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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The Brain

siliconvalleystudent 2022. 11. 19. 11:31
여러 상대와 나누는 대화부터 당신이 속한 문화까지, 삶의 모든 경험들은 당신 뇌의 미시적인 세부구조를 변화시킨다. 신경학적으로 말하면, 당신이 누구인가는 당신이 어떤 곳들을 거쳤는가에 달려 있다. 당신의 뇌는 끊임없이 자신의 회로를 다시 작성함으로써 변신한다. 그리고 당신의 경험들은 유일무이하므로, 당신의 신경 연결망의 광역적, 세부적 패턴들도 유일무이하다. 그 패턴들은 평생 동안 변화를 멈추지 않으므로, 당신의 정체성은 움직이는 표적과도 같다. 당신의 정체성은 절대로 종착점에 이르지 않는다.


유년기의 가치치기


태어날 때 인간은 무력하다. 우리는 걷지 못하는 상태로 약 1년, 자기 생각을 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 되기까지 또 2년,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되기까지 또 여러 해를 보낸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철저히 의존한다. 다른 많은 포유동물들과 비교해보라. 예컨대 돌고래는 태어나면서 헤엄친다. 기린은 몇 시간 만에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 새끼 얼룩말은 생후 45분 안에 달릴 수 있다. 동물계를 두루 살펴보면, 우리의 친척들은 태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놀랄 만큼 독립적이다.

언뜻 보면 이것은 그 동물들의 커다란 장점인 듯하지만 실은 한계다. 새끼 동물들이 빨리 발달하는 것은 녀석들의 뇌가 주로 미리 정해진 절차에 따라 회로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준비가 갖춰져 있다는 것은 융통성이 없음을 의미한다. 어떤 가련한 코뿔소가 북극권의 툰드라나 히말라야 산맥의 어느 봉우리, 또는 도쿄 시내에 떨어진다고 상상해보라. 녀석은 적응할 능력이 없을 것이다(이것이 언급한 장소들에 코뿔소가 없는 이유다). 코뿔소처럼 미리 마련된 뇌를 가지고 태어나는 전략은 생태계의 특정한 보금자리 안에서는 유효하지만, 그런 동물이 그 보금자리 바깥에 놓일 경우에는 번성의 가능성을 저해한다.

대조적으로 인간은 얼어붙은 툰드라부터 고산지대와 번잡한 도심까지 온갖 다양한 환경에서 번성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뇌가 상당히 미완성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모든 회로가 배선된 상태로 (고정 배선' 상태로 태어나는 대신에, 인간의 뇌는 세부적인 삶의 경험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 그래서 어린 뇌는 서서히 환경에 적합한 모습을 갖추기까지 오랫동안 무력한 상태에 머문다. 인간의 뇌는 '생후 배선'된다livewired.

어린 뇌가 발휘하는 융통성의 배후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그 융통성은 새로운 세포들의 성장과 무관하다. 실제로 뇌세포의 개수는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다. 오히려 비밀은 뇌세포들의 연결 방식에 있다.

갓 태어난 아기의 뉴런들은 서로 이질적이며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아기가 생후 2년 동안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뉴런들이 엄청나게 빠르게 연결되기 시작한다.

아기의 뇌에서는 매초 무려 200만 개의 새로운 연결, 곧 시냅스가 형성된다. 두 살이 된 아기는 100조 개가 넘는 시냅스를 지녔다. 이 개수는 성인이 가진 시냅스의 두 배다.

이제 아기의 시냅스 개수는 최대치에 도달했으며, 그 개수는 앞으로 아기에게 필요한 개수보다 훨씬 더 많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연결들의 만발 대신에 신경학적 '가지치기'가 새로운 전략으로 채택된다. 당신이 성숙하는 동안, 당신이 가진 시냅스들의 50퍼센트가 감축된다.

어떤 시냅스들이 제거되고, 어떤 시냅스들이 남을까? 회로에 성공적으로 참여하는 시냅스는 강화된다. 반대로 불필요한 시냅스는 약화되고 결국 제거된다. 숲 속의 오솔길들과 마찬가지로 사용되지 않는 연결들은 소멸한다.

어떤 의미에서, 당신이 지금의 당신으로 되는 과정은 이미 있었던 가능성들을 쳐내는 과정이다. 당신이 지금의 당신으로 된 것은 당신의 뇌 속에서 무언가가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가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유년기 내내 우리의 국소적 환경이 우리의 뇌를 다듬는다. 가능성들의 밀림이었던 뇌를 환경에 적합한 모습으로 되돌린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뇌 속 연결들은 더 적어지고 더 강해진다.

