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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사람은 더 쉽게 중독되는가

siliconvalleystudent 2022. 11. 17. 12:56

약물을 한 번이라도 시도해본 사람들 중에서 일부만이 장기적으로 중독된다. 추정 중독률은 연구에 따라 그리고 약물에 따라 다르지만 담배를 제외한 모든 약물로 봤을 때(담배는 시도한 람의 3분의 2가 중독된다) 결국 중독에 빠지는 비율을 추정하면 10퍼센트에서 20퍼센트 정도에 달한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은 중독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중독에 빠지지 않는 걸까? 이 질문은 매우 다층적인 문제고, 사실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약한 자제력 또는 '의지력'이 중독에 빠지는 원인으로 자주 등장하지만, 이 장 초반에서 봤던 강력한 의지력이라는 약물 추구의 특징과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제력을 구성하는 몇몇 요소의 차이가, 특히나 반응 억제에서의 차이가 중독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존재한다. 많은 연구가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에게서 반응 억제가 저하되었다는 점을 보여주었지만 이것으로는 인과관계의 화살이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즉, 억제의 차이가 약물 중독으로 이어진 것인가, 아니면 약물 남용으로 억제가 저하된 것인가?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억제가 저하된 사람들이 향후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큰지를 검사해야 한다. 데이비드 벨린, 트레버 로빈스, 베리 에버릿은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앞에서 등장했던 '조급함 참기' 과제로 측정했을 때) 더욱 충동적인 쥐가 약물을 얻기 위해서라면 발에 전해지는 전기 충격도 용감히 맞설 만큼 강박적인 코카인 사용자가 될 확률이 높을지 실험했다. 그리고 결과는 세 사람의 예상과 같았다. 더 충동적인 쥐는 강박적인 코카인 추구 습관이 생길 확률이 훨씬 높았다. 이 관계성이 인간에게 확인된 증거는 제5장에서 언급한 모피트와 카스피의 연구로, 해당 연구를 통해 자제력이 약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알코올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반응 억제가 중독 발달에, 특히나 강박적 사용으로의 전이에 관련이 있을수도 있다.

유전학 또한 중독에 빠질 가능성과 연관이 깊은데 어떤 약물이 개개인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다른가로 판단할 수 있다. 알코올 남용의 가장 강력한 유전적 예측인자 중 하나는 알코올 홍조 반응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의 유무다. 이 유전자 변이는 알코올 부산물 중 하나를 분해하는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주어 불편한 홍조 증상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음주가 불편해지기에 과음을 덜 하게 된다. 이와 유사하게 담배 역시 니코틴 수용체와 관련해 유전자에서 흡연의 강력한 유전적 예측인자가 발견됐고 이 예측인자가 니코틴을 혐오하는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유전학은 누가 중독자가 될지 판단하는 데 아주 제한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유전적 구성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도록 번식된 실험용 생쥐들도 중독될 확률이 저마다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바로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2018년 빈센트 파스콜리오 그의 동료들이 발표한 연구는 중독에 관한 이러한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선사헀다. 이들은 먼저 109마리의 생쥐를 대상으로 도파민 영역에 광유전 자극제를 이식한 뒤, 쥐들이 도파민 뉴런을 직접 자극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 효과는 마치 스테로이드와 코카인을 함께 섭취하는 것과 비슷하다. 쥐의 60퍼센트(연구진이 '인내자'라고 이름 붙인 쥐들)는 발에 전해지는 전기 충격을 견디면서까지 자기 자극을 한 반면, 나머지 쥐들('포기자')은 충격이 전해지기 시작하자 자기 자극을 멈추었다. 파스콜리와 동료들은 동물들 간 이러한 차이를 일으키는 특정 뉴런 세트와 연결성을 찾아내기 위해 최첨단 신경과학 도구를 이용했다. 이 실험에서 연구진은 강박적 자기 자극을 추적해 안와전두피질과 선조체를 연결하는 뉴런 세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각별히 안와전두피질에서 선조체의 중간돌기뉴런의 시냅스의 강도를 중점적으로 살폈고, 해당 시냅스의 강도가 인내의 정도와 연관이 있음을 발견했다. 파스코리와 동료들은 안오전두피질과 선조체 사이의 특정 연결의 가소성을 의도적으로 자극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실험했고, 광유전 자극을 통해 의도한 바를 달성했다. 그 결과 해당 자극은 '포기자'로 분류된 쥐들이 처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극에 더욱 매진하도록 만들었다. 그와 반대로, 인내하던 쥐들에게서 해당 뉴런의 가소성을 제거하자 연구진은 쥐들의 자기 자극 정도가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 주의해서 생각해야 할 사항은 훨씬 정밀하고 효과가 빠르다는 점에서 광유전 자극은 약물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당 연구는 어떤 사람들은 중독되지 않는 반면 어떤 이들만 중독이 되는 이유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선사했다.

파스콜리와 동료들이 이룬 신경과학적 대발견은 인내하는 쥐와 포기하는 쥐를 가르는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주었지만 그 차이가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쥐들은 유전적으로 상당히 유사하고, 아주 비슷한 실험실 환경에서 자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파스콜리와 동료들은 추계적 특성이라고 하는 개념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제안했다. 여기서 추계적이란 쉬운 말로 '무작위성'을 의미한다. 이 개념의 핵심은 두뇌만큼이나 복잡한 생물학적 체계 내에는 항상 설명할 수 없는 임의적 요인들로 인해 개인 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산성은 어떤 뉴런이 어떤 뉴런과 연결되는지의 임의적 우연에서부터, 세포 구성에 있어 임의적인 후성적 차이가 유전자 발현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까지 그 발생 원인이 다양하다. 물론 경험의 효과도 있다. 동물들의 유전적 구성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삶을 살아가며 분명 서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설치류가 함께 모여 살 때 생겨나는 사횢거 계급에서 각자의 위치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두뇌에 흔적을 남기고 이것이 추후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실제로 제프 댈리와 동료들의 연구에서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쥐들과 종속적인 쥐들은 코카인을 자기 주입할 의욕과 기저핵 내 도파민 수용체의 수에서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다.

중독에 대한 취약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요인은 일찍이 경험한 스트레스 또는 역경이었다. 딘 킬패트릭과 그의 동료들이 진행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전국 청소년 설문 조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폭력에 대한 노출이 약물 사용 장애와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폭력을 두 차례 이상 목격한 10대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약물을 남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성폭행의 영향은 더욱 극단적이어서 생존자들은 우울증과 약물 남용에 빠질 확률이 여섯 배나 높았다. 이러한 영향은 심지어 임신 기간 동안 엄마가 받은 스트레스로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중독의 동물 모델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은 모체에서 태어난 새끼가 중독에 더욱 빠지기 쉬웠고, 이는 모체에서 태아로 전달된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일 수 있다.

요약하자면 신경과학은 중독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중독 행동의 발달은 습관과 같은 메커니즘에 다수 의존하지만, 약물이 야기한 비자연적인 과도하게 분비된 도파민으로 더욱 강력하게 발현된다는 것이다. 또한 중독은 두뇌의 다른 시스템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는데, 특히나 금단의 어두운 면으로 약물 남용자를 이끄는 스트레스 시스템이 그러하다. 우리는 중독의 발달을 이끄는 생물학적 기제에 대해서는 많은 것들을 이해한 상태지만 누가 중독에 빠지게 될지를 완벽하게 예측하기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러셀 폴드랙. (2022). 습관의 알고리즘 (신솔잎,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