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성공을 계획하는 법 본문
결정하지 말고 규칙을 만들어라
성공적인 변화를 설계하는 또 다른 방법은 변화를 강제하는 엄격한 규칙을 사용하는 것이다. 유혹이 될 만한 무언가가 등장할 때마다 결정을 해야 한다면 한 번씩은 실수를 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어떤 실수는 이에 대한 변명이나 정당한 사유를 찾기란 너무도 쉽다. 집 안에서나 다른 상황에서 금지해야 하는 어떤 행동들을 규칙으로 명시한다면 우리에게 행동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잊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금연에 대한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담배를 끊으려 하는 흡연자들은 금연으로 지정된 집에서 살 때 성공 확률이 10배나 높았고, 일터가 금연일 때는 두 배가 높았다.
물론 모든 규칙이 다 행동 변화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어떤 다이어트 식단은 참가자가 정해진 플랜을 지키려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복잡한 규칙들을 명시하기도 한다. 가령, 유명한 웨이트 와쳐 식단은 사용자에게 목표 '포인트'와 음식마다 정리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상당한 인지적 수고가 필요하고, 업체가 체계적인 규칙을 제공하긴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내려야 할 수많은 선택이 남아 있는 셈이다. 단순히 매 끼니에 해당하는 조리법을 제공하고 그대로 따르도록 하는 식단과 비교해보길 바란다. 이런 식단은 원칙적으로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의사결정을 요하지 않는다. 두 가지 식단을 비교한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식단의 복잡성 때문에 전자의 다이어트를 더 빨리 그만두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그럼에도 이는 좀 더 '단순한 규칙'이 행동 변화를 보장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사람들이 결정을 할 때 한 가지 선택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저울질하기보다는 단순한 규칙을 적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독일의 심리학자인 게르트 기거렌처가 주장해온 것으로, 그는 이런 형태의 의사결정을 설명하기 위해 '빠르고 간소한'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그의 연구는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들이 가능한 모든 정보를 고려하기보다는 휴리스틱이라고 하는 단순한 경험 법칙을 활용할 때가 잦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음식을 선택할 때 이 현상이 벌어진다는 증거가 있다.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건강, 맛, 편리성, 가격 등 아홉 가지의 특성을 바탕으로 몇 가지 음식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참가자들은 몇 차례 동안 두 가지 음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 연구진은 아홉 가지의 특성을 모두 고려할 때와 각 참가자들에게 중요한 한 가지 특성만을 고려할 때 어떤 접근법이 참가자의 선택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는지 실험했다(요리가 무승부일 때는 두 번째로 중요한 특성을 기준으로 삼았다). 연구진은 모든 속성을 고려한 모델과 비교해 한 가지의 속성만 활용한 '빠르고 간소한' 모델을 채택했을 때 참가자의 음식 선택을 더욱 잘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선택을 내릴 때 간소화된 결정 전략을 사용한다는 이 같은 사실은 규칙이 효과적이기 위해선 가능한 단순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트리거 경고: 습관에 개입할 때
앞서 제3장에서 습관의 지속성에 관한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는 주변 환경 속 신호에 쉽게 촉발되는 것이라고 봤었다. 그렇다면 습관에 개입할 때 가능한 한 가지 전략은 바로 '습관의 촉발제'가 등장하지 못하도록, 즉 애초에 습관이 촉발될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더크워스와 그녀의 동료들이 진행한 일련의 연구는 우리가 행동을 멈추는 데 의지력에 기대는 것보다 유혹을 없애는 것이 유용하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학업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을 검사했다. 그러기 위해서 학생들은 집중을 어지럽히는 대상을 피해야 했다. 공부 시간마다 한 학생 집단은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유혹을 없애는 전략(공부할 동안은 페이스북 사용을 차단하는 앱을 설치하는 등)을 실행하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다른 집단은 유혹이 일 때마다 그것을 이겨내는 의지력을 발휘하는 훈련을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주일 후 학생들은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평가받았다. 환경에 변화를 준 학생들은 유혹을 이기기 위해 의지력을 활용해야 했던 이들보다 학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욱 나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결같이 보고했다.
