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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은 어떻게 습관이 되는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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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은 어떻게 습관이 되는가

siliconvalleystudent 2022. 11. 16. 18:59

중독과 관련해 신경과학 분야에서 최근 가장 관심을 받는 아이디어는 영국의 신경과학자인 트레버 로빈스와 베리 에버릿이 제안한, 중독의 발달은 충동에서 강박으로의 전이라는 개념이다. 여기서는 초기 약물 사용은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 및 충동성과 관련이 높지만 중독에서 강박적인 약물 사용으로의 발달은 '목표 지향적 행동'에서 '습관적 행동'으로의 전이라고 본다.

앞에서 이미 봤듯이 '충동성'이란 개념은 연구자들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지만 로빈스와 에버릿은 이 용어를 우리가 제5장에서 다루었던 반응 억제와 기다림이라는 인지적 통제 측면에 국한한다. 충동성의 개념보다 반응 억제와 기다림에 초점을 맞춘 두 사람의 접근법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더불어 동물 모델도 발달시켰다. 두 사람은 쥐들의 '조급함을 참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5지선다 연속 반응 시간 과제로 알려진 특별한 과제를 하나 개발했다. 이 과제에서 쥐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 시각적 신호를 기다렸다가 박스 안에 마련된 다섯 개의 구멍 중 하나에 코를 밀어 넣는 훈련을 받았다. 충동성은 불빛이 나오기 전에 쥐들이 얼마나 자주 코를 구멍에 넣는지로 측정했고, 이런 행동을 보이면 쥐들은 타임아웃을 받았다. 이런 행동을 보일 가능성은 쥐마다 다르고, 충동적인 쥐들은 타임아웃이라는 벌에도 불구하고 코를 먼저 구멍에 넣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일 것이었다.

2007년 발표된 연구에서 로빈스와 에버릿은 이러한 충동성이 도파민 기능과 관련이 있는지를 검사했다. 두 사람은 아주 작은 PET 스캐너로 쥐마다 측좌핵에 도파민 수용체가 얼마나 있는지 촬영했다. 충동적인 쥐들은 PET 추적자가 결합할 수 있는 도파민 수용체가 눈에 띄게 적었다. 이후 두 사람은 이 차이가 중독 잠재성과도 연관이 있을지 검사했다. 그러기 위해 이들은 쥐들이 레버를 누르면 코카인을 정맥에 주사할 수 있도록 했다. 두 사람은 유난히 충동적인 쥐들(절반 이상의 경우에서 기다리는 데 실패했던 쥐)을 선별했고, 인내심을 발휘하는 쥐들도 뽑았다. 두 집단의 쥐들 모두 코카인을 얻기 위해 레버를 눌렀지만, 약 20일간의 실험 기간 동안 충동적인 쥐들은 인내심이 있는 쥐들에 비해 50퍼센트나 더욱 자주 코카인을 주입했다. 이 연구에서 얻은 발견은 충동성과 도파민, 중독의 연관성에 대해 설득력 있고도 다채로운 증거가 되었지만 비교적 소규모 연구라(한 집단에 속한 쥐가 겨우 여섯 마리에 불과했다) 결과도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다. 더욱이 같은 연구진이 헤로인을 이용해 행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같은 결과를 도출하지 못해 약물에 따라 다른 메커니즘이 작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위 연구가 발표된 직후, 나는 UCLA의 중독 연구자인 에디스 런던과 협력해 인간을 대상으로 충동과 강박 이론을 시험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우리는 로빈스와 에버릿이 쥐를 연구할 때 사용한 것과 같은 PET 스캔으로 두 집단의 사람들을 검사해 이들의 선조체 속 도파민 수용체의 가용성을 측정했다. 한 집단은 건강한 사람들이었고, 다른 한 집단은 평균 10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필로폰을 남용한 이들이었다. 피실험자들은 충동성의 수준을 측정하는 설문 조사에 답했다. PET 스캔을 비교한 우리는 예상했던 대로 약물 남용자들의 선조체 속 도파민 수용체의 가용성이 더 낮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한 가장 충동적인 약물 남용자들의 도파민 가용성이 가장 낮았다. 다라 가흐레마니가 주도한 후속 연구에서는 도파민 수용체와 정지신호 과제 간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쥐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운동 반응을 정지시키는 데 최악의 수행력을 보인 피실험자들은 도파민 수용체의 가용성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 연구는 로빈슨과 에버릿이 쥐를 대상으로 얻은 결과를 인간에게서도 확인하며 반응 지연과 도파민, 약물 남용 간에 더욱 강력한 관계성이 있음을 입증했다.

