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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정말 고칠 수 있을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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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정말 고칠 수 있을까?

siliconvalleystudent 2022. 11. 18. 09:22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기는 너무 쉽다

백신과 항생제가 세상에 등장하기 전, 대부분의 인간은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이를테면 1900년 디프테리아라는 질병은 미국 내 사망 원인 10위 중 하나로, 2017년 알츠하이머의 사망률과 비슷한 수준인 8,000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의료계 종사자로 교육을 받지 않은 이상 이 질병에 대해 들어본 적조차 없을 텐데, 백신을 통해 선진국에서는 거의 근절됐기 때문이다.

오늘날 선진국에서 성인 사망의 대부분은 현대의 라이프스타일과 환경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질병인 '현대병'이 원인이다. 2017년 주요 사망 원인인 심장병만 봐도 그렇다. 심장병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흡연을 선두로 심장병의 위험을 높이는 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행동을 우리는 알고 있다. 흡연자들은 비흡연자에 비해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두 배 높고, 이 위험은 금연 후 1년이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실제로 1960년대부터 심장병이 급격히 감소한 데는 흡연 인구 수가 줄어든 것이 크게 작용했다. 흡연은 다른 두 가지 주요 사망 원인에도 관련이 있다. 바로 암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다. COPD로 사망한 환자 열 명 중 최대 여덟 명이 흡연과 관련이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만으로도(그리고 이 결정을 끝까지 실천하는 것으로) 수만 명이 장기적인 고통과 조기 사망의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금연이 너무도 어렵고, 잠깐 동안 금연에 성공한다 해도 다시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기가 너무도 쉽다는 것이다. 그림은 행동 변화에 관련한 거의 모든 연구에서 관측되는 몇 가지 패턴을 나타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지난 반 세기 동안의 집중적인 연구도 이 현실을 변화시키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금연과 금주에 대한 여러 연구는 한결같이 1년 동안 이를 유지하는 사람이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체중 감량도 이와 비슷하게 어려운 일인데(어떤 다이어트 계획을 따르는가와 무관하게), 단기적으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항상 체중을 감량해내지만 2년 이상 유지하는 사람은 드물고, 결국에는 전보다 더 체중이 느는 경우가 많다. 한편, 변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간 사람들을 조사한 여러 연구가 성공적인 행동 변화의 중요한 원칙에 대한 몇 가지 통찰을 제시했는데, 이는 다음 장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행동 변화 연구에 나타난 새로운 사고방식

수많은 건강 문제가 행동 변화를 통해 나아질 수 있다면 의료진은 왜 우리의 행동이 변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 걸까? 상세한 생물학적 지식 덕분에 여러 의학 분야에서 그 효과가 가히 혁명적이라 여겨질 정도의 치료법이 개발되었다. 한 가지 놀라운 사례가 바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다. 1980년대만 해도 AIDS 진단은 곧 2년 안에 50퍼센트의 확률로 죽는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HIV 바이러스의 발견과 병용 요법의 발달로 이어져 AIDS 진단을 단기적인 사형 선고에서 장기적인 만성 질환으로 바꾸어놓았고, 현재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대다수가 10년 이상 생존한다. 이와 유사하게 암의 분자 생물학을 이해하게 된 것이 몇몇 특정 암의 치료법을 바꾸고 있는 표적 접근법으로 이어졌다. 현대 의학의 성공은 기본적인 생물학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얼마나 유용한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의학적 치료법들이 놀라울 정도로 치료 결과를 개선하는 동안 그러나 우리의 행동 변화 개입은 고질적인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 개입 전략을 탄생시킨 행동 변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아마도 애초에 잘못됐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생긴다. 실제로 심리학에는 여러 가지의 행동 변화 이론이 있다. 한 논문에서는 117개의 이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나의 일반적인 이론을 목표로 하는 몇몇 과학 분야와 달리 심리학자들은 자신만의 이론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다. 월터 미쉘이 이런 농담을 할 정도였다. "심리학자들은 다른 이들의 이론을 칫솔처럼 여긴다. 자존감 있는 사람 중에 다른 사람의 칫솔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행동 변화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는 이론은 범이론적 모델로 행동 변화의 여섯 단계를 정리한 것이다.

 

transtheoretical model

 

  • 계획전 단계: 행동을 변화시킬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상태
  • 계획 단계: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변화를 고려하는 상태
  • 준비 단계: 변화할 준비가 되었고 변화를 시행하기 위해 행동을 시작하는 상태
  • 실행 단계: 의도한 변화를 시행하는 상태
  • 유지 단계: 변화를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상태
  • 종료 단계: 행동이 완전히 바뀌었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상태

지극히 합리적이고 직관적으로 들리지만 질병에 대한 대부분의 이론과 비교해보면 위의 이론에는 아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가령, 암에 대해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지식은 세포 성장을 통제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세포들이 걷잡을 수 없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암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이 근본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특정 암을 대상으로 점점 더 성공을 거두는 표적 치료법의 개발로 이어졌다. 그러나 범이론적 모델은 행동 변화를 다소나마 효과적으로 만들어줄 근원적인 '두뇌 또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마치 암이 어떻게, 왜 생기는지에 대한 지식은 하나도 담겨있지 않은 채 암의 발달 단계에 따라 진행 과정을 단순히 설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접근은 암의 진행을 예측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이 질병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를 이해하는 데는 그닫지 유용하지 않다.

