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융통성이 뛰어난 계산 장치 본문
우리의 성공(또한 우리의 미래 기회)을 이해하는 열쇠는 뇌의 엄청난 적응력, 이른바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이다. 2장에서 보았듯이, 이 특징 덕분에 우리는 어떤 환경에 떨어져도 생존에 필요한 국지적 세부 사항들을 파악한다. 국지적 언어, 국지적 환경의 압력, 국지적 문화의 요구 등을 말이다.
뇌 가소성은 또한 우리 미래의 열쇠다. 왜냐하면 뇌 가소성은 우리 자신의 하드웨어를 수정할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우선 뇌가 얼마나 융통성이 뛰어난 계산 장치인지부터 살펴보자.
캐머런 모트Cameron Mott라는 소녀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녀는 네 살 때 심한 뇌전증이 발병했다. 그녀의 발작은 파괴적이었다. 캐머런은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곤 했기 때문에 항상 헬멧을 쓸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곧 ‘라스무센 뇌염'이라는, 몸을 쇠약하게 만드는 희귀병 진단을 받았다. 그녀를 진료한 신경학과 의료진은 이 형태의 뇌전증이 마비를 가져오고 결국 죽음을 초래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과감한 수술을 제안했다. 2007년, 거의 12시간이 걸린 수술에서 신경외과 의사들의 팀은 캐머런의 뇌에서 절반을 통째로 제거했다.
뇌의 절반을 제거할 때 나타나는 장기적인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알고 보니 그 결과는 놀랄 만큼 미미했다. 캐머런은 몸의 절반이 힘이 약하지만 나머지는 같은 학년의 다른 아이들과 사실상 다를 바 없다. 그녀는 언어, 음악, 수학,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학업 성적도 우수하고 여러 스포츠에도 참여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캐머런의 뇌 절반이 애당초 불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은 절반이 역동적으로 재구성되어 상실된 기능들을 넘겨받음으로써 사실상 뇌의 모든 기능이 그 절반에 탑재된 것이다. 캐머런의 회복은 뇌의 놀라운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뇌는 입력과 출력과 당면 과제에 적응하여 스스로 자신의 회로를 재구성한다.
이런 결정적인 특징 때문에 뇌는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다르다. 오히려 뇌는 '라이브웨어 liveware’(‘살아 있는 용품'을 뜻함-옮긴이)다. 뇌는 자신의 회로를 재구성한다. 어른의 뇌는 비록 아동의 뇌만큼 유연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놀라운 적응 및 변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앞선 장들에서 보았듯이, 우리가 새로운 것을 학습할 때마다, 이를테면 런던 지도를 외우거나 컵 쌓기 솜씨를 익힐 때마다, 뇌는 변화한다. 바로 이 같은 뇌의 능력(뇌 가소성) 덕분에 기술과 생물학의 새로운 융합이 가능하다.
뇌를 주변 장치들과 연결하기
기계 장치를 우리 몸에 직접 연결하는 기술은 꾸준히 발전해왔다. 당신은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인공 청각 장치나 시각 장치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수십만 명에 달한다. '인공 달팽이관'이라는 장치는 외부 마이크에 포착된 소리 신호를 디지털화하여 청신경에 공급한다. 이와 유사하게 인공 망막은 카메라에 포착된 빛 신호를 디지털화하여 전극 격자를 통해 전송한다. 그 격자는 눈 뒤편의 청신경과 연결되어 있다. 이 장치들은 전 세계의 수많은 농인들과 맹인들에게 청각과 시각을 되찾아주었다.
과거에는 이런 기술이 유효할지가 불명확했다. 이 기술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연구자들은 회의적이었다. 뇌는 아주 정밀하고 전문화된 방식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금속 전극과 생물학적 세포 사이에서 유의미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가 불분명했다. 뇌는 엉성한 비 생물학적 신호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신호는 오히려 뇌를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을까?
이미 밝혀졌듯이 뇌는 그런 신호를 해석하는 법을 터득한다. 이 인공 장치들에 익숙해지는 것은 뇌를 위한 새 언어를 학습하는 것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 그 낯선 전기 신호들은 처음에 이해 불가능하지만, 결국 뉴런 연결망들은 입력되는 데이터에서 패턴들을 추출한다.
비록 입력 신호는 엉성하지만, 뇌는 그 신호를 이해하는 법을 터득한다. 뇌는 패턴을 찾아내고 다른 감각들을 참조하면서 해석한다. 입력 데이터 안에 구조가 존재하면, 뇌는 그 구조를 발굴한다. 여러 주가 지나면, 입력 정보는 의미를 띠기 시작한다. 비록 이식 장치들이 제공하는 신호는 우리의 자연적 감각기관이 제공하는 신호와 약간 다르지만, 뇌는 제공되는 정보를 처리하는 법을 터득한다.
데이비드 이글먼. (2017). 더 브레인 (전대호, 역). 서울: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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