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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체계가 뇌의 엔진이다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10. 10:00

ADHD 진단 기준에 많은 사람이 씨름하는 문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집중력에 문제는 있지만 ADHD로 진단이 나올 정도는 아닌 사람에게 약 복용 말고 도움이 될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볼 만하다. 여기서 운동이 등장한다. 신체활동과 집중력 사이의 관련성은 뜻하지 않은 영역에서 시작된다. 그곳은 우리가 맛난 음식을 먹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직장에서 칭찬받을 때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곳, 즉 뇌의 보상체계 reward system다.

 

중격의지핵(측좌핵) Nucleus accumbens

보상체계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해서 우리를 특정 행동으로 밀어붙이는 엔진에 비유할 수 있다. 보상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뇌 영역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흔히 '보상 중추reward center'라고 하는 영역은 중격의지핵 nucleus accumbens이다. 이는 뇌세포가 모여 있는 완두콩 크기의 세포 집단으로 뇌 여기저기의 수많은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좋은 기분으로 '보상'을 받는다.

중격의지핵은 우리 행동을 이끈다. 뇌세포 사이에서 메신저로 활동하는 물질이 몇 가지 있는데 과학 용어로는 이것을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 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도파민dopamine이 제일 잘 알려져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신체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성행위를 하는 등의 행동은 중격의지핵에서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 도파민 수치가 치솟으면 긍정적인 느낌이 오기 때문에 그 행동을 반복하고 싶어진다. 뇌에서 우리가 그 활동에 참여하도록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뇌는 왜 우리가 먹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신체활동과 성행위를 하기 원할까? 그 대답은 간단하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해주는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삶에서 순수하게 생물학적인 욕구를 들라고 하면 그것은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즉, 아이를 낳는) 것이다. 뇌는 그 부분만큼은 확실하게 프로그램되어 있다. 살아남으려면 먹을 것이 필요하다. 사람처럼 무리 지어 사는 동물은 다른 개체와 사회적으로 어울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성행위는 생식을 통해 유전자를 전달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럼 운동은? 운동하면 대체 왜 기분이 좋아질까? 아마도 우리 선조들이 달릴 때는 보통 사냥을 하거나 새로 정착할 장소를 찾기 위해서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행동은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뇌에서 보상을 준다. 현대인과 달리 우리 선조들은 그저 재미로나 체중조절을 위해 달린 것이 아니라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달렸다. 오늘날까지도 신체활동을 열심히 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보상 없이는 집중력도 없다


중격의지핵은 생존해서 유전자를 전달할 확률을 높이는 행동을 하면 좋은 기분으로 보상해서 우리를 그 행동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보상체계의 목적이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집중력에도 중심적 역할을 한다. 중격의지핵은 평소에 꺼져 있다가 맛있는 것을 먹거나 성행위를 하거나 로또에 당첨된 것을 알았을 때만 켜지는 존재가 아니다. 이 신경핵은 항상 활성화되어 있으면서 우리가 매달리고 있는 일이 계속 이어갈 가치가 있는지를 뇌의 나머지 부분에 피드백해주는 역할을 한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고 해보자. 만약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중격의지핵을 충분히 자극해주지 않으면 (즉, 도파민 수치가 올라가지 않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도파민 수치를 올려줄 다른 흥밋거리가 없나 스마트폰 같은 것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우리가 집중력을 잃고 재미있는 것을 찾아 주변을 서성이면 남의 눈에는 지루해하고 산만한 모습으로 비칠 것이다.

요즘은 보상체계가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어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보상체계가 정교하게 조율되어 있고, 다른 어떤 사람은 성능이 좀 떨어진다. 집중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은 보상체계가 다르게 작동함을 보여주는 증거가 많이 있다. 다른 사람 대부분에게 도파민 수치를 올려주는 일도 이들에게는 역부족이다.

이들의 보상체계는 더 많은 자극이 있어야 활성화되며, 중요한 결과로 이어진다. 보상체계가 항상 저활성화되어 있는 사람은 끝없이 집중의 대상을 바꾸며 더 큰 흥분을 안겨줄 무언가를 찾아다닌다. 이들은 즉시 짜릿한 쾌감을 안겨줄 것만 찾고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이로운 것들은 무시한다. 그러면 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따르는 데도 문제가 생기고 크고 작은 일에 산만해진다. 부주의해지고 충동적이 되며, 경우에는 과잉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생활방식을 체계화하거나 일과를 분명하게 정해놓는 등 그에 대처할 다양한 전략을 학습해야 한다. 상황이 복잡해져도 그렇게 할 일이 정해져 있으면 산만해지는 것을 막는 완충재 역할을 해준다.

ADHD 등 집중력에 큰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보상이라 여겨질 만한 일을 접해도 중격의지핵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사람들의 보상 중추를 활성화하려면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보상중추에 수용체가 너무 부족하다

 

요즘에는 사람마다 보상 중추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기 시작했다. 도파민이 보상 중추에서 효과를 나타내어 기분을 좋게 만들려면 뇌세포 표면에 붙어 있는 수용체receptor와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도파민이 이 수용체와 결합하면 뇌세포에서 우리를 즐겁게 만드는 반응이 시작된다. 하지만 도파민이 결합할 수용체가 존재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므로 결국 반응도 나타나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ADHD가 있는 사람은 보상중추에 도파민 수용체 수가 적은 편으로 보인다. 이들의 보상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정상적인 반응이 나타나려면 더 큰 보상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애초에 더 많은 자극이 있어야만 보상중추를 활성화할 수 있는 뇌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는 의미다. 보상중추가 정상인 사람이라면 관심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흥미로운 업무 과제나 드라마, 혹은 선생님이 칠판에 적는 내용 같은 것들이 그들에게서는 충분한 활성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서다. 그런 사람은 금방 지루해지고 무의식적으로 다른 데서 더 큰 자극을 찾으려 하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만다. 그래서 자기가 하는 일이나 선생님이 칠판에 적는 내용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모두 ADHD 스펙트럼 위의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보상체계가 완벽히 정상으로 작동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고장 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은 중간 어딘가쯤에 있다.

안데르스 한센. (2018).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 (김성훈, 역). 서울: 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