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집중력과 주의 본문
어쩌면 모든 미스터리 과학의 최고봉일지도 모를 뇌의 최대 미스터리는 두개골 안에 모여 있는 고작 1kg 조금 넘는 이 세포 덩어리가 어떻게 의식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이것을 나 자신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과학자가 의식을 이해하려 드는 것은 마치 삶의 의미를 알아내려는 것처럼 경솔한 행동이라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하지만 오늘날 의식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그런 경솔함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최근 의학적 발견 덕분에 의식을 연구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신경과학자들만의 흥밋거리가 아니다. 물리학자, 심리학자, 철학자들도 어떻게 세포 덩어리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느냐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체 이 세포 덩어리는 자신이 어찌 구성되어 있고, 우주의 시공간 연속체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연구가 우리를 어떤 결론으로 이끌었을까? 우리 의식은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가? 한마디로 우리는 아직 그 해답을 모른다. 심지어 의식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 중 몇 명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플라톤Plato은 언젠가 죽을 운명인 우리 육신에서 의식이 나올 리가 없다고 믿었다. 팔방미인이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Leonardo da Vinci는 의식이 뇌와 연결되었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기는 했지만, 의식이 뇌 속의 액체가 채워진 동공, 즉 뇌cerebral ventricle 안에 자리 잡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 René Descartes는 의식이 송과체 pineal gland에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과체는 뇌 속의 작은 분비샘이다. 지금은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melatonin을 분비하는 기관으로 밝혀져 있다.
그들한테는 미안하지만, 현대 신경과학 연구는 앞에서 언급한 천재들의 생각이 모두 틀렸음을 입증해냈다. 요즘에는 우리 의식이 뇌 속에 들어 있고, 뇌의 특정 위치에 자리 잡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는다. 후각, 시각, 청각 등의 감각은 모두 특정 중추를 가지고 있지만, 단독으로 존재하는 의식의 중추는 없다. 그 대신, 대뇌겉질의 수많은 영역이 고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며, 의식은 시각 중추, 청각중추 등 감각을 담당하는 중추와 아울러 이마엽과 측두엽 사이의 공동작업 결과로 나타나는 듯하다.
시상halamus은 교차로처럼 작용하는 뇌 영역이다. 이것은 모든 바퀴살이 모이는 바퀴축처럼 뇌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정보는 감각 중추 등 뇌의 서로 다른 영역에서 시상으로 들어오고, 다시 시상에서 고등신경 네트워크의 다른 영역으로 데이터가 퍼져나간다. 우리가 경험하는 의식은 이 네트워크 안에서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이것이 집중력과는 무슨 상관일까? 의식은 그저 철학적 관점이나 과학적 관점에서만 매력적인 것이 아니다.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하는 능력과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 뇌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유입된 정보들이 의식 속에 자리를 틀기 위해 미어터지게 경쟁하는 곳이다. 팔다리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실내가 따뜻한지 추운지, 통증이 느껴지는 곳은 없는지, 그리고 지금 현재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은 무엇인지 (이 문장에 들어 있는 단어일 수도 있고, 도로에서 들리는 자동차 경적일 수도 있다.) 등등 온갖 정보가 의식으로 파고들려고 한다. 우리 의식은 이 모두를 체로 걸러서 뇌가 집중할 정보는 무엇이고(부디 그 정보가 지금이 문장이기를!), 중요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결정한다.
도파민은 소음을 끈다
커피숍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고 가정해보자. 처음에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떠드는 소리를 의식하지만, 점점 그 소리가 멀어지면서 책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주의 기울여 듣지 않지만, 그래도 뇌는 어떤 말이 오가는지 알아차린다. 만약 커피숍에서 누군가 우리를 부르면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듣고 있지 않았어도 그 소리에 반응했을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우리 뇌 일부는 여전히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누군가 자기 이름을 말할 때 그쪽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다. 이런 과정은 분명히 자동으로 일어난다. 뇌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아도 막대한 감각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일이 생기면 경종을 울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에 관심을 집중하게 해준다.
감각 중추들이 폭격하듯 쏟아내는 소음을 끄고 자기 일에 주의를 집중하려면 도파민이 필요하다. 도파민은 그냥 보상 물질에서 끝나지 않고 꽤 많은 임무를 더 맡고 있다. 집중력에서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도파민이 결여되면 집중하지 못하고 초조해지며 배경 소음에 쉽게 산만해진다. 우리는 모두 가끔 이런 일을 겪는다. 무언가 조마조마하고 안절부절못하고 머리가 멍해지기도 한다. 특히 잠을 제대로 못 잤거나 전날 밤에 술을 마시고 잤을 때 그런 일이 많다.
참 이상한 일이지만, 우리 머릿 속에는 또 다른 소음이 있다. 감각 중추에서 기원하지 않은 일종의 내장된 웅얼거림이다. 모두 그런 일을겪는다.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미쳐간다는 이야기는 아니니 걱정하지말자. 그 소음은 아마도 가끔 스스로 활성화되는 뇌세포에서 만들어내는 듯하다.
뇌에서 소음이 계속해서 흘러나와도 도파민이 걸러내고 있어서 우리는 그 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도파민 시스템이 정교하게 조율되어 있지 않으면 이 내면의 소음이 감각 중추를 통해 입력되는 소음처럼 사람을 성가시게 만들 수 있다. 신경학 검사를 통해 ADHD가 있는 사람은 내장된 웅얼거림 소리가 집중력을 저해할 정도로 크다고 밝혀졌다. 내면의 소음이 커질수록 집중력도 저하된다.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면 자극 없이 생겨나는 내면의 소음이 멈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감각 중추로부터 오는 소음(예를 들면 카페의 소음)과 내장된 웅얼거림이 모두 조용해진다. 이는 아무런 라디오 신호도 잡히지 않고 짜증 나는 잡음만 들리는데 도파민이 볼륨을 낮춰서 이지직거리는 소리를 줄여주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면 더는 방해가 없어서 집중하기가 쉬워진다.
안데르스 한센. (2018).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 (김성훈, 역). 서울: 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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