한 예로 당신이 유아기에 접한 언어(이를테면 영어나 일본어)는 거기에 포함된 특정한 소리들을 듣는 능력을 향상하고 다른 언어들에 포함된 소리들을 듣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일본에서 태어난 아기와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는 양쪽 언어에 포함된 모든 소리들을 듣고 반응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본에서 양육되는 아기는 예컨대 R 발음과 L 발음을 구별하는 능력을 상실할 것이다. 일본어는 그 두 발음을 구별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우연히 속하게 된 세계가 조각상을 깎듯이 우리를 다듬는다.

10대 시절


20년 전까지만 해도, 뇌 발달은 유년기에 거의 다 완료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인간 뇌의 형성 과정이 25세까지 계속된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누구로 자각하는가에 극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신경학적 재조직화와 변화는 10대 시절에 이뤄진다. 우리 몸속에서 돌아다니는 호르몬들이 명백한 신체적 변화들을 일으킴에 따라 우리의 외모는 어른을 닮아간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뇌도 그에 못지않게 큰 변화들을 겪는다. 이 변화들은 우리가 행동하고 주변 세계에 반응하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한 가지 변화는 자아감의 발생(또한 그와 연계된 자기의식)과 관련이 있다.

10대의 뇌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간단한 실험을 해보았다. 내가 지도하는 대학원생 리키 사뱌니의 도움으로 우리는 자발적인 피험자들에게 한 상점의 진열창 안에 놓인 걸상에 앉으라고 요청했다. 그런 다음에 우리는 커튼을 젖혀서 피험자가 외부에 노출되어 행인들의 구경거리가 되게 했다.

이 어색한 사회적 상황에 피험자를 밀어 넣기에 앞서, 우리는 피험자의 감정적 반응을 측정할 준비를 갖췄다. 즉, 불안의 지표로 유용한 피부 전도도 반응(GSR) 측정 장치에 피험자 각각을 연결했다. 땀샘이 많이 열릴수록, 피부 전도도는 더 높아진다(여담이지만, 거짓말 탐지기도 GSR 측정 기술을 이용한다).

실험에 참여한 피험자들 중에는 10대 청소년도 있었고 어른도 있었다. 낯선 사람들에게 구경당하는 어른들의 경우 스트레스 반응이 정확히 예상대로 나왔다. 반면에 10대 청소년들에서는 똑같은 경험이 과도한 사회적 감정을 일으켰다. 그들은 훨씬 더 큰 불안을 느꼈다. 행인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동안 일부 10대 청소년들은 몸을 떨기까지 했다.

왜 어른과 10대 청소년이 다르게 반응하는 것일까? 대답은'안쪽 앞이마엽 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 mPFC'이라는 뇌 구역과 관련이 있다. 이 구역은 당신이 당신 자신에 대해서(특히 어떤 상황이 당신 자신에 대해서 갖는 감정적 의미를) 생각할 때 활성화한다. 하버드 대학교의 리 서머빌Leah Somerville 박사와 동료들은 사람이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할 때 사회적 상황들에서 안쪽 앞이마엽 피질의 활동이 점점 더 많아져 15세 무렵에 정점에 이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시기의 청소년에게 사회적 상황들은 감정적 무게가 크기 때문에 강렬한 자기의식적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바꿔 말해 청소년기에 자아에 대한 생각 (이른바 '자기 평가')은 매우 절박한 사안이다. 대조적으로, 성인의 뇌는, 발이 새 신발에 익숙해지듯이, 한 자아감에 익숙해진 상태다. 따라서 성인은 진열 창안에 앉아 있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사회적 어색함과 감정적 과민성 외에도 10대 청소년의 뇌는 위험을 감수하는 특징이 있다. 과속 운전이건 나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동이건, 위험한 행동은 성인의 뇌보다 10대의 뇌를 더 강하게 유혹한다. 이 차이의 큰 부분은 우리가 보상과 장려책에 반응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이행하는 동안, 뇌는 쾌락 추구와 관련된 구역들(예컨대 중격측좌핵nucleus accumbens)에서 보상에 점점 더 강하게 반응한다. 그 구역들의 활동은 청소년기에도 성인기에 못지않게 활발하다. 그러나 청소년과 성인을 가르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안와이마엽피질orbitofrontal cortex (실행 결정, 주의 집중, 미래 결과 상상을 담당함)은 10대 시절에도 유년기와 거의 다를 바 없다. 성숙한 쾌락 추구 시스템과 미성숙한 안와이마엽 피질의 조합은 10대 청소년이 감정적으로 과민할뿐더러 감정 통제 능력이 성인보다 더 약함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서머빌과 그녀의 팀은 10대 청소년이 또래들의 압력에 크게 휘둘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견해를 내놓았다. 그들의 뇌에서는 사회적 고려를 담당하는 구역들(예컨대 안쪽 앞이마엽피질)이 동기를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에 관여하는 구역들(선조체와 관련된 연결망)과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10대 청소년은 친구들이 곁에 있을 때 위험을 감수할 개연성이 더 높은데, 그 이유가 그 강한 연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10대 시절에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은 예정대로 그 시절에 일어나는 뇌 변화와 관련이 깊다. 그 변화는 우리를 자기의식이 더 강하고 위험 감수 성향이 더 강하며 또래 압력에 휘둘려 행동하는 성향이 더 강한 사람으로 만든다. 전 세계의 고뇌에 찬 부모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 10대 청소년들의 성품은 단순히 선택이나 마음가짐의 결과가 아니다. 그 성품은 강렬하고 불가피한 신경학적 변화의 기간이 만들어내는 산물이다.

