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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뇌'를 해킹하다

siliconvalleystudent 2022. 11. 22. 19:13

나쁜 습관만 '삭제'시킬 수 있을까?

2~3년 전 몬트리올로 여행을 떠나던 중 이마에 여드름과 비슷하지만 아프지는 않은, 이상한 혹 같은 것이 만져졌다. 이후 몇 주 동안 혹이 계속 자랐고, 나는 결국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갔다. 의사는 조직 검사를 진행했고, 며칠 후 내게 선고를 내렸다. 피부암이었다. 생명을 위협하는 암은 아니었짐나 바로 제거를 해야 했다.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수술로 이마에 있는 암을 제거했고, 다 낫고 난 후에는 상처도 거의 남지 않았다. 만약 나쁜 습관도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외과 수술의 정밀함으로 말끔히 도려내고 다른 행동에는 아무런 영향도 남지 않을 수 있다면 어떨까?

 

 

방법 1: 기억의 삭제


어떤 일을 겪으면 그 기억이 곧장 형성되는 듯 보이겠지만 사실 오래 유지되는 장기 기억이 형성되려면 훨씬 긴 시간에 걸쳐 '생물학적 프로세스'가 일어나야 한다. 이를 기억 공고화라고 한다. 영속적인 기억의 형성은 활성화된 뉴런 내에서 단백질 키나아제라는 분자가 활성화되는 세포 과정에서 시작된다. 단백질 키나아제는 뉴런에서 몇 가지 중요한 영향을 발휘하고, 이 모든 영향은 결국 뉴런 간의 연결성을 강화시킨다. 첫째로, 단백질 키나아제는 시냅스에서 글루타메이트 수용체의 효과성을 변화시켜 이 수용체 세트가 활성화된 후에는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하게 한다. 또한 새로운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를 시냅스에 전달해 시냅스가 수신 신호에 더욱 민감해지도록 한다. 장기적으로는 단백질 키나아제는 시간이 흘러도 기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뉴런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도 관여한다.

 

PKM-zeta


기억 공고화에서의 역할로 많은 관심과 동시에 논란을 사는 분자인 PKM-제타(포유류의 단백질 키나아제 C의 제타 동형 단백질을 가리킨다)는 뉴욕 주립대학의 토드 색터가 발견했다. 대부분의 단백질 키나아제는 기억 형성의 초기 단계에 관여하는 반면 2007년 색터와 그의 동료들이 발표한 놀라운 연구가 보여준 바에 따르면, 이 단백질 키나아제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기억을 '유지'하는 데에만 관여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한 번 배탈이 난 후부터 계속 혐오하게 된 음식이 있을 것이다. 신경 과학자들은 이를 조건적 미각 혐오라고 부르는데, 아주 강력한 학습 방식이다. 원인 모를 병에 걸렸던 것이 벌써 40년도 더 지난 일임에도 나는 아직까지도 소고기 보리 스프를 보면 속이 뒤집힌다. 색터와 그의 동료들은 우선 특정 맛에 대한 혐오를 생성하기 위해, 쥐가 특정 맛을 처음 먹어본 직후에 염화리튬을 주입했다(처음 먹어보는 맛이 조건적 미각 혐오로 이어질 확률이 가장 높다) 이런 식의 학습은 두뇌 속 뇌섬엽이라는 맛과 관련된 특정 부위에 의존한다. 모든 쥐들이 메스꺼움에서 회복된 후에도 새로운 맛을 피하며 조건적 미각 혐오를 보였다. 실험 후 사흘이 지나 몇몇 쥐들에게는 PMK-제타의 활성을 억제하는 ZIP이란 약물을 뇌섬엽에 직접 주입했고, 다른 쥐들에게는 플라시보를 주입했다. 놀랍게도 ZIP을 주입받은 쥐들은 미각 혐오를 아주 빠르게 잃었고, 한 달이 지난 후에도 혐오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 효과는 몇 번이나 재현되었다. 2013년 연구진 두 팀은 생쥐들의 유전자를 조작해 PMK-제타를 생성하는 능력을 없앴음에도 학습 능력과 기억은 정상적으로 기능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PMK-제타가 결과적으로 장기 기억에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2016년, 색터와 그의 동료들은 유전적으로 조작된 생쥐들이 다른 단백질 키나아제를 이용해 사라진 PMK-제타의 빈자리를 채웠다고 밝혔다(하지만 몇몇 연구자들은 여전히 이 결과가 논란을 완전히 해소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PKM-제타는 신경 가소성이 벌어지는 동안 발생하는 시냅스의 변화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가소성의 기저에 자리한 메커니즘 중 하나는 활성화된 시냅스 내에 새로운 글루타메이트 수용체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 글루타메이트 수용체가 시냅스 후부의 뉴런을 인풋에 더욱 민감하도록 만들어 시냅스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PKM-제타는 생성되면(시냅스 수신부가 있는) 가지돌기로 방출된다. 활성화되자마자 꺼지는 다른 단백질 키나아제와 달리 훨씬 오랫동안 활성화되는 PKM-제타는 새로운 글루타메이트 수용체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PKM-제타를 조작해 인간의 습관 기억을 삭제하는 것은 여전히 머나먼 일이지만, 약물 중독에 대한 습관 기억은 삭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증거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ZIP 약물을 측좌핵에 주입하자 쥐들이 약물을 받던 위치에 대한 장소 선호가 중단되었다. 또 다른 쥐 연구에서도 ZIP이 운동 습관에 관여하는 선조체 영역에 저장되었던 습관 기억을 분열시켰다. 언젠가 이러한 약물로 중독에 대한 기억 부분만 깔끔하게 삭제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되겠지만 이것이 불러온 여러 문제점이 아직 남아 있다. 특히나 약물의 효과가 다른 부위로 퍼질 가능성이 커 두뇌의 특정 영역과 관련해 어떤 기억이든 삭제될 우려가 있다. 이런 이유로 '특정 기억'만을 훨씬 '구체적으로' 삭제할 가능성을 지닌 또 다른 접근법에 더욱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바로 재공고화reconsolidation다.