충동과 강박 이론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주장은 중독에서 강박적 약물 사용이 목표 지향적 행동에서 습관적 행동으로, 최종적으로는 강박적 약물 복용으로의 전이를 통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습관 학습에서는 물론 중독에서 도파민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로 미루어봤을 때 이는 본질적으로 타당한 주장이었고, 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신경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곧장 확인할 수 있었다. 쥐들의 강박적 약물 복용에 대한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활용했다. 처음에는 쥐가 스스로 약물을 주입하도록 두었지만, 이후 쥐가 지속적으로 약물을 주입하기 위해서는 발에 전해지는 약한 전기 충격을 참아야 하는 실험이었다. 짧은 기간 동안 약물을 경험한 후 전기 충격이 도입된 쥐들은 전기 충격이라는 벌을 견디지 못했다(견디길 거부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하지만 약물을 몇 개월 경험한 후에 일부 쥐들은(약 20퍼센트) 처벌이 도입된 후에도 약물을 계속 섭취했다. 이 연구는 강박적 약물 사용과 관련된 두뇌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도구를 선사했고, 이후 보게 되겠지만, 왜 몇몇 약물 사용자들만이 중독자가 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력도 제공했다. 베리에버릿과 그의 동료들이 진행한 연구를 통해 강박적 코카인 자가 투여 행동(즉, 벌을 받음에도 약물을 계속 섭취하는 행동)은 습관적 행동에 관련한 선조체 영역을 비활성화시키자 사라졌다. 두뇌의 습관 시스템이 적어도 이 설치류 모델에서 만큼은 강박적 약물 사용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여기서 제3장의 내용을 잠시 떠올려보기 바란다. 기저핵에서 나선형으로 도파민 신호가 발생한다고 설명하며 선조체에서 습관에 필수적인 운동 시스템과 인접한 영역으로 도파민 신호를 보낸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 구조는 약물 습관에서도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데이비드 벨린과 베리 에버릿의 연구는 쥐들에게서 습관적 코카인 추구가 발달하려면 측좌핵이 배후 선조체로 나선형 패턴을 따라 도파민 아웃풋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사실을 입증한 다른 연구에서는 약물을 경험하는 동안 도파민 분비를 기록했더니 습관 발달에 필수적인 선조체의 특정 영역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파민 분비가 늘어났다.

다른 연구에서는 강박적 반응에서 전전두피질의 여러 영역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봤다. 제3장에서 언급했듯이, 기존의 연구를 통해 쥐의 아주 작은 전전두피질에서 습관적 행동과 목표 지향적 행동에 관여하는 부분들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변연전피질이라고 하는 영역이 목표 지향 행동에 필요한 반면, 변연계아래피질은 습관의 발달과 유지에 필수적이었다. 안토넬로 본치와 동료들이 진행한 연구는 변연전피질이 쥐들의 강박적 약물 사용의 발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쥐들에게 코카인을 자가 주입하도록 훈련한 후 강박적 약물 복용의 모습을 보이는 쥐들을 찾아냈다. 연구진이 변연전 영역의 뉴런들의 활동성을 검사한 결과, 강박적인 쥐들의 뉴런은 약물을 강박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쥐들에 비해 반응성이 떨어졌다. 연구진이 광유전적 자극을 이용해 약물 중독 쥐들의 변연전 영역을 활성화시키자 약물 복용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연구진이 비강박적인 쥐들의 변연전 영역을 비활성화시키자 쥐들이 강박적인 쥐들처럼 행동하며 처벌에도 불구하고 약물을 자가 주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전전두피질 내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성의 상대적 균형이 습관적 행동과 목표 지향적 행동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음이 드러났다.

지금까지 우리는 강박적 약물 사용에 습관 시스템과 목표 지향적 행동에 관련한 시스템 둘 다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를 살펴봤다. 하지만 중독을 통제되지 않는 습관의 발달이나 자제력 부족의 문제라기보다 위의 두 시스템의 프로세스 사이에 '균형'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움직임이 커지는 추세다. 이 분야의 연구는 특히나 제4장에서 등장한 모델 기반 강화 학습과 모델 프리 강화 학습의 개념에 영향을 받았다. 2016년에 발표된 한 대규모 연구에서 클레어 길런과 너새니얼 도우는 1,50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섭식 장애, 알코올 중독, 침투적 사고(불쾌하고 불편하며 개인의 도덕 관념과 배치되는 비유리적인 생각-옮긴이)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고, 이들에게 제4장에서 다루었던 2단계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전반적으로 이 영역에서 높은 수준의 증상을 가진(연구진이 '충동적 행동과 침투적 사고'라고 표현한) 사람들이 모델 기반 학습에는 낮은 의존도를 보이고 모델 프리 학습에는 높은 의존도를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필로폰 남용자들, 알코올 남용자들, 폭식 장애를 앓는 사람들을 포함해 다양한 집단의 중독 장애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가 이러한 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모델 기반 의사결정의 수준이 더 낮다는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었다. 따라서 중독이 습관적 행동 또는 목표 지향적 행동을 반영한다기보다는 두 시스템 간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러셀 폴드랙. (2022). 습관의 알고리즘 (신솔잎,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