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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일시적이고 불안은 지속적이다 본문

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스트레스는 일시적이고 불안은 지속적이다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9. 09:00

누구나 언젠가 한 번쯤은 불안을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그런 경험은 모든 사람에게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불안이 대체 무엇인지는 몰랐을 공산이 크다. 환자들이 내게 불안이 뭐냐고 설명해달라고 하면 보통 나는 두렵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고 무언가 잘못되어 있는것 같고 자꾸만 초조한 느낌에 사로잡히는 것이라 말해준다.

 

스트레스와 불안을 구분하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흔히들 스트레스는 지금 바로 여기서 일어나고 위협으로 느껴지는 무언가에 대한 반응이라고 말한다. 반면, 불안은 지금 당장은 위협이 아닌 무엇, 혹은 이미 일어났거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무엇과 관련된 걱정을 말한다. 직장에서 실수해서 질책받을 때 느끼는 것은 스트레스다. 그 사건이 있은 지 일주일이나 흘렀고 직장에 출근하지도 않았는데 계속해서 그 일로 긴장감이 느껴지면 그것이 바로 불안이다. 스트레스는 일시적이지만, 불안은 떠나지 않고 주변을 맴돈다. 기본적으로 두 마음의 상태 모두 똑같은 스트레스 반응, 즉 HPA축에서 발생한다.

 

불안은 병일까? 아니면 나름의 기능이 있을까? 생물학적 관점에서 솔직하게 바라보면 불안은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위협으로 인식되는 경험에 뒤따르는 두려움과 공포의 느낌이다. 이 잔상처럼 남아있는 느낌은 강도가 다양하다. 불안은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살짝 불편한 느낌에서 본격적인 공황 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불안은 공황 발작처럼 닥쳐왔다 사라졌다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범불안장애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도 있다. 불안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처럼 정신적 외상을 주는 기억 때문에 생길 수도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회적 상황social setting에서 갑자기 폭발할 수도 있다(사회공포증, socialphobia).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불안장애anxiety disorder는 몇 개 안 되지만, 사실 불안의 형태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불안이 정말 위험할까? 공황발작 때문에 격렬한 불안을 경험해 본 사람 중에는 그렇게 믿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대로 죽지 않을까 두려워하기도 한다. 자기만 이런 곤경에 빠져 있다고 믿는 사람도 많다. 모두 틀린 이야기다. 불안이 불쾌한 느낌인 것은 사실이지만, 위험하지도 드물지도 않다. 불안 때문에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해도 심장이 정말로 멈추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런 불안이 어느 한 사람한테만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불안은 대단히 흔한 증상이고, 정도만 다를 뿐 누구나 경험하는 온건한 반응이며, 일부 사람들에게만 가끔 과도한 형태로 일어난다.

무의식적인 두려움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해볼 수 있다. 우리는 불안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편도체가 과도한 활성으로 자극에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아무런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위험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안다. 이런 사람은 시선이 가는 곳마다 무의식적으로 잠재적 재앙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에게 성난 얼굴과 표정 없는 얼굴 사진을 순간적으로 1/200초만 보여주는 검사를 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잘 해야 그것이 사람 얼굴임을 알아보는 정도였고, 표정까지 인지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얼굴이 너무 빨리 깜빡하고 사라져서 아무도 그 표정을 알아볼 수 없었는데도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사진에 대한 반응이 달랐다.

사람들이 성난 얼굴 사진을 보는 동안 MRI로 뇌를 검사했더니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편도체는 눈에 띌 정도로 쉽게 활성화되었다. 더군다나 불안 문제가 클수록 성난 얼굴을 보고 편도체가 반응하는 시간이 더 빨랐다. 정작 자기가 무엇을 보았는지는 인식하지도 못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위협으로 해석될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 사진의 경우에는 건강한 사람과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의 편도체 반응에 구별 가능한 차이가 없었다. 큰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의 편도체는 언제라도 위험 경보를 울려서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활성화할 수 있게 단단히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운동으로 불안을 날려 버리자


스트레스를 불안과 분리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모두 결국에는 HPA축과 편도체를 비롯한 똑같은 시스템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들은 스트레스와 불안 모두에서 활성화된다. 앞에서 보았듯이 신체활동은 스트레스에 놀라운 효과가 있다. 운동이 불안 치료에 탁월한 방법인 이유이기도 하다.

불안에 시달리는 미국 학생들에게 제비뽑기해서 2주일 동안 일주일에 몇 번씩 20분간 걷기나 달리기를 하게 했다. 두 가지 다 진이 빠질 정도로 힘든 운동이라 하기 어렵다. 그랬더니 걸었던 사람이나 달렸던 사람 모두 불안 수준이 떨어졌다. 운동 후에 불안 수준이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이후 24시간 동안에도 낮은 상태를 유지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꼬박 일주일 동안 지속했다. 불안에 더 큰 효과를 본 사람은 누구였을까? 달리기를 한 사람들이었다. 불안을 잠재우고 싶다면 땀을 더 흘리는 것이 분명 더 나은 효과를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불안은 뇌가 과활성화한 스트레스 반응과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위험 신호를 보내는 편도체 때문에 생기는데, 운동은 걱정을 방지하는 뇌의 브레이크 페달을 강화하고 이마엽과 해마는 편도체를 더욱 잘 달랠 수 있게 해서 불안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불안 - 학습 문제


