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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왜 집중력을 향상할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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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왜 집중력을 향상할까?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12. 09:00

 

왜 운동하면 집중력이 좋아질까? 과거를 돌아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사바나에서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삶과 맞물려 있을 테니까 말이다. 선조들은 요즘 우리가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유로 열심히 활동했다. 요즘에는 달리기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달리기는 건강에도 좋고, 체중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 선조들은 아마도 이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먹을 것을 사냥하고 위험을 피하려고 달렸다. 어느 경우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사자가 뒤쫓아 오거나 영양을 사냥할 때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는 예리한 집중력이야말로 생존에 필요한 자산이다. 뇌가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생존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우리 뇌는 사바나에서 살던 시절에서 별로 진화하지 않았다. 따라서 요즘 우리가 운동할 때도 똑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할 것이다. 운동하면 뇌는 우리가 사느냐 죽느냐를 좌우하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 젖 먹는 힘까지 써야 할 상황이라 믿는다. 그래서 집중력이 좋아진다.

ADHD도 장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주의력결핍장애attention disorders와 ADHD를 부정적 속성이라 여긴다. 놀랄 일도 아니다. 문제가 될 정도로 증상이 커지고 난 후에야 그런 진단이 나오니까 말이다. 하지만 충동성이나 과잉행동 같은 특성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의욕이 넘치는 사람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일을 그때그때 해치워버린다. 성공을 거둔 비즈니스 리더와 사업가 중에 ADHD의 특성을 떠올리는 성격이 많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케냐 북부 사막의 아리알Ariaal 부족 사례는 ADHD가 꼭 부정적 특성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들의 생활방식은 수천 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서 물과 먹을 것을 찾아 끊임없이 가축을 몰고 다닌다. 하지만 지난 몇십 년 동안 부족은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 한 집단은 한 장소에 정착해서 농사로 먹고살기 시작했고, 나머지는 계속해서 채집수렵 방식의 방랑생활을 이어갔다.

과학자들은 혈액검사로 그들의 유전자 프로필genetic profile을 조사했다. 과학자들이 특히나 관심이 있었던 부분은 뇌에서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인 한 유전자였다. DRD4라고 하는 이 유전자는 모든 사람이 가진 유전자로 집중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DRD4 유전자에는 몇 가지 변이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ADHD가 있는 사람에게 더 흔히 나타난다. 하나의 유전자만으로 ADHD가 생기지는 않고 DRD4유전자에만 ADHD의 발병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ADHD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유전자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검사 결과 일부 부족 사람에게서 ADHD와 연관이 있는 DRD4 유전자에서 변이가 나타났다(조금 투박하긴 해도 지금 당장은 이를 ADHD 유전자 변이라고 하자). 다른 부족 사람들은 ADHD와 관련 없는 일반적인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었다. 놀라웠던 부분은 ADHD 유전자 변이를 가진 방랑생활 구성원들이 일반적인 유전자 변이를 가진 구성원들보다 영양 상태가 더 좋았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ADHD 유전자 변이를 가진 수렵채집인들이 ADHD 유전자 변이가 없는 사냥꾼들보다 먹이를 더 쉽게 찾아낸다는 의미다.

농업에 정착한 사람들에게서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여기서는 오히려 ADHD 유전자 변이가 있는 구성원이 그렇지 않은 구성원보다 영양상태가 나빴다. 아무래도 ADHD 유전자는 사냥꾼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농부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하는 듯했다. 이는 똑같은 유전자라도 환경에 따라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유전적 기원이 서로 달라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할 수는 없다. 아리알 부족이 농부와 수렵채집인으로 나뉜 것은 불과 몇십 년 전 일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 관찰에서 끌어낼 수 있는 한 가지 결론은 충동성이나 과잉행동 등 ADHD 와 연관된 특성이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활기찬 환경에서 사냥꾼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농부들은 장기적인 결과에 집중해서 인내심 있게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한 환경에 살고 있어서 신속한 판단 능력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ADHD의 특성이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완벽한 ADHD 환경


ADHD 유전자가 아리알 부족 사냥꾼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듯하다는 점은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다. 사냥을 하던 우리 선조들(농업이 발달하기 전인 약 1만 년 전에는 선조들도 사냥꾼이었다.)도 이 유형의 유전자를 지녔으면 유리했으리라고 믿을 만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찾아 이곳저곳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사냥하는 환경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충동적인 성격이 신속한 판단을 내릴 에너지가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는 ADHD가 있는 사람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운 환경이다. 인류는 역사 대부분을 그런 환경에서 살았다. 같은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우리가 ADHD와 결부하는 특성들이 역사적으로는 대단히 요긴했음을 깨닫게 된다. 반대로 생각해서 만약 충동성과 과잉행동이 문제만 일으킬 뿐 그 어떤 장점도 주지 못했다면 요즘에 ADHD 사례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특성은 자연선택 때문에 도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ADHD 유전자는 사냥꾼한테만 이로운 특징이 아니다. 방랑생활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도 이 유전자가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여기서 말하는 '방랑'은 이사나 이직을 자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거처를 자주 옮기며 살았던 원시인의 생활방식을 말한다). 이 유전자는 자리를 옮겨다니며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고 싶어 하는 욕망과 관련된 듯하다. 이를테면 일종의 '탐험가 유전자'인 셈이다.

