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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스트레스의 주요 뇌 영역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8. 10:00

스트레스가 나쁘기만 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듯 사정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그와 반대로 우리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스트레스가 필수적이다. 운동과 다른 방법을 통해 스트레스와 걱정에 잘 대처하는 법을 배우기에 앞서 스트레스가 얼마나 중요하고, 그 역할은 무엇인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무언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싶으면 그것을 없애 보면 된다. 스트레스 반응 체계를 그냥 제거해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한 무리의 원숭이로부터 편도체를 수술로 제거해보았다. 과학자들은 이 수술로 원숭이의 두려움을 느끼는 능력에 장애가 생길 것으로 생각했고,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로 함께 있을 때 가장 불편하게 생각할 만한 존재를 집어넣었다. 바로 뱀이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원숭이도 뱀에 대해 두려움이 뼛속 깊이 새겨져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편도체를 제거한 원숭이에게는 그런 두려움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이 원숭이들은 뱀을 피하기는커녕 관심이 너무 많아져서 뱀을 집어 휘두르며 놀기바빴다.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여자


원숭이들은 자기가 어떤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는 원숭이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전반적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수술이 뇌에 손상을 가해서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 뱀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원숭이에게 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편도체가 없는 사람과 함께 연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흔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과학자들은 우르바흐-비테 증후군Urbach Wiethe disease에 걸린 44세 엄마에게서 편도체와 그 스트레스 반응을 연구할 기회가 생기자 재빨리 달려들었다. 우르바흐-비테 증후군은 대단히 희귀한 유전질환이다. 1920년대에 처음 알려진 이후로 보고된 사례가 400건도 안 된다. 이 질병은 측두엽(편도체가 자리 잡은 부위)을 비롯한 뇌 일부분을 파괴한다. 어떤 이유인지 측두엽은 특히나 이 질병에 취약하다. 이 여성은 뇌 양쪽에 하나씩 있는 편도체에만 영향을 받았다.

질병에 걸렸어도 지능은 정상이었던 이 여성은 편도체가 없다는 사실이 자신의 두려움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려고 일련의 검사에 기꺼이 참여했다. 과학자들은 원숭이에게 그랬듯이 뱀에 대한 반응을 측정해보려고 이 여성을 애완동물 가게로 데려갔다. 그리고 거미에 대한 반응도 검사했다. 현장 검증을 하러 가기 전에 이 여성은 자기가 늘 뱀과 거미를 아주 싫어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바로 유리 사육장으로 걸어갔고, 커다란 뱀들에 매료되었다. 뱀을 꺼내서 만져볼 수 있게 해주었는데, 애완동물 가게 점원에 따르면 물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도 그녀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뱀을 쓰다듬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이 여성에게 자신이 느낀 두려움을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보라고 했다. 0점은 전혀 두렵지 않은 상태, 10점은 상상할 수있는 최악의 두려움을 나타낸다.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대형 뱀을 가지고 노는 두려움에 그녀는 2점을 매겼다.

커다란 털북숭이 타란툴라 거미를 만지게 했을 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가게 점원은 이 여성이 아무런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는데도 거의 강박적으로 만졌다고 보고했다. 점원이 이제 더는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중단시킬 때까지 이 여성은 물릴 위험이 있는데도 계속타란툴라 거미를 가지고 놀았다. 그녀는 이 거미가 특히나 공격적이고 위험한 종이라는 사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녀가 이 동물을 부주의하게 다루는 모습에서 원숭이들이 천연덕스럽게 뱀을 가지고 놀던 장면을 연상할 수 있었다. 이 여성이 그토록 무모했던 이유가 편도체가 파괴되어서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하지만 그런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원숭이 사례처럼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고 가정해보는 것이 현명하다. 보통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동물들이 분명했으니, 이 여성은 어쩌면 동물에 대한 두려움만 영향받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혹시 다른 것과 대면하면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까?

다음 단계로 이 여성에게 <샤이닝 The Shining>이나 <링 The Ring>, <블레어 윗치 The Blair Witch Project>처럼 사람들이 대부분 겁을 먹는 공포 영화의 무서운 장면을 보여주었다. 편집한 영화 장면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확인하기 위해 한 집단의 실험참가자들에게 먼저 보여주고 10점 만점 기준으로 무서운 정도를 점수로 매겨보라고 했다. 준비해둔 영상들은 대부분 6점에서 7점 사이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 여성은 똑같은 영상을 보면서도 아무런 두려움이 생기지 않았고, 모두 0점을 매겼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영화 속 장면에 흥미를 느끼는 듯 보였고, 몇몇 장면은 재미있게 여겼다. 심지어 나중에 집에 가서 마저 보겠다고 영화 하나의 제목을 물어보기도 했다.

무서운 동물과 공포영화가 등장하는 실험 말고도 이 여성은 몇 년 동안에 걸쳐 추적 관찰 연구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분명한 그림이 등장했다. 편도체가 파괴된 후로 이 여성은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감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상황에 따라 행복, 신이 난 기분, 슬픔 등을 모두 느꼈다. 영화를 보여주었을 때 연구자들은 나머지 다른 감정은 모두 온전하다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려움 외의 다른 감정도 일으키기 위해 무서운 장면 중간에 코미디 영화나 드라마의 장면들도 넣었는데 이 여성은 영화를 보는 동안 우스운 장면에서는 웃음을 터트리고 버러진 아이가 등장하는 장면을 볼 때는 슬픔을 표현하는 등 정상적인 반응을 보였다. 편도체가 작동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여성은 주변에 완전히 무관심해지거나 정서적으로 공허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다. 오직 두려움을 느끼는 능력만 사라졌을 뿐이다.