기본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 노출되면 누구나 하나 같이 큰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지하철에 탈 때는 모든 사람이 불안에 사로잡히지는 않는다. 내 환자 중에는 지하철에 탔다가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곤란해지면서 심각한 공황발작으로 고통받았던 사람이 있다. 이 여성은 공포가 너무 극심해서 자기가 이대로 죽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지하철을 다시 타려고 할 때 흔히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이 여성이 그랬다. 그 경험 이후로 지하철 대신 버스만 탔다. 그녀도 지하철이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저 이 여성의 뇌가 상황을 잘못 해석할 뿐이다. 사건을 잘못 판단하는 메커니즘이 너무 강력하다 보니 '생각하는 뇌'를 압도해 버리는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편도체는 뇌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더군다나 위협적인 상황을 똑똑히 기억하게 만드는 데도 대단히 능하다. 그래서 한번 지하철에서 공황발작을 겪고 나면 그 상황을 아주 분명하게 기억한다.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합리적인 반응이다. 인간은 불쾌하거나 위험하다고 밝혀진 사건 이후에는 비슷한 사건을 피할 수 있게 그 상황을 뚜렷이 기억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숲속 아름다운 빈터의 기억은 늑대에게 공격받았던 장소의 기억만큼 중요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긍정적 기억보다는 부정적 기억이 항상 우선한다.

두려움과 연관된 기억은 너무 생생하기 때문에 공황발작 같은 불안장애를 치료할 때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공황발작을 경험했던 사람은 지하철 입구에 걸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편도체를 자극해서 스트레스 반응과 HPA축의 활성을 촉발할 수 있다. 설사 이 사람이 결국 두려움을 이기고 다시 용기를 내어 지하철에 탄다고 해도 평화로운 마음으로 탈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불쾌한 기억은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무탈하게 지하철을 이용했던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단번에 전부 지워버릴 수 있다. 공황발작이 없더라도 말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불안장애는 학습된 행동 문제learned behavior problem 로 바라볼 수 있다. 뇌는 위험하지 않은 것은 학습할 수 없다. 하지만 뇌가 위협적인 것만 명확하게 기억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면 우리가 어찌 불안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 해법은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면서도 공황이나 걱정에 휩싸이지 않는 새로운 기억을 천천히 끈기 있게 쌓아가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 cognitive behavioral therapy를 하는 동안에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 치료하는 동안 환자는 불안을 일으키는 존재에 점차 노출되면서 그것이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재학습한다. 그러면 잘못된 해석으로 불안을 일으켰던 기억이 차츰 중립적이고 위협적이지 않은 기억으로 모습을 바꾸게 된다.

심장박동이 증가한다고 꼭 불안은 아니다


이는 운동이 불안 치료에 그토록 이로운 또 다른 이유로 우리를 이끈다. 심장박동수와 혈압은 불안 증상과 나란히 증가한다. 심장은 더 빠르고 격렬하게 뛰며 몸은 투쟁-도피 반응 모드로 돌입해서 부정적인 일이 일어날 때를 대비한다. 하지만 심장은 조깅할 때도 빠르고 격렬하게 뛴다는 점을 기억하자. 운동 시간이 어떤 불쾌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오히려 달리기가 끝나면 차분해진다. 그리고 그 보상으로 엔도르핀과 도파민이 몸속에서 솟구쳐 오른다. 운동은 뇌에 심장박동수가 늘어나고 혈압이 높아지는 것이 불안과 공황이 몰려온다는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느낌이 뒤따른다는 의미라고 가르쳐준다.

불안에 시달리는 미국 학생들에게 걷기와 달리기를 시켰을 때도 이런 부분이 관찰되었다. 달리기하는 학생들은 심장박동수가 높아져도 더는 초조해하지 않았다. 전에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불안발작이 금방 닥쳐온다는 신호로 여겼지만, 달리기를 시작한 후로 몸이 적응하면서 심장박동수가 높아지는 것이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걷기를 한 학생들에게서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여전히 뇌가 심장박동수가 올라가는 것을 위험한 상황이라 잘못 해석하는 듯 보였다. 이것으로 보아 불안과 걱정을 극복하려면 조금 더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한때는 불안과 걱정이 심한 사람은 신체활동을 피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것이 한참 잘못된 믿음이란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공황발작을 겪은 적이 있는 사람은 운동을 신중하게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꼭 경고하고 넘어가야겠다. 격렬한 운동은 위험이 따를 수 있다. 몸이 이것을 위험이 임박했다고 잘못 해석해서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발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동을 천천히 시작해서 강도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좋다.

운동과 스트레스는 정반대다


신체활동과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분명한 패턴이 등장한다. 스트레스와 신체활동이 뇌에 거의 정반대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스트레스가 커지면(즉,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뇌세포 사이의 소통 능력이 저하되지만, 운동하면 그 능력이 향상된다. 스트레스는 뇌의 변화 능력(가소성을 떨어뜨리지만, 운동은 그 능력을 북돋아 준다. 스트레스가 커지면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뀌는 데 브레이크가 걸리지만, 운동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게 해준다. 이런 식으로 분야마다 스트레스와 운동은 정반대 효과를 내는 듯 보인다. 말 그대로 운동과 신체활동은 스트레스와 불안의 해독제인 셈이다!

안데르스 한센. (2018).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 (김성훈, 역). 서울: 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