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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라

siliconvalleystudent 2022. 11. 16. 11:08

사람들에게 삶에서 원하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지 못한 이유를 물으면 이들이 말하는 1등 원인은 '나는 의지력이 부족해요'이다. 이러한 의지력에 대한 믿음은 의료인들에게까지도 넓게 퍼져 있다.

'의지력'이라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거부하거나(디저트를 하나 더 먹고 싶지만 참는 것),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하는 것(운동을 하기 싫지만 헬스장에 가는 것)으로 여긴다. 우리는 '훌륭한 의지력'을 지닌 사람들은 흡연의 욕구를 무시하거나 케이크보다 당근을 선택하는 식으로 그 순간의 충동에 거부하는 사람이라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완벽히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앞서 우리는 행동 억제 능력을 측정하는 정지신호 과제를 접한 바 있다. 만약 이런 류의 억제가 의지력에 필수적이라면, 어떠한 순간에 행동을 멈추는 능력이 자제력의 정도와 연관이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최근 한 연구에서 내가 속한 연구 팀은 5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반응 통제 능력과 자제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행동을 멈추는 데 걸리는 시간을 수치로 나타낸 정지신호 반응 시간과 자제력 척도 사이에는 사실상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매우 다양한 측정 방법을 동원했지만 다른 연구자들이 행한 수많은 연구 결과가 그렇듯, 집행 통제를 측정하는 여러 과제와 자제력을 측정하는 설문 조사 간에 그 어떤 관련성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렇듯 연관성이 부족한 바, 기본적인 억제 기능의 차이가 사람들 간의 자제력 차이의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제력이 높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충동을 잘 억제한다기보다는 애초에 자제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는 데 더욱 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증거는 빌헬름 호프먼과 동료들이 경험 표집이라는 방법으로 욕구, 목표, 자제력 간의 상호작용을 조사한 연구에서 나왔다. 208명의 연구 참가자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주고 하루 동안 두 시간에 한 번씩 기기에서 신호가 울리면 자신의 경험을 보고하도록 했다. 먼저 현재 어떠한 욕구를 경험하는지 또는 지난 30분 내에 그런 경험이 있었는지 보고했다. 만약 그랬다면 어떤 욕구였고, 욕구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1(욕구를 느끼지 않음)에서 7(억누를 수가 없는)의 척도로 평가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해당 욕구에 저항하기 위한 시도를 했는지, 욕구와 자신의 목표 사이에서 얼마나 갈등했는지 등 기타 사항을 포함해 다수의 항목에 답변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우리가 앞서 봤던 것과 유사한 자제력에 대한 설문 조사에도 답했다.

모든 데이터를 취합한 후 호프먼은 개인이 보고한 자제력 정도가 경험 표집으로 기록한 다양한 요소와 각각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살폈다. 자제력의 역할이 목표를 위해 욕구를 억누르는 것이라면 자제력이 높은 사람들은 욕구와 목표 사이에서 갈등을 더 많이 경험해야 하고 본인의 충동에 저항하는 일도 더욱 자주 일어나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자제력이 높은 사람들은 낮은 사람들에 비해 갈등을 더 적게 드러냈고, 욕구에 저항하는 빈도도 더 낮았다. 뿐만 아니라 자제력이 높은 사람들은 대체로 욕구 자체를 더 적게, 더 약하게 경험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브라이언 갈라와 앤절라 더크워스가 진행한 또 다른 연구는 자제력이 높다고 보고된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자제력을 덜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에 대한 한 가지 신빙성 있는 답을 제시했다. 바로 이들은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데 더욱 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역설을 조사하기 위해 두 사람은 먼저 대규모의 사람들에게 간식 먹기와 운동하기처럼 일상적인 습관과 자제력 수준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당연하게도 연구진은 자제력이 높은 사람들이 운동을 더욱 많이 하고, 더욱 건강한 간식을 섭취한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 사람들에게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은 습관적 행동에 가까운, 즉 굳이 생각할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행하는 일'이라는 점이었다. 즉, 자제력의 영향이 좋은 습관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였다. 높은 자제력으로 좋은 습관이 더욱 굳건하게 형성되고, 이에 따라 애써 자제력을 발휘할 필요가 줄어든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학문적 성과와 공부 습관에 대한 여러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5일간 명상 수련에 참가한 132명을 관찰한 연구에서 나왔다. 갈라와 더크워스는 수련회가 시작하기 전에 각 참가자들의 자제력을 측정했고, 참가자들이 명상을 습관화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보기 위해 3개월 후 이를 다시 확인했다. 자제력이 높은 사람들은 수련회 후 명상을 습관으로 삼았을 확률이 높았고, 이들은 명상을 점점 더 자동적으로 행해지는 일처럼 느꼈다.

이 연구는 우리의 의지력이 습곤을 만드는 데 있어서 생각만큼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음 장에서는 왜 특정 습관은 바꾸기가 어려운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많은 사람들이 직괁거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의지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러셀 폴드랙. (2022). 습관의 알고리즘 (신솔잎,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