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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천연의 집중력 향상제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11. 10:14

도파민 수치가 낮아지거나 제대로 조절이 안 되면 소음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다시 도파민 시스템이 불충분하게 활성화된 상태로 남아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그다음에 취해야 할 단계는 저하된 집중력을 치료하고 인위적 수단을 동원해서 도파민 수치를 끌어 올려 안정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ADHD 치료제 대부분이 사용하는 메커니즘이다. 이 치료제들은 도파민 수치를 끌어 올리고 다시 집중력을 향상해준다. 많은 ADHD 환자가 약을 먹으면 의식이 더 예리하고 분명해진다고 주장한다. 이는 아마도 내장된 것이든 외부에서 온 것이든 뇌 속의 웅얼거림을 조용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약을 먹는 사람이 모두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치료제 복용을 원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가끔 집중력 저하로 곤란을 겪어도 모든 특성을 완벽하게 갖춘 ADHD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도 도파민 수치를 끌어 올릴 방법이 없을까? 물론 있다. 몸을 움직이면 된다.

ADHD가 있든 없든 운동이 인간의 집중력 향상에 이롭게 작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신체활동이 도파민 수치를 끌어 올리고 주의와 보상 관련 시스템을 세밀하게 조율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는 신체활동을 하고 나면 먼저 도파민 수치부터 올라간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도파민 수치는 운동하고 몇 분 후부터 증가하고, 몇 시간 동안 그 상태로 남는다. 그래서 운동하고 나면 머리가 예리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지고 차분한 기분을 느낀다. 기분이 좋아지면 집중하기도 쉬워진다. 웅얼거림이 조용해지기 때문이다.

격렬한 운동을 할수록 도파민 수치도 더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도파민의 관점에서 보면 걷기보다는 달리기가 더 낫다. 이는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를 한 번 해보고 기분이 바로 좋아지지 않거나 집중력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운동을 많이 할수록 분비되는 도파민도 많아진다. 뇌는 운동할 때마다 도파민 수치를 더욱 더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를 자주 할수록 그 보상으로 얻는 도파민의 양도 많아진다. 즉, 운동을 마칠 때 느끼는 기분이 점점 더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도파민은 행복감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집중력도 훨씬 더 좋아진다. 바꿔 말하면 운동은 집중력 향상에 효과적이면서 아무런 부작용도 없는 치료제인 셈이다. 더군다나 운동을 오랜 기간 지속할수록 그 효과가 더욱 강화된다.

뇌의 대장 이마엽

 

도파민은 이마엽에 여러 가지 큰 영향을 미친다. 뇌에서 결정을 내리는 부위가 바로 이마엽, 그중에서도 특히 앞쪽에 자리 잡은 앞이마엽이다. 이곳은 뇌의 대장이자 가장 발달한 영역이다. 단순히 충동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장기적 목표를 세워 따라갈 수 있는 능력도 여기서 나온다. 추상적 사고, 수학적 사고, 논리적 사고 등 우리를 여타 동물과 구분해주는 고등 인지기능도 마찬가지다.

집중력 조절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곳도 역시 이마엽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우리 뇌 깊은 곳에는 수많은 난류가 존재하는데 이마엽은 이 소란을 잠재우고 마치 필터처럼 소음을 제거해서 우리가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보상을 기다릴 줄 아는 능력


이마엽의 작동방식은 우리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1970년대에 심리학 교수 월터 미셸 Walter Mischel은 아이가 보상지연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로 그 아이의 장래 성격을 예측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보상지연 능력은 주로 이마엽에서 담당하는 기능이다. 미셸의 만족 지연delayed gratification 검사에서는 만 4세 아이에게 마시멜로를 손에 하나 쥐여 주고 지금 당장 한 개를 먹을지 아니면 20분 기다렸다가 두 개를 먹을지 선택권을 줬다. 아이들은 대부분 유혹을 참지 못하고 2~3분 기다리다 결국 마시멜로를 먹어버렸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참고 견뎠고, 그중에서도 또 일부는 마시멜로를 한 개 더 받기 위해 꼬박 20분을 기다렸다.

미셸은 이 아이들을 수십 년 동안 추적했다. 만족을 지연할 수 있었던 아동은 평균적으로 공부를 더 잘해서 어른이 되었을 때 더 높은 학위 수준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비만 같은 문제를 더 적게 겪었고 스트레스에도 더 잘 대처했다. 이마엽의 기능 차이는 어린 시절부터 확인할 수 있고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4살짜리 아이가 사탕을 먹고 싶은 충동을 조절하려면 엄청난 자제력이 필요하다(어른도 마찬가지지만). 그런 자제력은 집중력과 관련 있는 기능이다. 검사에서 어떤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는 큰 이유는 좋은 집중력 덕분에 미래의 보상에 모든 관심을 집중할 수 있어서다. 연구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어떤 아이는 참다 참다 폭발해서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자기 앞에 있는 의자를 발로 미친 듯이 차기도 한다. 20분을 참아낸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물어보면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두 개나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고 대답한 아이가 많았다.

이런 종류의 집중력과 만족지연 능력은 인지조절cognitive control로도 알려진 수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다. 이것은 월트 미셸이 말했던 뇌의 '냉각 시스템cooling system'의 일부다.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속도는 느려도 더 정교한 이 뇌의 시스템을 '시스템 2 system 2'라고 불렀다. 역사 전반에서 과학자들과 저자들은 저마다 이 시스템에 각양각색의 이름을 붙였지만, 모두 동일한 것을 가리킨다. 이는 고등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이마엽과 앞이마엽에서 기원하며, 충동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신체활동이 활발할 때 여러 경로를 통해 강화된다.

인간이 뇌를 통제하지, 뇌가 인간을 통제하지 않는다


이마엽은 신체활동으로 가장 많이 강화되는 뇌 영역 중 하나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의 이마엽은 다른 뇌부위와의 연결이 더 강해진다. 이마엽이 나머지 뇌 영역을 통제하고 영향을 미치려면 이 연결이 대단히 중요하다. 신체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이마에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지므로 혈액 공급과 폐기물 제거가 더 쉬워진다. 걷기와 달리기로 더욱 튼튼한 이마엽을 만드는 과정은 강력하기는 해도 즉시 일어나는 과정은 아니다. 운동장 한 바퀴를 달렸다고 바로 무언가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몇 달 정도는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변화가 느껴질 것이다.

이마엽은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 마시멜로 검사의 창시자 월터 미셸은 유혹을 참지 못하는 아이가 나중에 커서 문제가 생길 운명을 타고났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강조한다. 누구나 유혹을 참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연습에서 신체활동이 아마도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뇌가 우리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활동을 통해 뇌를 통제하는 것이다. 자신의 컨디션을 가능한 최고의 상태로 끌어올리고 싶다면 신체활동을 유지하자.

안데르스 한센. (2018).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 (김성훈, 역). 서울: 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