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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과 기억력을 끌어올려야 할 때, 노르아드레날린 본문

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집중력과 기억력을 끌어올려야 할 때, 노르아드레날린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28. 10:00

'투쟁-도피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이유

Norepinephrine


질책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심리기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뇌과학자들은 이것을 '노르아드레날린 효과'라 한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아미노산을 원료로 생성되는 '카테콜아민'의 일종으로, 부신수질에서 혈액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부신은 신장 위에 있는 호르몬 분비기관으로 부신수질은 부신의 일부이다.

Adrenal glands


또 노르아드레날린은 시냅스 틈 사이에 있는 '노르아드레날린 작동성 뉴런'에서 방출되는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하다. 뇌간에 있는 신경핵 중 하나인 청반핵에서 시상하부, 대뇌변연계, 대뇌피질 등에 투사하여 주의집중, 각성, 판단, 워킹메모리, 진통 등의 뇌의 작용에 관여한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아드레날린과 함께 ‘투쟁’과 ‘도피’에 대한 반응을 낳는 물질이다. 심박수를 직접 증가시키는 등 교감신경계를 움직여 지방을 에너지로 변환시키고, 근육의 순발력을 높인다. 원시인이 야산을 걷다가 갑자기 포악한 검치호랑이와 맞닥뜨렸다고 가정하자. 당장이라도 덮칠 기세로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검치호랑이. 그때 그의 머릿속에서 측두엽내측 안쪽에 존재하는 편도체가 이 외부자극이 '불쾌'한지 아닌지를 판정한다. 검치호랑이와의 조우는 공포, 즉 불쾌한 체험이므로 편도체는 '위험하다는 상황 판단을 내려 신속하게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그 순간 취해야 하는 행동은 2가지밖에 없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심박수가 올라가고 뇌와 골격근에 혈액이 퍼진다. 싸우든 도망치든 순발력이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뇌와 몸을 준비상태로 만드는 것이 노르아드레날린의 역할이다.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각성도와 집중력이 올라간다. 멍하니 있던 뇌가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싸울지 도망칠지 순간적으로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뇌의 능력도 크게 올라가는 것이다.

또한 노르아드레날린에는 '아픔'을 잘 느끼지 못하게 하는 작용도 있다. 일종의 진통작용이다. 검치호랑이와 싸우다 팔을 긁히면 맹렬한 통증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 통증에 괴로워하기만 하면 잠시 후에는 목을 물려 죽을지도 모른다. 위기상황에서는 다소 상처를 입어도 거기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뇌의 작용으로 통증이 진정되면 생존을 위한 싸움을 지속하거나, 그만두고 줄행랑칠 수 있다. 그렇기에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아픔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목숨이 걸린 긴박한 상황에서는 아드레날린이나 베타엔도르핀 등 기타 진통효과가 있는 뇌 내 물질이 함께 분비된다. 다만 노르아드레날린의 역할도 적지 않다는 말이다.

노르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을 나눠쓴다면?


노르아드레날린형 동기부여 : 공포, 불쾌함, 꾸중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도파민형 동기부여 : 즐거움, 상, 칭찬 등 보상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자녀교육에 이를 적용하면, 아이가 혼나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노르아드레날린형 동기부여이고, 칭찬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도파민형 동기부여다. 두 호르몬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또 노르아드레날린형 동기부여는 위험회피, 위기회피형 반응이므로 즉효성이 있다. 한편 도파민형 동기부여는 결과와 보상이 주어지면 '다음에도 열심히 하자!'라고 동기부여를 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작동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 즉 단기적으로는 노르아드레날린형 동기부여로 열심히 하고, 장기적으로는 도파민형 동기부여로 열심히 하는 것이 최상이라 할 수 있다.

노르아드레날린은 기억력에 영향을 준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스트레스 반응 외에도 뇌 속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바로 '워킹메모리'다. 워킹메모리는 이른바 '뇌의 메모장'이다. 아주 짧은 순간, 일시적으로 정보를 축적해두는 공간이다. 요리할 때 도마 위에 재료를 올려놓듯이, 뇌가 거기에 '정보'를 늘어놓고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친구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고 치자. '1234-5678'을 듣고 그 번호를 주소록에 등록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5~10초는 걸린다. 그 몇 초간 '1234-5678' 이라는 문자열이 워킹메모리에 일시적으로 저장된다. 그러나 일시적인 저장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곧 잊힌다.

이 워킹메모리를 관장하는 것은 뇌 뒤쪽에 있는 '전두전야'라는 부위다. 전두전야는 인간의 뇌에서 가장 발달한 부위이며 대뇌피질의 약 30%를 차지한다. 고도의 뇌활동을 한다고 알려진 유인원도 전두전야의 비율이 10% 이하였으니, 인간에 비하면 훨씬 적은 편이다. 그래서 전두전야를 '인간의 인간다움을 관장하는 부위'라고도 부른다.