방법 2: 기억의 와해


오랫동안 기억이란 한 번 자리를 잡고 나면, 즉 공고해지면 그 상태로 안정화된다고 여겨져왔다. 그러나 1968년 처음 발견되고 이후 2000년 카림 네이더와 조 르두가 재발견한 현상이 이 도그마를 완전히 뒤집었다. 네이더와 르두는 실험에서 쥐들이 특정 소리에 두려움을 갖도록 해당 소리가 들릴 때마다 발에 전기 충격을 주며 훈련시켰다. 몇 번 경험하고 나자 쥐들은 해당 소리에 두려움을 느끼며 얼어붙었다. 새로운 단백질 생성을 저해시키는 약물을 학습이 일어난 직후 주입하면 기억이 장기적으로 공고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학습 후 한 시간이 지나고 약물을 주입하면 소용이 없다는 것은 당시에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기억의 재활성화에 대한 기존의 아이디어를 발판 삼아 제이더와 르두는 약물을 주입하기 직전, 쥐에게 이전의 경험을 연상시키면 공포 학습의 바탕에 자리한 기억 흔적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을 거라고 직감했다. 이를 시험하기 위해 두 사람은 쥐에게 처음 소리에 대한 공포를 훈련시키고 하루가 지난 뒤, 다시 상자 안에 쥐를 넣고 같은 소리를 재생한 후(이번엔 전기 충격을 주지 않았다) 새로운 단백질의 생성을 차단하는 약물을 주입했다. 다음 날, 이 쥐들은 똑같이 리마인더 소리를 들었지만 비활성 물질이 주입된 쥐들에 비해서 두려움에 몸이 얼어붙는 증상을 훨씬 덜 보였고, 이는 리마인더 소리가 기억을 불안정하게 만든 탓에 기억을 유지하는 데 추가적인 단백질 합성이 필요하다는 방증이었다. 두 사람은 이 현상을 '재공고화'라고 명명했고, 이후 이는 학습과 기억의 신경과학 분야에서 대단한 관심을 받는 주제가 되었다.

 

Memory Reconsolidation


재공고화에 관한 초기 연구 다수는 공포 학습에 초점을 맞췄지만 연구자들은 재공고화가 보상과 관련한 습관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조너선 리와 베리 에버릿은 이를 실험하기 위해 쥐에게 불빛이 나타날 때 특정 레버를 누르면 코카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훈련시켰다. 재공고화를 실험하기 위해 두 사람은 쥐들에게 (코카인 없이) 불빛을 보여주며 기억을 상기시킨 뒤 새로운 단백질의 합성을 차단하는 약물을 주입했다. 연구진은 쥐들이 불빛과 코카인을 연관 지었으리라 보고 쥐들이 불빛이 등장하도록 만들기 위해 레버를 누르는지 관찰했다. 단백질 생성을 차단하는 약물을 주입받지 않았던 쥐들은 코카인과 연관된 불빛이 들어오려면 레버를 눌러야 한다는 것을 빨리 학습했고, 학습 전에 리마인더 불빛을 받지 않았던 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리마인더와 단백질 차단 약물을 받은 쥐들은 레버를 누르면 불이 들어온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앞서 불빛이 코카인과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것처럼 말이다.

