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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개인 맞춤형 습관 치료'를 꿈꾸며

siliconvalleystudent 2022. 11. 19. 10:19

의료계에서 개인 차원의 더욱 정밀해진 진단을 바탕으로 질병에 대한 '개인화된 치료' 가능성을 둘러싸고 굉장한 흥분이 일고 있다. 바로 정밀의학이라고 알려진 분야다. 질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개개인마다 치료에 반응하는 양상이 크게 다르다는 깨달음에서 시작된 이 연구는 암 치료 부문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특정 치료에 대한 개인의 반응은 암세포 속 유전적 돌연변이의 분자적 특징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기 때문이다.

암 치료 외에도 구체적인 유전적 변형체가 약의 효과성에 대한 미치는 영향이나 특정 부작용의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표기하는 제약 회사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2020년 6월을 기준으로 미국 식품의 약국은 특정한 생체표지자의 존재  또는 부재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비종양 치료 240개와 종양 치료 164개의 목록을 작성했다. 생체표지자란 환자들이 어떤 치료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을지, 반대로 잠재적 부작용을 고려해 어떤 치료를 피해야 하는지를 밝히는 데 활용되는, 측정이 쉬운(유전적 변형체나 다른 생물학적 차이와 같은) 표지를 의미한다.

행동 변화의 맥락에서 정밀의학 앞에 놓인 난관은 생체표지자를 어떻게 밝히고 또 생체표지자와 가능한 치료법의 연관성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냐는 것이다. 최근 두뇌 이미징을 이용해 정신건강 장애의 치료 결과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생체표지자를 밝히는 것을 두고 상당한 관심이 일고 있다. 한 가지 유명한 사례는 2017년 코로 리스톤과 그의 동료들이 발표한 연구로, 해당 연구에서는 fMRI를 이용해 우울증의 다양한 아형에 따른 잠재적 두뇌 생체표지자를 밝혔다. 연구진은 휴지상태 fMRI를 활용해 두뇌 연결성의 패턴을 검사했다. 서로 두뇌 영역 간 활동성의 상관관계를 검사하고, 환자를 연결성 패턴에 따라 집단별로 분류해 연구진은 우울증의 네 가지 '생물형'을 밝혔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생물형을 지닌 사람은 치료 반응이 다르다는 점을 경두개 자기 자극법으로 보여주었다. 이 연구에서 밝힌 생물형의 재현서에 의문점이 일부 제기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두뇌 기능과 연관도니 다양한 조건의 생체 표지자를 개발하는 두뇌 이미징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인지 과제에서의 수행력과 같은 행동 측정은 두뇌 이미징에 비하면 그다지 화려하지 않지만 훨씬 낮은 비용으로 생체표지자를 제공해준다. 예컨대, 내가 진행한 연구에서는 행동을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을 조합하는 것이 문제성 음주, 흡연, 비만 등 행동 변화와 관련된 여러 결과를 예측하는 데는 유용했다. 이 방식이 다양한 개입 전략의 반응을 모두 예측하는 데 유용한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제부터 밝혀질 것이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행동 측정이 특히나 흥미로운 이유는 이것이 어쩌면 비침습적이고 저렴하게 다양한 '행동적 생체표지자'의 측정을 가능케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밀의학의 맥락에서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아이디어는 N-of-1 임상시험이다(여기서 'N'은 임상에 참가한 환자의 수를 의미한다). 의학에서 치료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판단하는 최고 기준은 무작위 대조 시험이다. 연구 참가자들이 무작위로 해당 치료나 대조 치료에 배정되는 시험이다.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치료군에 배정하는 방법은 환자나 의사가 치료를 선택할 때 생길 수 있는 편향을 최소화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임상시험의 문제는 모두가 치료에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리라 추정하는 것인데, 수많은 치료를 통해 이것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고 있다. 이에 대안적인 접근법은 개인에게 다양한 치료를 시험해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N-of-1 임상시험의 취지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한 가지 예시를 들어 설명하자면, 알코올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고, 의사는 이 사람에게 두 가지 의학적 치료법이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알코올의 보상적 효과를 낮추는 날트렉손과 집행 기능을 향상시키는 구안파신이다. N-of-1 임상을 시행하기 위해 의사는 일정 기간(약 두 달)동안 이 두 가지 약 중 하나를 처방하고, 이 약을 복용하는 동안 환자는 자신의 알코올 소비량을 기록한다. 이 기간이 끝나면 의사는 다른 약으로 전환해 환자에게 처방한다. 의사가 몇 차례 약을 번갈아 가며 쓸 수도 있고, 플라시보 약을 처방해 상태를 비교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 해당 환자에게 둘 중 어떤 치료가 특히나 효과를 보이는지 분명해지기 마련이다. 행동 변화가 어려운 만큼 그 저변의 메커니즘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행동 변화의 맥락에서 이 접근법이 효과적일 확률이 크다. 그러나 이런 임상시험은 아직 발표된 연구의 수가 적고, 이 연구들의 질도 비판을 받고 있는 바, 이 접근법이 결국 유용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대규모의 잘 통제된 연구들이 발표되길 기다려야 한다.

미래의 정밀 행동 변화 치료법이 어떤 모습일지  바로 앞에 등장한, 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사례로 상상해보자. 처음 의사를 방문하면 일련의 인지 테스트와 두뇌 연결성을 측정하기 위해 fMRI를 이용한 두뇌 스캔, 게놈 분석을 위한 혈액 검사를 진행할 것이다. 유전분석으로 다양한 문제에 대해 개인이 지닌 위험성과 더불어 알코올 보상에 대한 민감성, 집행 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여부를 알 수 있고, 인지 검사는 각 기능에 따라 특정 측면만을 측정하도록 맞춤형으로 설계됐을 것이다. 의사는 개인의 음주 문제의 기저를 이루는 두뇌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두뇌 이미징 분석과 위의 다양한 검사 결과를 결합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가능한 일련의 치료를 선택하고 N-of-1 시험으로 이 다양한 치료를 각각 또는 조합해 실험하게 된다. 행동 변화 문제의 기저에 있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이런 접근법을 지금껏 이 책에서 소개한 신경과학 연구가 궁극적으로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러셀 폴드랙. (2022). 습관의 알고리즘 (신솔잎,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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