이 전두전야는 뇌 내의 각종 정보가 집합하는 곳이기도 하고, 생각 · 의사결정 · 행동조절 · 감정조절 · 소통 등 인간의 중요한 행동 대부분을 관장한다. 전두전야에는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등도 분포되어 있지만, 노르아드레날린은 도파민과 비슷한 정도로 워킹메모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적당한 노르아드레날린은 적당한 흥분을 일으켜 워킹메모리의 활동을 돕는다. 반면 과도한 노르아드레날린은 과도한 긴장상태를 일으켜 오히려 워킹 메모리가 활동하지 못하게 한다. 즉 노르아드레날린의 활성 정도에 따라 워킹메모리의 활동상태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때 중요한 것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적당한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그 결과 워킹메모리를 활발하게 하고 뇌의 회전을 가속화해 업무효율과 수준이 높아진다.

뇌에 관한 책을 다수 출간한 도호대학교의 아리타 히데호 교수는 '도파민은 학습, 노르아드레날린은 업무뇌, 세로토닌은 공감뇌'라고 표현한다. 워킹메모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노르아드레날린은 '업무뇌'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일'을 하는 데 무척 중요하다.

깜빡하는 실수로 발견하는 우울증


컴퓨터 메모리를 늘리면 프로그램 돌아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다. 노르아드레날린 분비가 늘어나 주의력과 집중력이 향상되고 작업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메모리를 늘린 것과 비슷하다. 워킹메모리가 활성화되었을 뿐인데 뇌의 움직임도, 업무효율도 크게 올라간다. 반대로 노르아드레날린 분비가 줄어 워킹메모리의 활동이 둔화되면 이른바 '우울증' 상태가 된다.


우울증 증상으로는 의욕 저하와 기분이 가라앉는 느낌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2가지 대표증상은 우울증 초기에는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주의력 저하와 집중력 저하'는 우울증 초기부터 많은 환자에게 나타난다.

노르아드레날린 활성이 떨어지면 기억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워킹메모리 기능도 저하되기 때문에 그 증상이 '깜박깜박하는 실수'로 나타난다. 구체적인 행동으로는 '업무상 사소한 실수가 잦아졌다.', '중요한 약속을 자주 깜박한다.', '상대방의 말을 잘못 듣거나 놓치는 일이 많다.' 등이 있다.

이런 징후가 모두 우울증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뇌가 지쳐 있을 가능성은 높다. 뇌 속 노르아드레날린의 활성이 둔화된 상태라는 것이다. 그럴 때는 '과로하지 않았나? 쉴 틈 없이 밀어붙인 게 아닐까?', '휴식을 제대로 취하고 있나?', '잠은 잘 자고 있나?' 등 생활패턴을 점검해보자. 과로하는 습관, 제대로 쉬지 않고 무리하는 습관, 무질서하고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정말 우울증에 걸린다.

뇌과학적 측면에서 말하자면 우울증은 '노르아드레날린이나 세로토닌이 바닥난 상태'를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되는 노르아드레날린은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계속 방출된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노르아드레날린이 바닥난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태=긴장이 이완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장기간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세로토닌이 저하된 상태로 고착된다. 그런데 세로토닌이나 노르아드레날린은 생성되는 속도에 한계가 있다. 생성량 이상으로 분비되는(소비되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이윽고 바닥을 드러낸다. 그리고 우울증 상태가 지속되면 노르아드레날린이나 세로토닌을 생성하는 속도 자체가 느려져 더욱더 쉽게 고갈된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노르아드레날린에도, 세로토닌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뇌 내 물질을 생성하고 분비하는 데는 개인차가 있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며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이 원활하게 분비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격무에 시달려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직장에서도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있고,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 있다. 개인차가 존재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직장에서 우울증에 걸리면 상사에게 '못난 인간', '나태한 사람'으로 찍히는 일조차 있다니, 정말 이상한 이야기다.

스트레스에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뇌내 물질의 생성이 저하되는 것은 생물학적 요인도 크다. 이런 뇌과학적 변화 때문에 우울증이 생겼는데, 그런 사람에게 '마음먹기 달렸다.', '정신력으로 이겨내라', '노력하면 돌파할 수 있다.'는 조언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책임하다.

잘 쉬는 방법을 궁리해서 노르아드레날린을 조절한다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노르아드레날린이 부족해지고, 그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확실하게 '쉬는 것'이 그 비결이다.

일할 때는 '완급'을 의식하며 해야 한다. 일할 때는 열심히 집중하고, 일을 하지 않을 때는 푹 쉬거나 마음껏 논다. 이런 재충전 시간을 확보하면 팽팽하게 잡아당겨진 긴장의 끈이 아예 끊어지거나 늘어져버려 노르아드레날린이 계속 흘러나오는 상태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가바사와 시온. (2018).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오시연, 역). 서울: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