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창조하는 뇌의 세 가지 전략: 휘기, 쪼개기, 섞기 본문
인간은 끝없이 창조한다. 원재료가 언어적이든 청각적이든 아니면 시각적이든 일종의 만능 조리 기구를 세상에 집어넣으면 거기서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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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호모 사피엔스의 노력으로 능력이 배가된 우리의 타고난 인지능력은 점점 빠른 속도로 혁신하는 사회, 가장 최신 아이디어를 먹고사는 사회를 만들어냈다. 농업 혁명에서 산업 혁명까지는 무려 1만 1,000년이 걸렸지만 산업 혁명에서 전구 발명까지는 12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인간이 달에 착륙하기까지는 고작 90년이 걸렸다. 거기에서 월드와이드웹까지는 22년이 걸렸고 다시 9년 후에는 인간 게놈을 완전히 해독했다. 역사적인 혁신이 보여주는 그림은 분명하다. 중요한 혁신과 혁신 사이의 기간이 급속도로 짧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를 흡수해 그것을 더 좋게 만드는 인간의 두뇌에 우리가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세상을 재창조할 때 애플과 NASA의 엔지니어, 포드, 콜리지, 피카소는 모두 과거의 전례에서 시작했다. 언뜻 그들이 해낸 방식이 전혀 달라보일 수도 있다. 전자 제품과 자동차, 시, 그림을 재창조하는 일에는 판이한 종류의 정신적 작업이 필요하니 말이다. 흔히 창의적인 사람은 주변 세상을 재창조하는 데 서로 다른 다양한 방법을 쓸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인지활동 틀을 크게 휘기 Bending, 쪼개기 Breaking, 섞기 Blending 라는 세 가지 기본 전략으로 나눠 생각하려 한다. 우리가 제시하는 이 세 가지야말로 모든 아이디어가 진화해가는 핵심 전략이다.
휘기, 쪼개기, 섞기(3B)는 혁신적 사고를 뒷받침하는 뇌 활동을 포착하는 한 방법이다. 이 세 가지 정신활동은 각각 혹은 서로 합쳐져 인간이 휴대 전화 사이먼에서 아이폰에 이르는 또는 토착 미술품에서 현대 미술 탄생에 이르는 모든 혁신을 이루게 해준다. 이 세 가지 전략을 기반으로 아폴로 13호는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고 포드의 자동차 공장도 생겨났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상상력이 어떻게 이 같은 인지 메커니즘 날개를 이용해 날아가는지 보여줄 것이다. 주변의 모든 것에 인지 소프트웨어를 적용함으로써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간다.
휘기, 쪼개기, 섞기는 우리가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토대다. 예를 들어 우리의 기억은 비디오를 녹화하듯 우리가 하는 경험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기록하지 않는다. 기억에는 왜곡과 축약, 흐릿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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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된 그대로 출력하는 것이 아니라서 똑같은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고도 기억이 제각각 다르고, 똑같은 대화에 참여하고도 나중에 얘기가 달라진다. 인간의 창의성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거쳐 생겨난다. 우리는 자신이 관찰하는 모든 것을 휘고 쪼개고 섞는다. 이 세 가지 전략 덕분에 우리는 주변 현실에서 벗어나 멀리 갈 수 있다. 인간은 정확하고 세세한 정보를 오래 유지하는 일에는 서툴지만 가상 세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일에는 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뇌가 각기 다른 구역으로 나뉘어 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접근 방식은 뇌의 가장 중요한 측면을 간과한다. 사실 뉴런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어떤 뇌 구역도 혼자 일하지 않는다. 뇌의 각 구역은 마치 인간 사회처럼 끊임없이 왁자지껄 논쟁을 벌이고 타협하거나 협력하며 움직인다. 이 광범위한 상호작용이 인간의 창의력을 뒷받침해주는 신경학적 토대다.
물론 어떤 기능은 특정 뇌 구역에 한정되지만 창의력은 뇌 전체의 움직임으로 생기며 이때 방대한 신경 네트워크가 전면 협력한다. 이 방대한 상호연결성으로 인간의 뇌는 3B를 광범위한 경험에 적용한다. 끊임없이 세상을 받아들여 완전히 씹어 먹은 뒤 새로운 세상으로 바꿔 내뱉는 것이다.
세 가지 창의적 전략을 적용하는 데 능한 것은 인간의 커다란 장점이다. 한정적인 옵션으로 놀랄 만큼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내니 말이다. 자연이 DNA를 재배열해 만들어낸 것을 생각해보라. 깊숙한 바닷속에 사는 식물과 물고기, 땅 위에서 풀을 뜯고 먹이를 찾아다니는 동물,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새, 뜨겁고 찬 곳·고도가 높고 낮은 곳·열대 우림과 사막에 사는 유기체는 모두 네 가지의 같은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 (DNA와 RNA 같은 핵산의 기본 구성 단위.-옮긴이)를 서로 다르게 섞어 만든 생명체다.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아메바부터 빌딩처럼 큰 고래까지 수백만 종의 생명체가 이전 버전을 재조직해서 만들어졌다. 인간의 뇌 역시 입력된 것을 바꾸고 재배열하는 몇몇 기본적인 기능으로 혁신을 거듭한다. 우리는 경험의 원재료로 휘고 쪼개고 섞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든다. 이 세 가지 전략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행동이 샘솟듯 끝없이 생겨난다는 얘기다.
다른 동물들도 드문드문 창의력을 보이지만 인간만큼 뛰어난 창의력을 보이는 동물은 없다. 무엇이 인간을 그렇게 만들어주는 걸까? 인간의 뇌는 감각적 자극과 반응 간의 구역에 보다 많은 뉴런이 있어서 신경회로에 더 많은 추상적 개념과 경로가 생길 수 있다. 더구나 인간은 유난히 사회성이 뛰어나 서로 상호작용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서로에게 정신적 씨앗을 뿌린다. 때로 인간의 창의력은 기적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로 간의 협력으로 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데이비드 이글먼. (2019). 창조하는 뇌 (엄성수, 역). 서울: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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