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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능력과 몰입 에너지가 필요할 때, 아드레날린 본문

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신체능력과 몰입 에너지가 필요할 때, 아드레날린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29. 09:00

분노, 너무나 익숙한 마음상태


아드레날린은 공포나 불안을 느낄 때 교감신경의 지령을 받아 부신수질에서 분비되는 '투쟁'과 '도피'를 돕는 호르몬이다.
아드레날린이 혈액을 타고 방출되면 심박수와 혈압이 올라가면서 근육에 혈액이 퍼진다. 또 혈당을 높이고 동공이 확장되며 뇌의 각성도와 주의집중력을 높여 신체와 뇌를 '임전상태'로 만든다.

여기까지 읽으면 앞장에서 나온 노르아드레날린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이름도 비슷하다. 둘 다 공포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도피 호르몬'이다. 그렇지만 두 호르몬이 완전히 같진 않다. 주로 뇌와 신경계를 중심으로 활약하는 것이 노르아드레날린이고, 뇌 이외의 신체장기,특히 심장과 근육을 중심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드레날린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노르아드레날린과 아드레날린, 도파민은 모두 흥분계 신경전달물질로서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드레날린은 '티로신 → L-DOPA → 도파민 → 노르아드레날린→ 아드레날린'이라는 과정을 거쳐 생·합성된다. 노르아드레날린이 부신수질에서 아드레날린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노르아드레날린은 부신 이외에 교감신경 말단에서도 분비되지만, 아드레날린은 부신에서만 분비된다.

노르아드레날린과 아드레날린 수용체는 뇌 내를 비롯한 전신에 존재한다. 다만 비율을 보면 노르아드레날린 수용체는 뇌에 주로 분포되어 있고 아드레날린 수용체는 전신의 장기에 분포되어 있다. 특히 심근과 평활근 등의 근육에 많다. 그래서 아드레날린은 심장과 근육을 중심으로 활약한다. 한편 아드레날린은 집중력 증강효과와 기억정착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어 뇌 내 정신기능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아드레날린'이라는 용어는 주로 일본과 한국, 유럽에서 쓰인다. 미국은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대신 각각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금메달을 안겨준 '샤우팅'

 


소리를 크게 지르면 뇌가 자극을 받아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이 '샤우팅 효과'는 실험에서도 밝혀졌다. 예를 들어 배구경기에서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기 직전이나 타임아웃이 끝나고 다시 시작될 때 '파이팅!'하고 소리를 지른다. 야구경기에서도 경기 시작 전에 함성을 질러 기분을 고조시키고 단결심을 고취한다. 격투기나 검도선수들도 공격하는 순간이나 공격하기 전에 소리를 질러 '기합'을 넣는다. 아드레날린으로 심리적 단합을 꾀하는 동시에 근육에 힘이 솟게 하는 것이다.

종종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뇌과학적으로 맞는 말이다. 막다른 골목이다 싶어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순간,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체기능과 집중력이 향상되어 평소 실력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아드레날린은 천사이자 악마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이므로 스트레스에 반응해 빠르게 분비된다. 이 호르몬들로도 스트레스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에는 뇌하수체에서 ACTH(부신피질자극 호르몬)이 분비되고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솔 분비된다.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몸과 마음의 구급차'이다. 아드레날린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선발부대이고 코르티솔은 후발부대다. 당연히 후발부대가 더 강력하게 기능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하면 나쁜 호르몬처럼 들릴 수도있지만, 사실은 순환기계, 내분비계, 면역계 등 전신에 작용하여 각종 스트레스로부터 몸을 지켜준다. 우리를 보호해주는 '착한 호르몬'인 것이다.

 


