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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즉시 사용: 미래의 추가 감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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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즉시 사용: 미래의 추가 감각

siliconvalleystudent 2022. 11. 30. 09:00

뇌의 가소성은 새로운 입력을 해석할 수 있게 한다. 이 해석능력은 어떤 감각적 기회들을 열어줄까?

우리는 표준적인 기본 감각들을 갖추고 태어난다. 청각, 촉각, 시각, 후각, 미각, 그 밖에 균형 감각, 진동 감각, 온도 감각등을 갖추고 말이다. 우리의 감각들은 우리가 환경으로부터 신호를 수용하는 관문들이다.

그러나 1장에서 보았듯이 이 감각들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미세한 일부만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의 감각기관들이 탐지하지 못하는 모든 정보 원천들은 우리에게 포착되지 않는다.

나는 감각 관문들을 '연결 즉시 사용(플러그-앤드-플레이plugand-play)' 방식의 주변 장치에 비유한다. 중요한 것은 뇌가 데이터의 출처를 알지도 못하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정보가 입력되든지 뇌는 그 정보로 무엇을 할지 알아낸다. 이 비유에서 뇌는 범용 계산 장치다. 이 장치는 공급되는 정보가 무엇이든지 그 정보를 처리한다. 요컨대 자연은 뇌의 작동원리를 딱 한 번만 고안해야 했다. 그런 다음에 자연은 새로운 입력 통로들을 자유롭게 설계했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사랑하는 이 모든 감각기관들은 끼우고 뺄 수 있는 장치들에 불과하다. 감각기관을 끼우면, 뇌는 그 감각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진화는 끊임없이 뇌를 재설계할 필요가 없다. 단지 주변 장치들만 재설계하면 된다. 그러면 뇌는 그 장치들을 활용하는 법을 알아낸다.

동물계를 둘러보면, 동물들의 뇌가 활용하는 주변 감각기관들이 아찔할 정도로 다양함을 알게 될 것이다. 뱀은 열 감각기관을 가졌다.

'유리 나이프피시 glass knifefish'는 전기 감각기관으로 국지적 자기장의 변화를 포착하여 해석한다. 소와 새들은 자석의 구실을 하는 감각기관을 이용하여 지구 자기장을 기준 삼아 길을 찾는다. 일부 동물들은 자외선을 볼 수 있다. 코끼리는 아주 먼 곳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개가 경험하는 실재는 온갖 냄새를 풍긴다. 자연선택의 도가니는 최고의 정보 사냥꾼들이 성장하는 온실이다. 방금 언급한 감각기관들은 외부 세계의 데이터를 내부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유전자들이 고안한 수많은 방법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진화는 실재의 다양한 단면들을 경험할 수 있는 뇌를 제작했다.

이런 진화의 귀결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감각기관들에 어떤 특별한 구석이나 근본적인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다. 그것들은 단지 우리가 복잡한 진화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감각기관들일뿐이다. 우리는 그것들에 매여 있지 않다.

이 생각에 대한 주요 증명은 이른바 '감각 대체sensory substitution'라는 개념에서 나온다. 감각 대체란 이례적인 감각 통로로 감각 정보(이를테면 촉각기관을 통해 시각 정보)를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뇌는 그 정보로 무엇을 할지 알아낸다. 왜냐하면 뇌는 그 데이터가 어떤 경로로 입력되는지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각 대체는 과학 허구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미 잘 확립된 기술이다. 최초의 사례는 1969년에 과학 저널〈네이처 Nature〉에 발표되었다. 그 보고서에서 신경과학자 폴 바흐-이리타 Paul Bach-y-Rita는 시각 장애인 피험자들이 '보는' 법을 학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록 그들은 시각 정보를 이례적인 방식으로 공급받았지만 말이다. 그 시각 장애인들은 개조된 치사용 의자에 앉았고, 카메라가 공급하는 비디오는 그들의 등허리에 닿는 작은 돌기들의 패턴으로 변환되었다. 예컨대 연구진이 카메라 앞에 원을 놓으면, 피험자는 등허리의 촉감으로 원을 느낀다. 카메라 앞에 얼굴을 놓으면, 피험자는 등허리의 촉감으로 그 얼굴을 느낀다. 놀랍게도 시각 장애인 피험자들은 카메라에 포착되는 대상들을 해석할 수 있게 되었으며 대상이 다가옴에 따라 그 상의 크기가 커지는 것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들이 등허리를 통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은 최소한 일리가 있다.

이 최초의 감각 대체 사례에 이어 많은 사례들이 보고되었다. 최신 사례들은 비디오를 소리의 흐름으로 변환하거나 이마나 혀에 가해지는 약한 전기 충격들의 연쇄로 변환하는 것을 포함한다.

후자의 예로 '브레인포트 BrainPort'라는 우표 크기의 장치가 있다. 이 장치는 혀에 닿은 작은 격자를 통해 미세한 전기 쇼크를 전달한다. 시각 장애인 사용자는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카메라에 포착되는 이미지는 혀에 가해지는 전기 펄스들로 변환되고, 혀는 탄산음료처럼 톡 쏘는 감각을 느낀다. 시각 장애인들이 브레인포트를 사용하는 솜씨는 아주 능숙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이를테면 걸어가면서 장애물을 피하거나 공을 던져 바구니에 집어넣는 수준에 이른다. 시각장애인 등반가 에릭 와이언마이어 Erik Weihenmayer는 브레인포트를 이용하여 암벽에 기어오른다. 그는 혀로 느끼는 패턴을 해석하여 바위에 있는 홈과 턱의 위치를 파악한다.

혀로 '본다'는 이야기가 영 괴상하다면, 일반적인 시각 활동도 두개골 내부의 어둠 속으로 흘러드는 전기 신호들을 해석하는 것일 뿐이라는 점을 상기하라. 일반적으로 그 신호의 유입은 시신경을 통해 일어나지만, 다른 신경들을 통해서 그 신호가 유입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감각 대체가 보여주듯이, 뇌는 어떤 데이터든지 들어오는 대로 수용하며 그 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낸다.

내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 중 하나는 감각 대체를 위한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가변성추가 감각 변환기 Variable Extra-Sensory Transducer', 줄여서 '베스트VEST'를 제작해 놓았다. 내의처럼 눈에 띄지 않게 착용하는 장치인 베스트는 미세한 진동 모터들로 뒤덮여 있다. 그 모터들은 데이터 흐름을 역학적 진동 패턴으로 변환하여 몸통에 전달한다. 현재 우리는 청각 장애인에게 듣기 능력을 제공할 목적으로 VEST를 사용하고 있다.

베스트를 닷새 정도 사용하고 나면, 선천성 청각 장애인 피험자는 사람이 말하는 단어들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 이 실험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베스트를 여러 달 착용한 피험자들이 소리를 직접 지각하게 사실상 들을 수 있게 되리라고 기대한다.-

사람이 몸통으로 느끼는 진동 패턴을 통해 소리를 지각할 수 있다는 말은 언뜻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치과용 의자나 혀에 닿는 격자에서와 마찬가지로 핵심 원리는 이것이다. 뇌는 정보를 얻기만 한다면 어떻게 얻는지에 연연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이글먼. (2017). 더 브레인 (전대호, 역). 서울: 해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