 

 

Cochrane


범이론적 모델이 행동 변화를 성공시키는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어떠한 의학적 치료에 관해 가장 객관적인 결과를 알고 싶을 떄면 나는 코크란 기구를 찾는다. 이 영국 단체는 '체계적인 리뷰'를 발표하는데, 최대한 편파적이지 않은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일련의 원칙에 따라 특정 주제에 해당하는 연구를 분석한다. 특히나 이 기구에서 제공하는 리뷰는 어떠한 치료가 효과적인지를 밝히는 데 최상의 증거를 제시하는 무작위 대조 시험의 결과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범이론적 모델을 바탕으로 한 비만 치료법의 효과를 분석한 최신 리뷰에서 이들은 분석의 포함 기준을 충족하는 무작위 대조 연구가 세 개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해당 리뷰는 연구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강력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고, 이 세 개의 연구가 제공하는 증거는 '질이 매우 낮다'고 결론지었다. 다시 말해 등장한 지 40년 가까이 됐으며 행동 변화 분야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는 모델이 정작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는 어떤 효과도 증명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분명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하나 희망적인 사실은 미 국립보건원의 여러 연구자들에게서 지지를 받은, 행동 변화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이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을 분석하듯 행동 변화를 분석하다

NIH는 단연 생물 의학 연구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자금 지원처로, 2016년에는 260억 달러 이상을 연구에 지원했다. 두 번째로 큰 자금 지원처인 EU가 37억 달러를 소비한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수준이다. NIH는 처음에는 암, 심장병, 당뇨, 약물 남용 등 질병 또는 기관계를 중심으로 조직되었다가 2007년, 다른 여러 질병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행동 변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커먼 펀드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 부분에 6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2008년경, NIH 내 여러 기관에서 모인 연구자들이 행동 변화의 기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을 해소해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이들은 행동 변화에 대한 연구가 실험 의학에서 쓰였던 접근법에 가까워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험 의학 접근법은 어떠한 치료법이 질병에 효과가 있는지를 단순히 확인하는 게 아니라 치료법이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나 이 접근법은 치료법의 기계적 표적을 이해하고, 해당 치료법이 표적에 어느 정도로 근접해 있는지를 측정하고, 치료법의 실제 효과도 파악한다. 특정 표적을 향한 전략이 치료법의 결과와 연계되면, 연구자는 이 전략을 극대화시켜 치료법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이를테면 눈앞의 보상보다 미래의 결과를 떠올리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싶다고 생각해보자. 이 능력은 (나중에 보게 되겠지만) 행동 변화에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실험 의학 접근법을 활용해 우리는 치료법이 실제로 눈앞의 보상을 두고도 미래의 결과를 기다리는 능력을 향상시켰는지 직접적으로 측정 가능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나아가 이 능력의 향상이 행동 변화의 향상과도 연계가 됐는지, 그래서 기다리는 능력을 가장 크게 향상시킨 사람이 행동 변화에서도 가장 눈부신 향상을 달성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접근법은 다른 의학 분야에서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고, 행동 변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이는 데도 큰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습관 변화를 위한 메커니즘

행동 변화에서 실험 의학적 사고를 채택한다면 개입의 '표적'에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 즉, 행동 변화를 향상시키기 위해 어떠한 사회적, 심리적 또는 신경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조종할 수 있을까? 제1장에서 제시한 프레임워크는 가능한 표적들을 대략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준다.

 

첫째는 환경이다. 환경은 우리를 어떤 행동에는 가까워지도록 이끌고 또 어떤 행동과는 멀어지도록 한다. 교회보다 바에서 흡연하는 것이 훨씬 쉬운 것처럼 말이다. 환경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하는 것으로 우리는 행동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둘째는 습관이다. 습관의 지속성은 행동 변화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껏 이 책을 읽으며 습관의 생물학적 기제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을 갖추었고, 뒤에 나올 제9장에서는 특정한 습관을 표적으로 삼는 데 이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몇 가지 방법을 살펴볼 예정이다. 다음 장에 나오겠지만 습관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활용한다면 빠지기 쉬운 함정을 피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목표 지향적 행동이다. 장기적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은 즉각적인 충동 또는 습관을 묵살하는 자제력뿐만 아니라 우리의 주의 집중을 요한다. 전전두피질과 자제력에 대한 상세한 신경 생물학적 지식이 행동 변화를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실천 가능한 도구를 제공해줄 것이다.

 

러셀 폴드랙. (2022). 습관의 알고리즘 (신솔잎,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