우리가 습관을 촉발하는 트리거를 피하기가 특히나 어려운 이유는 제3장에서 이야기했던 가치 기반 주의 포획을 통해 이러한 트리거가 강력하게 우리의 집중력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향은 자신이 선택한 약물과 관련한 신호로 주의력이 심하게 편향되는 중독에서 특히나 강력하게 드러난다. 여러 연구에서 주의 편향 수정이라는 접근법을 이용해 이 편향성을 줄이는 훈련이 가능한지 실험했다. 중독에 연관된 이미지 하나(코카인 중독자에게는 코카인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등)와 중립적인 이미지 하나로 구성된 몇 쌍의 자극을 참가자들에게 제시하여 중립적인 이미지에 주의를 집중하도록 훈련하는 방식이었다. 이 훈련은 실험 과제에서 주의 편향의 정도를 낮추는 데 꾸준히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이 결과를 과연 실제 현실에서도 일반화할 수 있는가일 테다. 이에 대한 답변은 부정적이다. 여러 연구진들이 다양한 중독을 대상으로 주의 편향 수정 훈련을 실시했지만 실험실 바깥에서 약물 사용을 줄이는 데는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신호들이 이토록 강력하다는 사실은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에게 매운 단순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습관을 촉발하는 신호를 파악하고, 이 신호를 환경에서 최대한 없애는 것이다.
급진적이지만 습관의 트리거를 피하는 데 효과가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새로운 장소로 옮기는 것이다. 토드 헤더튼과 파트리시아 니콜스의 질적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살면서 변화를 시도했던 일 중 성공했던 때와 실패했던 때를 이야기로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성공적으로 변화를 이뤄낸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새로운 장소로 이동했느냐의 여부였다. 성공적으로 변화를 이룬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새로운 곳으로 옮긴 비율이 세 배 가까이 되었다. 웬디 우드와 그녀의 동료들은 학생들이 새로운 대학으로 편입하기 전과 후 운동 습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실험하며 장소 이동을 좀 더 직접적으로 연구했다. 연구 결과, 장소를 바꾸는 것은 처음부터 습관이 강하게 형성되었던 학생들에게 특히나 큰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운동 습관이 약했던 학생들과 비교해 운동 횟수가 크게 줄었다. 반면, 처음부터 습관이 약했던 학생들은 새로운 변화가 행동을 의도와 일치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고, 이를 통해 운동 의지가 강해진 이들은 실제로 운동을 더욱 많이 했다. 이처럼 장소 이동을 통해 개인의 환경을 바꾸는 것은 행동 변화에 잠재적으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습관 역전은 가능하다
아동의 무려 20퍼센트가 반복적으로 발현되는 특정한 행동이나 행동 패턴인 '틱'을 경험한다.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어떤 틱은 비교적 심각하지 않은 반면, 자해 행동이나 욕설을 내뱉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는 심각한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틱은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만 몇몇 사람들은 '투렛 증후군'이라는 행동 장애로 평생 힘들어 한다. 이 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보통은 운동 습관을 발생시키는 두뇌 메커니즘의 과잉 활동 때문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뚜렛 증후군의 완치법은 없지만 틱의 확산과 강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은 존재한다. 틱장애를 위한 포괄적인 행동 개입 또는 CBIT라는 치료법은 전반적으로 행동 변화를 향상시킬 수 있는 통찰력이 담긴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다.
- 자각 훈련: 환자는 임상의와 함께 치료하며 자신의 틱에 대해 더 자세히 배우고 틱이 시작되려는 신호(전조감각 충동)를 알아차린다.
- 경쟁 반응 훈련: 환자는 틱이 발생하지 않도록 새로운 대안 행동을 기른다. 가령, 머리를 한쪽으로 움직이는 틱 증상이 있다면 틱이 시작되려 할 때 목의 반대쪽 근육을 긴장시켜 증상의 발현을 막는다.
- 일반화 훈련: 환자는 진료실을 벗어나 일상에서 경쟁 반응을 훈련한다.
- 자기 관찰: 환자 자신 또는 보호자(부모나 배우자)가 틱 증상의 발현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 이완 훈련: 환자는 틱의 트리거로 주로 작용하는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호흡법과 근육 이완법을 배운다.
무작위 대조 시험을 통해 CBIT가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이지는 않고 틱을 완벽히 없애지도 못하지만, 그럼에도 틱 반응을 저하시키는 표준 치료법보다 다섯 배 이상 효과가 높다는 점이 밝혀졌다.
CBIT의 성공에서 중요하게 배워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CBIT는 우리가 이미 여러 맥락에서 배웠던 사실을 재확인시켜주었다. 바로 행동 변화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성공적인 CBIT를 위해 필요한 훈련을 인내하고 지속적으로 행동을 관찰하는 데는 환자와 가족 구성원 모두의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로, 행동 변화를 향한 폭넓은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게 힘든 질환을 치료하는 데는 여러 가지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켜 함께 진행해야지, 어떤 단 한 가지 기술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점은 CBIT의 성공이 가장 곤란한 행동마저도 성공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직접 증명함으로써 우리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선사해준다는 것일 테다.
러셀 폴드랙. (2022). 습관의 알고리즘 (신솔잎,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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