인류는 아프리카 동부에서 기원해 지난 10만 년 동안 지구 전체로 퍼져나갔다. 새로운 환경을 발견하고 미지의 풍경을 찾아내는 일은 우리 안에 들어있는 근본 속성이고, 인류의 생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이런 탐험의 욕구는 요즘에 살았다면 ADHD 환자 소리를 들었을 사람들로부터 비롯된 부분이 컸으리라 추측해볼 수 있다.

뇌는 움직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유전자 하나가 그것이 발현되는 환경에 따라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는 사례는 아리알 부족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회적 맥락이나 직종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특성이 다른 곳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특성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이제 ADHD의 속성이 장점으로 작용할 만한 상황이 별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성격이나 충동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는 그런 행동을 피하려 하고, 아이들이 하면 뜯어말린다.

바꿔 말하면 사바나의 사냥꾼에게 ADHD가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이제는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먹을 것을 찾아 사냥하지 않는다. 그냥 식료품 가게에 가서 사 온다.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는 성격을 만드는 유전자 역시 별 도움이 안 된다. 우리가 정착할 만한 미지의 비옥한 계곡 땅을 발견했다고 보상받을 일이 없다. 이미 그런 땅은 남아 있지 않다. 오히려 궁둥이 붙이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고 벌이나 받을 공산이 크다. ADHD가 있는 사람 중에는 감각이 과민한 경우도 많다. 이들은 사바나에서 먹잇감이 조금만 움직여도 눈치챌 수 있고, 따라서 사냥 성공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작은 소리만 나도 정신이 그쪽에 팔려서 선생님이 칠판에 적는 내용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은 벌을 받게 된다. ADHD가 있는 사람에게는 요즘이 참 살기 어려운 시절이다. 한때는 이로운 성격으로 여겼던 것이 현대 도시 사회에서는 약으로 치료해야 할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ADHD를 골칫거리로만 여기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약물치료 말고도 ADHD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할 다른 방법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중 하나는 생활방식을 바꾸어 우리가 진화한 방식대로 살아보는 것이다. 다시 사바나로 돌아가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거나 헬스장에 다닐 수는 있다. 그렇게 하면 인지 능력에 대한 요구가 커진 현대사회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ADHD가 있는 사람에게 운동이 대단히 좋은 결과를 낳은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인지 모른다. 머나먼 과거에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던 신체적 도전을 운동을 통해 만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운동을 위해 만들어진 뇌를 가지고 있지만, ADHD가 있는 사람의 뇌는 특히나 운동에 맞춰져 있다! 운동과 신체활동이 ADHD가 있는 사람의 집중력을 올려주듯이 집중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딴생각에 빠져드는 사람에게도 운동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쨌거나 우리는 모두 ADHD 스펙트럼 위 어딘가에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 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집중력 문제가 어느 한 가지 이유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집중력에 영향을 주는 중격의지핵(즉, 보상 중추)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정된다. 뇌의 내부 소음도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고, 소음을 줄이고 주의력을 높이는 능력도 이마엽마다 제각각이다.

한마디로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집중력이 신체활동 수준에 영향을 받는 것은 모든 사람의 공통점으로 보인다. 몸을 잘 움직이지 않는 습관을 개선하기만 하면 집중하는 능력도 좋아진다.

운동으로 소음에 대응하자

 

요즘은 2003년까지의 인류 역사 전체를 통틀어 만든 만큼의 디지털 정보를 단 이틀 만에 만들어낸다. 우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만들어지는 정보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고, 당분간 이 속도가 느려질 일은 없어 보인다. 한편, 이 정보과부하에 대처해야 할 우리 뇌는 지난 수천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집중력이 가끔 흐트러지기도 하고 이런 정보의 흐름을 수용하기 위해 온갖 도움이 필요하게 된 것도 딱히 놀랄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더 많은 진단과 약 처방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자신의 생활방식을 들여다보면서 어떤 변화를 통해 집중력을 향상할 수 있을지 살펴보아야 한다.

집중력을 추가로 끌어올리는 방법은 식이보충제나 인지 훈련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바로 운동이라는 사실을 연구들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신체활동은 우리가 진화해온 세상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이 사회에 더욱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라도 우리는 운동이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 ADHD가 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부디 이 장을 통해 운동이 집중력에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깨달았으면 좋겠다.

 

안데르스 한센. (2018).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 (김성훈, 역). 서울: 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