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뇌는 분쟁에 기초하여 작동하는 기계다 본문
결정이 내려질 때 막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더 자세히 살펴보자. 당신이 간단한 결정을 내린다고 상상해보자. 즉,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똑같이 좋아하는 두 가지 향(이를테면 민트향과 레몬 향) 가운데 어느 것을 고를지 고민하다가 하나를 선택한다고 해보자. 외부에서 보면, 당신은 그리 많은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당신은 그냥 한 곳에 서서 두 가지 선택지를 바라볼 뿐이다. 그러나 당신의 뇌에서는 이런 간단한 선택이 폭풍 같은 활동을 유발한다.
단일한 뉴런이 독자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각각의 뉴런은 다른 뉴런 수천 개와 연결되어 있고, 그 뉴런들도 각각 다시 수천 개의 뉴런과 연결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뉴런들은 거대하고 복잡한 연결망을 이룬다. 연결망 속 뉴런들은 모두 서로를 흥분시키거나 억제하는 화학물질들을 방출한다.
이 연결망 속에서 특정한 뉴런들의 배열은 민트 향을 대표한다. 이 패턴은 서로를 흥분시키는 뉴런들로 구성된다. 그 뉴런들이 꼭 인접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뉴런들은 후각, 미각, 시각, 그리고 민트 향에 관한 당신의 고유한 기억들을 담당하는 서로 멀리 떨어진 뇌 구역에 흩어져 있을 수도 있다.
고립시켜놓고 보면, 이 각각의 뉴런들은 민트 향과 거의 관련이 없다. 실제로 각각의 뉴런은 때에 따라 다양한 연합체에 가담하여 수많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뉴런들이 이 특수한 배열로 다 함께 활성화되면… 그것이 당신의 뇌에서의 민트 향이다. 당신이 아이스크림 앞에 서 있는 동안, 이 뉴런들은 서로 활발하게 소통한다. 마치 분산되어 있지만 온라인으로 연결된 개인들처럼 말이다.
일종의 선거 운동에 나서는 것은 이 뉴런들만이 아니다. 다른 한편에서, 경쟁하는 선택지(레몬 향)도 고유한 뉴런 정당에 의해 대표된다. 양쪽 연합체(민트 향과 레몬 향) 각각은 자신의 활동을 강화하고 상대의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우위를 점하려고 애쓴다. 양쪽은 이 승자독식의 경쟁에서 한쪽이 승리할 때까지 싸운다. 승리하는 연결망이 당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컴퓨터와 달리 뇌는 다양한 가능성들 사이의 분쟁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 가능성들은 저마다 다른 가능성들을 물리치고 경쟁에서 이기려고 애쓴다. 그리고 항상 여러 선택지가 존재한다. 당신이 민트 향이나 레몬 향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당신은 새로운 갈등에 직면한다.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먹을까? 당신의 어떤 부분은 그 맛난 에너지원을 원하지만, 동시에 다른 부분은 거기에 당이 많이 들어 있음을 안다. 어쩌면 당신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대신에 달리기를 해야 한다는 것도 알 것이다. 당신이 한 통을 다 먹을지 여부는 두 부분이 벌이는 싸움이 어떻게 결판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뇌에서 끊임없이 분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과 논쟁하고 우리 자신을 저주하고 우리 자신을 회유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누가 누구와 대화하는 것일까? 모두 다 당신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신의 여러 부분들이다.
뇌 속에서 경쟁하는 주요 시스템들을 식별하기 위해 '전차 딜레마'라는 사고 실험을 살펴보자. 전차 한 대가 통제 불능 상태로 선로를 따라 질주한다. 저만치 떨어진 선로 위에서 노동자네 명이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한 당신은 노동자들이 전차에 치여 모두 죽으리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챈다. 이어서 근처에 있는 조종간을 조작하면 전차를 다른 선로로 보낼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잠깐! 그 선로 위에는 노동자 한 명이 있다. 당신이 조종간을 당기면, 그 노동자가 죽을 것이다. 반대로 조종간을 당기지 않으면, 노동자 네 명이 죽을 것이다. 당신은 조종간을 당기겠는가?