베이징 대학의 린 위와 동료들이 진행한 한 연구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약물 기억이 새로운 단백질 생성을 방해하는 약뿐만이 아니라 경험에 의해서도 차단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쥐들은 먼저 케이지 내 특정 위치와 모르핀 또는 코카인 주입을 연관시키는 법을 배웠다. 이후 이 쥐들은 약물 없이 짧은 시간 동안 케이지 안에 다시 넣어 이 연관성을 상기시켰다. 약간의 지연 후 약물을 제공하지 않고 아주 긴 시간(세 시간) 동안 케이지 안에 다시 넣었다. 특정 위치와 약물의 연관성을 없애려는 의도였다. 앞서 텍사스 대학의 마리 몽피스는 이런 식의 소멸 치로가 공포 기억을 성공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지만, 이는 리마인더 후 약 10분에서 한 시간까지로 특정 시간 내에서만 가능했다. 린 위와 동료들은 소멸 훈련에 선행되는 리마인더가 약물에 대한 쥐의 기억을 수정했고 약물 추구 행동도 사라졌지만, 이는 리마인더가 소멸 훈련 10분 전에 실행되었을 때만 해당되었다. 여섯 시간이 지난 후의 소멸 훈련은 기억의 변화를 가로막았다. 이는 재공고화가 경험 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벌어지는 생물학적 프로세스에 의존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쥐에게서 얻은 결과를 보며 린 위와 동료들은 헤로인 중독자들에게도 이 접근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임상적 도구로서 재공고화라는 개념은 사실 수십 년 전, 이 방법으로 문제적 생각 습관을 삭제할 수도 있다고 제안한 한 연구에서 이미 등장한 바 있다. 1976년 정신과 의사인 리처드 루빈이 한 무명의 정신의학 저널에 강박, 충동, 편집 망상을 앓는 28명의 정신과 환자를 연구한 짧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에는 정신병원에서 여러 다양한 정신병에 대한 선택 치료로 흔히들 '충격치로'라고 하는 전기경련 요법을 활용했다. 연구에 참가했던 환자들 대다수가 이전에 ECT 치료를 받았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루빈은 치료 당시 환자들이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마취된 상태였던 것이 문제였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는 치료 중에 환자가 강박이나 충동을 내보인다면 이것이 기억상실을 일으켜 괴로운 생각을 '치유'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가 보고한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단 한 차례의 ECT로 모든 환자들이 극적으로 호전되었으며 그 상태는 3개월에서 10년째 유지되고 있다. 환자 한 명은 9개월 후 재발했지만 추가 치료를 받고 회복되었다."

린 위와 동료들이 진행한 헤로인 중독자 연구에서는 한 시간 동안 약물 관련 영상과 사진을 보고, 가짜 헤로인을 이용해 약물 관련 신호를 다스리는 소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앞에서 나온 쥐 연구처럼, 실제로는 약물을 제공하지 않고 자극을 경험하도록 해 약물 기억에 개입했다. 어떤 참가자들에게는 소멸 훈련이 시작되기 10분 전 또는 여섯 시간 전에 약물 신호가 담긴 짧은 영상을 리마인더로 제공했다. 피실험자들의 생리적 반응을 측정한 연구진은 리마인더가 제공되고 10분 후 진행된 소멸 훈련으로 헤로인 갈망 감소가 6개월 후까지 지속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이 연구도 한 집단이 22명밖에 안되는 비교적 소규모 연구이기에 훨씬 큰 규모의 실험으로 검증해야 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

재공고화는 이후 여러 임상적 장애, 특히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는 데 테스트되었지만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 효과의 신뢰성과 보편성을 둘러싼 의문점이 여럿 등장했고 이에 대해 2017년 한 연구진은 "재공고화의 분열을 실행 가능한 임상적 개입으로 활용하는 정도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정리하자면 재공고화는 현재로서 추가적인 입증이 필요하나 잠재적으로 유망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러셀 폴드랙. (2022). 습관의 알고리즘 (신솔잎,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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