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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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집중력을 높여주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집중력을 측정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냥 집중이 잘 되느냐고 물어보면 될까? 과학에서는 조금 더 객관적인 측정방식을 원한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에릭센플랭커 검사Eriksen Flanker test다. 이 검사는 모니터 위에 나타난 다섯 개의 화살표기호를 이용한 연습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연습문제의 과제는 가운데 화살표가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최대한 빨리 표시하는 것이다. 때로는 모든 화살표가 똑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서(<<<<<) 풀기 쉽다. 하지만 어떨 때는 가운데 화살표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나머지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기도 한다(<<> <<). 이때는 중간 화살표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무시하는 것이 문제풀이 비결이다. 이 검사는 진행 속도가 빨라서 보여주는 시간이 2초에 불과하다. 자기 눈에 들어오는 정보 중 신속하게 일부만 콕 찍어서 집중하고 나머지 정보(이 경우에는 주변의 다른 화살표)를 무시하려면 뇌가 관련 없는 정보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선택적 주의 selective attention라고 한다.
이런 유형의 검사가 별 것 없어 보이기는 해도 사실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주변 환경에 산만해지지 않는 능력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선택적 주의는 집중력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고 요즘 세상에서는 아주 소중한 특성이기도 하다. 사무실에서 보내는 하루를 상상해보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한 쪽에서는 두 동료가 잡담을 나누고 있고, 또 누군가는 프린터로 무언가 출력하고 있다. 새로운 메시지나 이메일이 들어올 때마다 스마트폰이 알림음을 낸다. 그런 와중에서도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면 업무에만 집중하고 주변 소란에 정신 팔리지 않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에릭센플랭커 검사에서 측정하려는 선택적 주의다.
일군의 사람들에게 에릭센플랭커 검사를 진행하자 운동이 선택적 주의와 집중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이 확실해졌다. 참가자의 신체건강 측정과 함께 이 검사를 했더니 몸이 튼튼한 참가자가 에릭센플랭커 검사 결과도 더 나았다(즉, 선택적 주의가 더 뛰어났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검사하는 동안 실험 참가자들의 뇌도 MRI로 검사했는데 몸이 튼튼한 참가자는 마루엽(두개골 한가운데 부위)과 이마엽 (집중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뇌 영역)이 더 활발하게 작동했다. 집중력에 중요한 뇌 영역의 활성 수준이 이 참가자 표본집단에서 더 높게 나온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정보를 너무 과대 해석할 수는 없다. 선택적 주의가 더 좋은 것이 과연 그 사람의 몸이 튼튼하기 때문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운동해서 집중력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집중력이 좋은 사람에게 운동을 좋아하는 경향도 있어서 더 건강해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튼튼한 몸을 만들려고 운동하는 새로운 실험참가자들을 모아서 운동이 선택적 주의를 끌어올려 주는지 확인해보았다. 참가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한 집단은 일주일에 세 번 만나서 45분 동안 러닝머신 위에서 걸었고, 다른 집단은 저강도 스트레칭을 시행했다. 스트레칭 집단도 걷기 집단과 같은 횟수만큼 만나서 같은 시간만큼 운동했는데, 여기서 큰 차이점 하나는 스트레칭이 심장박동수를 올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양쪽 집단의 에릭센플랭커 검사 성적이 향상했는지와 참가자들의 뇌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지 확인할 시간이 왔다. 아니나다를까! 차이가 있었다. 걷기 운동을 한 사람은 선택적 주의가 좋아지고 검사 성적도 더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선택적 주의를 담당하는 이마엽과 마루엽 뇌 영역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걷기 운동을 한 참가자한테서만 나타났다. 6개월 동안 복잡할 것 없이 그냥 규칙적으로 걷는 간단한 신체활동에만 참여했는데도 선택적 주의만 개선된 것이 아니라 뇌에서 측정 가능한 변화가 찾아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걷기가 뇌세포 사이 연결을 증가시켜서 뇌에 높은 부하가 걸렸을 때 이들 영역에서 추가로 지적 능력을 끌어들이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리기 위해 기어를 올리듯이 뇌도 주변이 산만할 때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집중력 기어'를 추가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일을 걸러내는 데 더 능숙해진다. 이 연구의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말로 연구 결과를 더할 나위 없이 명쾌하게 표현했다. '효율적인 뇌는 가소성도 좋고, 적응력도 더 뛰어나다.'
하지만 운동이 어떻게 이런 효과를 나타내며, 어떻게 운동하면 집중력을 향상할 수 있을까? 이 연구에서는 실험참가자들이 걷기 운동을 했는데,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의 운동을 하면 효과가 더 좋을까? 그리고 얼마나 오래 해야 할까? 이런 질문들의 해답은 집중력 그 자체가 쟁점인 특정 질병에 신체 훈련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질병으로 진단받은 사람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고, 우리 모두 자신에게서 이 질병의 자취를 어느 정도는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이하 ADHD다.
안데르스 한센. (2018).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 (김성훈, 역). 서울: 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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