이번에는 약간 다른 둘째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상황의 전제는 동일하다. 전차 한 대가 통제 불능 상태로 선로를 따라 질주하고, 조금만 지나면 노동자 네 명이 죽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에서 당신은 선로가 내려다보이는 급수탑 위에 서 있다.
바로 옆에서는 덩치 큰 남자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만일 당신이 그 남자를 떠밀어 떨어뜨린다면, 그는 정확히 선로 위에 떨어질 것이고, 그의 몸무게라면 전차를 막고 노동자 네 명을 구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당신은 그를 떠밀겠는가?
아마 떠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양쪽 시나리오에서 당신에게 주어진 질문은 동일하다. 네 명의 목숨을 구하려고 한 명의 목숨을 끊을 것인가? 그럼에도 왜 둘째 시나리오에서는 이토록 다른 결정이 내려질까? 윤리학자들은 이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다뤘지만, 뇌 영상화를 이용한 연구에서 상당히 간단명료한 대답이 나왔다. 뇌의 입장에서 첫째 시나리오는 단지 수학 문제일 뿐이다. 그 딜레마는 논리적 문제 풀이에 관여하는 구역들을 활성화한다.
둘째 시나리오에서 당신은 곁에 있는 남자와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한다. 즉, 그를 떠밀어서 죽여야 한다. 이 결정에는 다른 연결망들이 추가로 관여한다. 그것들은 감정을 담당하는 뇌 구역들이다.
둘째 시나리오에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두 시스템이 갈등한다. 우리의 합리적 연결망들은 한 명의 죽음이 네 명의 죽음보다 더 낫다고 말하는 반면, 우리의 감정적 연결망들은 곁에 있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나쁘다는 본능적 느낌을 유발한다. 당신은 서로 경쟁하는 욕구들 사이에 끼이고, 당신의 결정은 첫째 시나리오에서와 전혀 다르게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전차 딜레마는 실제 상황들에 관한 교훈을 제공한다. 현대 전쟁을 생각해보자. 현대전은 곁에 있는 사람을 떠밀어 떨어뜨리는 행동보다 조종간을 당기는 행동과 더 유사해졌다. 버튼을 눌러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때, 이 행동에 관여하는 것은 오직 논리적 문제 풀이를 담당하는 연결망들뿐이다. 드론 조종은 비디오 게임과 유사할 수 있다. 사이버 공격은 멀리 떨어진 적에게 피해를 입힌다. 이런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연결망들이 작동하고 경우에 따라 감정적인 연결망은 작동하지 않는다. 원격 전쟁의 무감정적 성격은 내적인 갈등을 감소시켜 전쟁 수행을 더 쉽게 만든다.
한 전문가는 핵미사일 발사 버튼을 미국 대통령의 가장 친한 친구의 가슴속에 이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하면 핵미사일을 발사하려 할 때 대통령은 친구의 흉곽을 절개하는 신체적 위해를 가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핵미사일 발사를 고민할 때는 대통령의 감정적 연결망들도 결정에 참여할 것이다. 생사가 걸린 결정을 내릴 때, 견제받지 않는 이성은 위험할 수 있다. 우리의 감정은 강력하며 흔히 통찰력이 뛰어난 유권자다. 감정을 선거에서 배제하는 것은 태만한 처사다. 우리 모두가 로봇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세상이 더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신경과학은 새로운 분야이지만, 감정이 중요하다는 직관은 오랜 역사를 지녔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삶을 마차에 비유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두 마리의 말을 모는 마부다. 흰 말은 이성, 검은 말은 격정이다. 각각의 말은 마차를 반대 방향으로 끈다. 당신의 임무는 말 두 마리를 모두 통제하여 마차가 길의 중앙선을 따라 달리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신경과학의 전형적인 접근법을 채택하여 사람이 감정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능력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살펴봄으로써 감정의 중요성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다.
데이비드 이글먼. (2017). 더 브레인 (전대호, 역). 서울: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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