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습관과 목적이 있는 행동의 차이점 본문

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습관과 목적이 있는 행동의 차이점

siliconvalleystudent 2022. 10. 30. 21:44

 습관이란 행동부터 생각까지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것임에도 습관에 대한 연구 대다수는 비교적 '단순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더 나아가 우리의 관심사는 궁극적으로 습관이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하는가이지만, 내가 논하는 연구 대부분은 인간이 아니라 다른 종, 주로 쥐를 대상으로 행해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필요한 시간과 경험의 양을 고려했을 때 연구실에서 사람에게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가 분명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연구소에서 지내는 쥐는 매일 몇 시간의 훈련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과학적으로 관심을 갖는 주제가 약물 사용이나 과식처럼 '나쁜' 습관일 때가 많은데, 연구를 목적으로 인간에게 나쁜 습관을 심는 행위는 비윤리적이다. 물론 차이가 있다는 점 또한 항상 유념해야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설치류의 뇌 구조가 인간과 유사해 쥐 연구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지식이 많다. 뿐만 아니라 설치류는 다른 성별이 함께 하지 않는 이상 '먹이'라는 비교적 한 가지 대상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습관을 연구하기 매우 좋은 대상이다.

 

 설치류 연구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심리학자 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가 쥐의 학습 방법을 밝히는 데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널리 대중화된 '스키너의 상자'라는 조작적 조건형성실에 쥐를 넣는 것이다. 상자에는 레버를 누르거나 구멍에 코를 밀어 넣는 식으로 쥐가 반응할 수 있는 장치와 함께 먹이가 조금씩 나오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레버를 일정 횟수 누르면(또는 일정한 시간 내에 누르면) 먹이가 떨어지도록 설계되었다. 쥐는 먹이를 얻기 위해 레버를 눌러야 한다는 사실을 제법 빨리 배운다. 습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분석하는 다수의 연구가 이 방식을 기본 틀로 진행됐다.

 

 가령, 한 연구자가 쥐에게 레버를 누르면 먹이가 나온다는 것을 며칠 동안 훈련시켜 쥐들이 상자 안에 들어가자마자 곧장 레버를 누르기 시작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이때 우리는 이 행동이 '습관'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케임브리지 대학의 심리학자 앤서니 디킨슨이 이 질문에 가장 영향력 있는 답변을 제시했다. 디킨슨은 쥐가 이 행동을 한 번 익히고 난 뒤 레버를 계속 누르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먹이를 얻고자 하는 쥐가 보상이 주어진다는 걸 알고 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행동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디킨슨은 이를 '목표 지향적' 행동이라고 불렀다. 다른 이유는 딱히 목표가 없더라도 스키너 박스에서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고 학습했기 때문에 레버를 눌렀다는 것이다. 디킨슨이 '자극-반응' 또는 '습관적 행동'이라고 부르는 유형이다. 이 두 가지 차이를 바탕으로 디킨슨은 쥐가 목표를 갖고 레버를 누르는지 알아낼 한 가지 영리한 방법을 떠올렸다. 목표의 가치를 없앤 뒤 쥐가 해당 내용을 계속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예컨대, 쥐가 사료 알갱이를 보상으로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스키너 박스에 넣기 전 쥐에게 충분한 사료를 제공해 먹이에 싫증을 느끼게 만드는 방식으로 보상의 가치를 낮출 수 있다. 먹이를 양껏 먹어 배부른 쥐가 더는 레버를 누르지 않는다면 이 행위가 목표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더는 사료를 원치 않는 상태에서도 레버를 계속 누른다면 이는 습관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디킨슨이 아무런 목표 없이 특정한 자극(이 경우에는 레버의 존재)에 의해 촉발됐다고 말하는 행동이다.

 

 디킨슨의 연구진은 훈련 초기 단계의 쥐들이 목표 지향적으로 행동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보상의 가치가 떨어지자 더 이상 레버를 더 누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훈련이 계속되자 쥐들의 행동은 습관적으로 변해 보상을 원치 않을 때에도 계속 레버를 눌렀다. 초기 목표 지향적 통제에 의존하던 성향이 습관적 통제에 의존하는 성향으로 변화하는 패턴은 앞으로 습관에 대해 우리가 행한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될 사실이다.

 

 

러셀 폴드랙. (2022). 습관의 알고리즘 (신솔잎,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