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스트레스와 중독의 연결 고리 본문
지금껏 우리는 약물 사용의 보상 측면에 집중했지만 약물 사용의 어두운 면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브라이언 링커는 오피오이드 중독의 '끔찍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많은 중독자들에게 하품, 콧물, 허리 통증, 하지 불안, 가려움 등은 본격적인 금단 현상의 전조일 때가 많다. 나의 경우 헤로인이 점점 빠져 나가고 있다느 숨길 수 없는 징후는 소변을 볼 때마다 전해지는 찌릿한 느낌이었다. 이러한 명백한 징후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짜증스러울뿐더러 끔찍한 패닉으로 이어진다. 헤로인이나 오피오이드 같은 것을 당장에라도 몸 안에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도 끔찍한 증상이 찾아와 이것만 피할 수 있다면 거의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롭다. 식은땀, 메스꺼움, 설사, 몸살이 우울증, 불안과 모두 뒤섞여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곱씹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 몸에 혈당과 체온을 안전한 범위 내로 유지하기 위해 정교하게 조율된 시스템이 있는 것처럼 두뇌 또한 뉴런들이 과도하게 자극받지 않도록 하는 복잡한 프로세스들이 존재하는데, 바로 이 시스템들이 중독이 가진 어두운 면의 핵심이다. 이 변화들 중 일부는 보상 시스템 내에서 벌어진다. 단기적 약물 노출이 보상 시스템의 반응을 증가시키지만 시간이 경과하며 도파민에 대한 두뇌의 반응은 억제되는데, 이는 높은 수준의 도파민에 맞서 활동성을 정상화시키려는 시도로, 뉴런이 소모되는 것을 막고자 우리 뇌가 벌이는 노력이다. 앞서 등장한 PET 연구에서 필로폰 남용자의 도파민 수용체가 낮은 수준을 보였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한편, 보상 시스템 외부에서는 더욱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일련의 변화가 벌어진다. 이 변화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여러 두뇌 시스템에서 나타난다. 두뇌에서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일차적 시스템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다.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시상하부에서 CRF(코르티코트로핀 분비 인자 호르몬)가 분비되고, 이 호르몬이 뇌하수체로 이동해 또 다른 호르몬인 ACTH(부신피질자극호르몬)를 혈류에 방출한다. ACTH는 신장 제일 위에 위치한 부신으로 향하고, 부신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혈루에 분비한다. 두뇌 속 코르티솔 수용체는 코르티솔의 수치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하려고 ACTH의 분비를 부정적인 피드백 고리 안에서 통제한다. 중요한 점은 CRF에 대한 수용체가 보상과 감정에 관련한 두뇌의 수많은 영역에 존재하는데, 이 수용체가 약물 노출로 인해 민감해져 약물을 끊을 때 더욱 큰 스트레스 반응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특히나 동물 모델들로 진행한 연구는 CRF 활동성이 금단을 경험할 때 나타나는 우울 반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CRF의 활동성을 차단한 여러 실험에서도 장기간 노출 후에 약물을 끊은 설치류 동물들의 불안 반응이 낮아지는 현상이 확인되었다.
금단의 눈에 띄는 측면 또 하나는 불쾌감이라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로, 두뇌의 오피오이드 시스템 내 변화와 관련이 있다. 오피오이드라고 하면 즐거움을 떠올리기 쉽지만 도파민처럼 서로 다른 효과를 발휘하는 다양한 버전의 오피오이드 수용체가 있다. 지금 이 경우에는 카파 오피오이드 수용체가 부정적인 정서 상태와 연관이 있다. 이 수용체들을 활성화시키는 약물은 기분 장애를 유발하고, 해당 수용체를 차단했더니 쥐들에게서 약물 금단 증상이 줄어들었다. 이 수용체들은 다이놀핀이라는 호르몬으로 활성화디는데, 약물에 중독된 동물들의 뇌에는 이 호르몬이 증가해있다.
두뇌의 스트레스 시스템과 보상 시스템의 밀접한 연결 고리는 스트레스가 약물 사용자에게서 재발을 일으키는 강렬한 트리거가 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 연결 고리는 약물 사용이 두뇌 스트레스 반응의 변화를 유발하고, 스트레스는 약물의 유인적 현저성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제5장에서 봤듯이 스트레스는 우리의 행동에 통제를 행사하는 전전두피질의 능력도 저하시킨다. 뿐만 아니라 습관과 목표 지향적 행동 간의 균형에도 변화를 끼친다. 마크 패커드는 쥐를 통해 이 사실을 보여주었다. 십자형 미로 과제를 훈련받기 전에 포식자의 냄새에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은 학습하는 동안 습관 시스템에 더욱 크게 의존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는 파블로프-도구적 전이 반응을 유도하는 신호의 능력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켄트 베리지와 동료들이 진행한 한 연구에서 쥐들의 측좌핵에 CRF를 주입하자 필로폰을 주입한 것과 유사하게 파블로프-도구적 전이가 증가하며 스트레스가 보상 시스템에 끼치는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러셀 폴드랙. (2022). 습관의 알고리즘 (신솔잎,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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