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고 학생들과 함께 실험 하나를 고안했다. 우리는 피험자들을 45미터 상공에서 떨어뜨림으로써 극도의 공포를 유발했다. 피험자들은 뒤로 누운 자세로 자유 낙하했다.

이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손목에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차고 낙하했다. 우리는 직접 발명한 그 장치에 '지각 정밀 시계 perceptual chronometer'라는 이름을 붙였다. 피험자들은 낙하 도중에 그 장치에 표시되는 숫자를 가능하면 읽어서 나중에 연구진에게 보고했다. 만일 그들이 정말로 세계를 느린 화면처럼 경험한다면, 그들은 그 숫자를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 숫자를 읽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젭과 나는 각자의 사고가 느린 동작으로 진행되었다고 회상하는 것일까? 대답은 우리의 기억이 저장되는 방식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협적인 상황에서는 '편도체'라는 뇌 구역이 활발히 작동하면서 나머지 뇌의 자원들을 징발하여 당면 상황에 주의를 총집중하게 만든다. 이렇게 편도체가 작동하면, 기억은 평소보다 훨씬 더 상세하고 풍부하게 저장된다. 2차 secondary 기억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작동 방식은 기억의 목적에 부합한다. 기억의 목적은 중요한 사건들을 기록해둠으로써 당신이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당신의 뇌가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정보를 동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바꿔 말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은 기억할 가치가 크다.

그런데 이 같은 기억의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부수 효과를 가져온다. 당신의 뇌는 그런 기억 작동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당신은 교통사고 순간에 보닛이 찌그러지고 뒷거울이 떨어지던 것과 상대방 운전자가 이웃에 사는 밥처럼 보였던 것까지, 이례적으로 많은 것들을 기억한다). 따라서 나중에 기억을 되살릴 때, 당신은 그 위협적인 사건이 더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고 해석한다. 바꿔 말해, 우리가 위협적인 사고를 실제로 느린 화면으로 경험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느낌은 다만 기억을 해석하는 방식에서 유래할 따름인 듯하다. 우리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때, 상세한 기억이 떠오르면 우리는 그 일이 느린 동작으로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고 느낀다. 실제로 그 일은 느린 동작으로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우리의 시간 왜곡은 과거를 돌이킬 때 발생한다. 그것은 우리의 실재에 관한 이야기를 저술하는 기억의 속임수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사고를 경험한 독자라면 그 사고가 느린 동작으로 진행하는 것을 자신이 그 당시에 이미 의식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의식하는 실재와 관련한 또 하나의 속임수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앞서 감각들의 동기화를 다룰 때 보았듯이, 우리가 정말로 현재 순간에 존재하는 일은 결코 없다. 일부 철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의식적 자각이란 다름 아니라 신속한 기억 확인 활동일 따름이다. 우리의 뇌는 "방금 무슨 일이 있었지? 방금 무슨 일이 있었지?”라는 질문을 늘 달고 산다. 요컨대 의식적 경험이란 실은 즉각 기억immediate memory 일 따름이다.

여담을 한마디 붙이자면, 이 주제를 다룬 논문을 우리가 이미 출판했는데도,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이 경험한 교통사고가 정말로 느린 화면처럼 진행했다고 내게 말한다. 그러면 나는 그 사고 당시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내지르는 '으아악!’이라는 비명이 영화를 느린 화면으로 재생할 때처럼 낮은 음높이로 들렸느냐고 되묻곤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그렇지는 않았다고 대답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지각과 연계된 시간이 실제로 느려지는 것은 아니라고 우리가 판단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설령 당사자의 내적 실재에서는 시간이 느려진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야기꾼


뇌는 이야기를 내놓고, 우리는 각자 자신의 뇌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믿는다. 착시에 빠질 때, 우연히 빠져 든 꿈을 믿을 때, 철자에서 색깔을 경험할 때, 조현병 에피소드 중에 망상을 진실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자신의 뇌가 실재를 어떻게 서술하든 간에 그 실재를 받아들인다.

우리는 외부 세계를 직접 경험하며 산다고 느끼지만, 우리 가상 대하는 실재는 궁극적으로 어둠 속에서, 전기화학적 신호들로 이루어진 낯선 언어로 작성된다. 방대한 신경 연결망들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당신의 이야기로, 곧 당신의 사적인 세계 경험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당신이 손에 쥔 이 책의 촉감으로, 방안의 빛으로, 장미꽃 향기로, 타인들의 목소리로 말이다.

한층 더 기이한 것은, 모든 각각의 뇌가 약간씩 다른 이야기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 사건을 여러 사람이 목격할 경우, 목격자들의 뇌들은 제각각 다른 주관적(사적) 경험을 한다. 지구상에 돌아다니는 인간 뇌는 70억 개(동물 뇌는 몇조 개)이므로, 단일한 실재 버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뇌는 나름의 진실을 품고 산다.

그럼 실재란 무엇일까? 실재란 오직 당신만 볼 수 있고 당신이 꺼버릴 수 없는 텔레비전 쇼와 같다. 다행히 그 쇼는 당신에게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다. 그것은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 편집되고 제공되는 개인용 방송이다.

데이비드 이글먼. (2017). 더 브레인 (전대호, 역). 서울: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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