성인기의 가소성


우리가 25세 정도가 되면,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뇌 형성이 마침내 완료된다. 정체성과 성격에 관한 구조적 변화들은 이미 끝났고, 우리의 뇌는 완전히 발달한 것처럼 보인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우리가 누구인지는 움직일 수 없게 고정되었다고 여길 만도 하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성인기에도 우리의 뇌는 계속 변화한다. 어떤 대상이 다른 모양으로 바뀔 수 있을 때(또한 그 모양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대상이 가소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뇌는 그런 가소성을 성년기에도 가진다. 경험은 뇌를 변화시키고, 뇌는 그 변화를 보존한다.


이 물리적 변화가 얼마나 인상적일 수 있는지 실감하기 위해서, 런던에서 특정한 직업, 곧 택시 운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뇌를 살펴보자. 그들은 '런던 지식Knowledge of London'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4년 동안 고된 훈련을 받는데, 이 시험은 영국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기억력 시험들 중 하나다. 런던 지식 시험은 택시 운전사 지망생들에게 런던의 수많은 도로를 온갖 조합과 순열로 기억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과제다. 시내를 관통하는 경로 320개, 개별 거리 2만 5000개, 주요 지형지물과 목적지(호텔, 극장, 식당, 대사관, 경찰서, 스포츠 시설, 기타 승객이 가자고 할 만한 모든 곳) 2만 곳을 외워야 하니까 말이다. 런던 지식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개 매일 서너 시간씩 가상의 경로들을 암송한다.

런던 지식 시험이 유난히 어려운 정신적 과제라는 사실은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신경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 팀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택시 운전사 여러 명의 뇌를 스캔했다. 과학자들은 특히 '해마'라는 작은 뇌 구역에 관심을 기울였다. 해마는 기억, 특히 공간 기억에 필수적인 뇌 구역이다.

과학자들은 택시 운전사들의 뇌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발견했다. 대조군에 비해 운전사들의 뇌에서는 해마의 뒷부분이 더 커져 있었다. 추측하건대 해마의 크기가 커진 만큼 공간 기억이 증가한 듯했다. 또한 운전사 경력이 길수록, 해마의 변화가 더 크다는 것도 발견되었다. 이 발견은 관찰된 크기 차이가 단순히 개인들이 운전사가 되기 전에 처했던 조건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 업무가 낳은 결과라는 것을 시사했다.

런던 택시 운전사 연구는 성인의 뇌가 고정되기는커녕 전문가의 눈에 띌 정도로 심하게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택시 운전사들의 뇌만 모양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뇌, 그러니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뇌를 부검한 연구자들은 그의 뇌에서 물리학적 천재성의 비밀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의 왼손 손가락들을 담당하는 뇌 구역이 보통 사람보다 더 크다는 사실은 드러났다. 그 구역은 아인슈타인의 피질에서 그리스어 철자 Q 모양의 거대한 이랑을 이루었기에 '오메가 기호Omega sign'라고 명명되었다. 이 변화는 그가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취미 활동으로 바이올린을 열심히 연주한 덕분에 생긴 것이다. 숙련된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왼손 손가락들을 자유자재로 놀리는 솜씨를 집중적으로 훈련한 덕분에 왼손 손가락들을 담당하는 뇌 구역의 오메가 기호가 남들보다 더 커진다. 반면에 피아노 연주자들에서는 양쪽 대뇌반구의 오메가 기호가 둘 다 커진다. 그들은 양손의 손가락들을 자유자재로 놀리기 때문이다.

뇌의 이랑들과 고랑들의 전반적인 모양은 개인차가 없다. 그러나 더 미세한 세부 사항들은 당신이 이제껏 어디에 있었으며 지금 누구인지를 개인적이며 유일무이하게 반영한다. 비록 거의 모든 변화는 맨눈으로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당신의 모든 경험 각각은 당신 뇌의 물리적 구조를(유전자들의 발현부터 분자들의 위치와 뉴런들의 구조까지) 바꾼다. 당신이 태어난 가정, 당신의 문화, 친구들, 직업, 당신이 본 모든 영화, 당신이 나눈 모든 대화,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신경계에 흔적을 남긴다. 이 지워지지 않는 미시적 각인들이 모여서 지금의 당신을 만들고 미래의 당신을 제약한다.