누구나 매일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분비된다. 코르티솔의 경우 이른 아침에 많은 양이 분비되다가 점점 줄어들어 밤에는 적어진다. 아드레날린도 낮에는 많은 양이, 밤에는 적은 양이 분비된다. 이렇게 낮과 밤에 따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체내 리듬을 '서커디안 리듬Circadian rhythm' 혹은 '일주기 리듬'이라고 한다. 즉 깨어 있을 때 겪는 생활 자체가 전부 스트레스이므로 그에 대응하기 위해 매일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분비되는 것이다.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분비는 생리적인 반응이므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밤에도 코르티솔의 혈중 수치가 높으면 문제다. 코르티솔에 있는 '면역억제작용'이 체내 면역활동을 저하시켜, 그 영향으로 감염방어력이 약화되고 감염병에 걸릴 수 있다. 림프구 활동도 억제하므로 암에 대한 면역력도 약화되어 암에 걸리기 쉬워진다. 또한 인슐린 작용을 억제하므로 코르티솔이 높은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비만의 원인이 되고 당뇨병에 걸리기 쉽다. 우울증 환자도 코르티솔이 높은 경향이 있는데, 이것 역시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의 몸은 낮에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밤에는 휴식을 취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다른 호르몬이 나온다. 그런데 야간에도 스트레스 반응이 이어져 하루 종일 스트레스 호르몬이 활동하게 되면 몸과 마음의 구급대가 지쳐버린다. 아드레날린도, 코르티솔도, 낮에는 곁에 두고 싶은 천사이지만 밤이 되면 악마로 변신한다.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거나, 잠시도 쉬지 않고 긴장감을 주는 환경, 만성적 수면부족을 만드는불규칙한 생활패턴 등이 악마의 얼굴을 한 스트레스 호르몬을 활동하게 하는 원인이므로 그런 요인을 없애고 천사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 몸의 장기는 자율신경에 의해 조절되는데 이러한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교감신경은 '낮에 활동'하는 신경이고, 부교감신경은 '밤에 휴식'하는 신경이다. 낮에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전신의 장기가 활발하게 움직인다.그러나 밤에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휴식모드'에 들어간다. 낮에 실컷 일한 장기를 밤에 쉬게 해서 회복시키는 것이다.

밤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2차선 도로 중 한 차선을 막고 도로공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낮에 많은 차가 달려서 손상된 도로를 밤새 수리, 복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우리 몸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자율신경계를 억제하는 주요 뇌 내 물질은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아세틸콜린이다. 아드레날린은 교감신경계에 작용하기 때문에 밤에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장기가 회복되지 않아 면역력이 저하된다. 아드레날린 분비를 낮과 밤에 따라 온오프하는 것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스위치를 온오프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긴장과 불안은 통제할 수 있다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긴장되면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그 결과 집중력과 근력이 향상되어 몸과 마음이 전투태세로 변한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은 긴장했다는 증거라기보다는 '뇌와 몸이 최고의 성과를 발휘할 수 있는 상태'라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니 중요한 회의 전에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평소보다 훨씬 잘할 징조다!'라고, 위기에 처했을 때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위기를 극복할 징조다!'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성공한다는 증거', 이 말을 주문처럼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기 바란다. 뇌내 물질의 작용원리를 알고 있다면 두근거림이나 긴장도 두려울 것이 없다.

하지만 심장이 너무 심하게 뛰면 그것도 문제다. 지나친 흥분으로 머리가 멍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심호흡으로 아드레날린을 조절할 수 있다.

긴장했을 때는 심호흡을 해봐." 평소에 이런 말을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냥 하는 말이나 일종의 미신 같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올바른 긴장 완화법'이다. 심장이 빨리 뛰고 극도로 긴장한 상태라면 심호흡을 하자.

스트레스에 의한 아드레날린 분비는 육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밀집 환경에서 사육된 돼지, 소, 닭은 혈중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수치가 무척 높다는 연구 데이터가 있다. 좁은 닭장에 갇혀 거의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사육되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수반하므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현저히 높아지는 것이다. 코르티솔은 면역억제작용을 하기 때문에 코르티솔이 높은 상태가 계속되면 감염증을 비롯해 다양한 병에 쉽게 걸린다. 그러므로 사료에 항생물질이나 각종 기능성 식품을 섞어서 사육하지 않으면 곧 병에 걸린다.

항생물질이 들어간 사료를 먹고 자란 건강하지 않은 가축의 고기가 맛있을까? 활발하게 움직여 스트레스가 적은 가축의 고기가 더 맛있을까? 답은 뻔하다. '밀집 환경 + 운동부족 = 건강 적 신호'이라는 도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매일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며 직장과 집을 왕복하고 별다른 운동도 하지 않는, 그야말로 '닭장에서 키워진 영계'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30분만 일찍 집을 나서도 지하철 안이 좀 한가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밀집 스트레스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가바사와 시온. (2018).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오시연, 역). 서울: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