이 정도면 오히려 부러울 지경이다! 그 무엇도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 없이 세상사를 초탈한 듯 인생을 마주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하지만 이 여성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두려움을 느끼는 능력이 없는 데 따르는 파급효과가 심각했다. 자신을 몇 번씩이나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일도 있었고, 강도를 당하거나 칼과 총으로 위협받기도 했다. 정상적이라면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 대부분은 불안을 느끼게 되고, 낯선 사람이 다가와 칼을 들이대며 돈을 빼앗아갔던 장소를 피하게 된다. 하지만 이 여성은 이런 사건을 금방 잊어버렸고, 그 이후 행동이 눈곱만큼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경제 침체 지역에서 살았는데도 밤늦은 시간에도 서슴없이 위험 지역으로 나갔다. 위험한 환경에 살면서도 위험한 상황을 피하는 법을 전혀 배우지 못한 듯 보였다.

내면 가장 깊은 곳의 두려움


그렇다면 이 여성은 두려움에 완전히 면역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과학자들이 결국 이 여성을 기겁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숨이 가쁘거나 질식하는 호흡곤란dyspnea 이었다. 이산화탄소를 흡입하면 그녀가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공포가 깨어났다. 충분한 공기를 호흡하지 못하면 몸속에서는 이산화탄소 수치가 치솟는다.

사실 뇌는 산소 부족보다는 이산화탄소 증가에 신속한 반응을 보인다. 이산화탄소 흡입을 질식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두려움은 다른 어떤 유형의 공포보다도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이산화탄소로 호흡하면 머지않아 완벽한 공황상태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여성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녀는 생애 최초로 전면적인 공포를 경험하고는 비명 지르고 몸을 떨며 거칠게 숨을 쉬었다. 편도체가 없는데도 뇌는 이 여성에게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경보를 울린 것이다.

나중에 그 경험에 관해 물어보니 이 여성은 그 느낌이 자기가 경험해본 가장 격렬한 느낌일 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러면 이 여성은 어째서 뱀이나 거미, 공포영화와 마주했을 때는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았다가 질식 가능성에는 공황을 느꼈을까? 한 가지 가능성 있는 설명은 편도체가 뱀이나 무기를 든 사람처럼 외부의 위험을 측정하는 데는 필요하지만, 내부의 위협을 측정하는 데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려면 위험하다는 '해석'이 동반되어야 한다. '칼을 들고 내 앞에 서있는 사람은 위험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반면, 질식의 느낌은 그런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 공포는 이미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편도체에 모든 판단을 맡긴다


원숭이와 이 여성의 사례는 스트레스 반응이 뇌 속에서 우선적 강제기능(override function, 다른 상황을 모두 무시하고 우선하여 처리되는 기능 - 역자 주)을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편도체가 위험에 직면했을 때의 경고신호와 스트레스 반응의 엔진으로도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편도체는 대단히 강력해서 장기적인 결과를 생각할 여지를 남기지 않고 심장과 몸을 신속하게 행동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 뇌에는 사전에 숙고할 수 있게 해주는 브레이크 페달(해마와 이마엽 등)이 있지만, 정말 엄중한 상황에는 이런 것들이 끼어들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다. 한마디로 편도체에 완전히 압도당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화해온 환경인 사바나 초원에서 살았을 적에는 이런 강력한 편도체가 중요했다.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동물과 마주했을 때 번개처럼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질질 시간을 끌면서 '내가 먼저 공격해야 하나? 아니면 상대가 안될 테니 여기서 당장 달아나야 하나?'의 유불리를 따질 겨를이 없다. 여차하면 너무 늦어버린다. 그 대신, 편도체에 모든 판단을 맡겨서 먼저 공격하는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든 뇌의 나머지 부분을 모두 무시하고 즉시 반응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메커니즘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상황에 직면해서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오히려 요즘에는 편도체가 실제로 그리 위험하지 않은 무언가를 표적으로 삼는 바람에 우리가 감정적으로 쓸데없이 과도한 반응을 보일 위험이 생겨났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 Daniel Goleman은 편도체 강탈amygdala hijack 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이것은 어떤 사건을 실제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으로 인식해서 편도체가 그 사건을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터져 나오는 과장된 반응을 의미하는 용어다. 이런 상황에서는 편도체가 뇌를 강탈해서 그 사람이 더는 이성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투쟁-도피 반응으로 몰아붙인다.

강력한 감정적 반응이 나타난다고 해서 꼭 편도체 강탈이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 편도체 강탈이 발생하려면 너무 정신없이 빠르게 일어나는 바람에 나중에는 후회하게 될 만한 사건이어야 한다. 골먼은 예전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Mike Tyson 이 한참 경기하던 도중에 상대 선수였던 에반더 홀리필드 Evander Holyfield의 귀를 물어뜯었던 사건을 예로 든다. 당시 타이슨은 신속하게 행동에 나섰다. 거의 반사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그리고 이 사례는 엄청난 후회가 몰려온다는 기준도 만족하는 듯하다. 후회도 후회지만, 이 행동으로 타이슨은 벌금과 변호사 비용을 수백만 달러나 써야 했다. 다니엘 골먼에 따르면 이것이야말로 편도체 강탈의 전형적인 사례다.

안데르스 한센. (2018).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 (김성훈, 역). 서울: 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