노년기의 뇌


오늘날 우리는 인류 역사에서 어느 시기보다 더 오래 산다. 그래서 뇌의 건강 유지는 우리에게 중대한 과제다.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을 비롯한 여러 질병은 우리의 뇌 조직을 공격함으로써 우리 정체성의 핵심을 잠식한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 있다. 젊은 시절 당신의 환경과 행동이 당신의 뇌를 변화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과 행동은 노년기의 뇌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전역에서 1,100명이 넘는 수녀, 신부, 수사가 '수도회 연구 The Religious Orders Study'로 명명된 독특한 연구에 참여해왔다. 뇌의 노화가 불러오는 결과들을 탐구하는 것이 연구 목적이다. 연구자들은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인자를 밝혀내는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 연구에 참여한 피험자들 중 일부는 65세 이상이며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나 측정 가능한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성직자들을 피험자로 선택한 것은 매년 쉽게 소재를 파악하여 정기적인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집단일 뿐 아니라 음식과 생활 수준을 비롯한 생활양식을 대체로 공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직자들을 피험자로 삼으면, 이른바 '교란 인자 confounding factor'를 줄일 수 있다. 일반인을 피험자로 삼으면 식생활, 사회경제적 지위, 교육을 비롯한 여러 교란 인자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 수집은 1994년에 시작되었다. 시카고 소재 러시 대학의 데이비드 베넷David Bennett과 그의 팀은 현재까지 350개가 넘는 뇌를 수집했다. 연구자들은 각각의 뇌를 세심히 보존하고 검사했다. 노화성 뇌 질환들의 미시적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것은 연구의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피험자 각각의 생활에 관한 심층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이다. 매년 모든 피험자가 심리 평가와 인지 평가에서부터 의학적·신체적 유전학적 검진까지 수많은 검사를 받는다.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 연구팀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파킨슨병과 인지 능력의 쇠퇴 사이에 명확한 상관성이 발견되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알츠하이머병으로 뇌 조직이 폐허투성이가 되었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반드시 인지적 문제들을 겪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피험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이 완숙한 상태에서 인지 능력의 상실 없이 죽어가는 중이었다.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연구팀은 단서를 찾고자 피험자들에 관한 데이터를 다시 살펴보았다. 베넷은 심리적 경험적 인자들이 피험자의 인지 능력 상실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인지 능력을 발휘하는 십자말풀이 crosswords, 독서, 운전, 새로운 솜씨 학습, 책임감 보유 등 뇌를 활발하게 유지시키는 활동들이 그 능력을 보호하는 효과가 컸다. 사회 활동, 사회적 관계망과의 교류, 신체 활동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외로움, 불안, 우울, 심리적 고통에 잘 빠지는 성향 등의 부정적인 심리적 인자들은 인지 능력 쇠퇴를 가속하는 경향이 있었다. 성실성, 확고한 인지 능력을 보호하는 효과를 냈다.

신경조직이 병들었지만 인지적 증상이 없는 피험자들은 이른바 '인지 유지력 cognitive reserve'을 개발했다. 뇌조직의 일부 구역들이 퇴화하는 동안, 다른 구역들이 잘 훈련되어 퇴화한 구역들의 기능을 벌충하거나 넘겨받은 것이다. 뇌를 인지적으로 건강하게 유지할수록(전형적인 방법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비롯해 신선하고 어려운 과제들을 뇌에 부과하는 것이다) 신경망에서 A 지점과 B지점을 잇는 새 도로들이 더 많이 형성된다.

뇌를 연장통에 비유할 수 있다. 좋은 연장통에는 당신의 작업에 필요한 연장들이 다 들어 있을 것이다. 볼트를 풀어야 한다면, 당신은 깔깔이(래칫핸들 ratchet handle)를 꺼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깔깔이가 없다면, 당신은 스패너를 집어 들 것이다. 스패너도 없다면, 집게로 작업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인지적으로 건강한 뇌에서도 마찬가지다. 병으로 많은 경로들이 퇴화하더라도, 뇌는 다른 해법들을 찾아낼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수녀들의 뇌는 우리가 뇌를 보호하고 최대한 오랫동안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우리는 노화 과정을 멈출 수 없지만, 우리의 인지적 연장통에 들어 있는 모든 솜씨들을 발휘함으로써 노화를 늦출 가능성은 열려 있다.

데이비드 이글먼. (2017). 더 브레인 (전대호, 역). 서울: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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