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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생체공학 시대 본문

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다가오는 생체공학 시대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1. 09:28

감각 증강


감각 대체는 망가진 감각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편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 기술로 기존 감각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감각을 확장할 수 있다면 어떨까? 현재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과 나는 우리의 세계 경험을 증강하기 위해 새로운 감각들을 개발하는 실험을 진행하는 중이다.

한 예를 보자. 인터넷은 1000조 바이트의 흥미로운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현재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스크린을 주시해야만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만일 실시간 데이터가 당신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서 당신의 직접적 세계 경험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 바꿔 말해 당신이 데이터를 느낄 수 있다면 어떨까? 데이터는 날씨 데이터일 수도 있고, 주식 거래 데이터, 트위터 데이터, 비행기의 조종실 데이터, 공장의 가동 상태에 관한 데이터일 수도 있다. 이 모든 데이터를 새로운 진동 언어로 코드화하고, 뇌가 그 언어를 이해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어떨까?

당신은 일상의 일들을 처리하면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비가 오는지 또는 내일 눈이 올 것인지 직접 지각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주식 시장의 움직임에 관한 직관들을 개발하여 세계 경제의 흐름을 잠재의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현재 트위터 공간에서 무엇이 유행하는지 지각함으로써 인류의 의식에 접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 허구처럼 들리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미래는 그리 멀지 않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애쓰지 않을 때에도 패턴들을 추출해내는 뇌의 재능 덕분에 가능하다. 그 재능 덕분에 우리는 복잡한 데이터를 흡수하여 우리의 감각적 세계 경험에 통합할 수 있다. 새로운 데이터 흐름을 흡수하는 일은 이 글을 읽는 것처럼 쉽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읽기와 달리 감각 추가는 의식적으로 주의를 집중하지 않고도 세계에 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는 뇌가 소화할 수 있는 데이터 유형의 한계를 모르고, 그 한계가 존재하는지조차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히 우리는 감각적 적응을 위해 진화론적 규모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자연적 종이 이제 더는 아니다. 미래로 나아가면서 우리는 세계로 통하는 우리 자신의 감각적 관문들을 점점 더 많이 고안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확장된 감각적 실재에 맞게 우리 자신을 설계하게 될 것이다.

더 나은 몸을 얻는 방법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감각하느냐는 전체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우리가 세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감각적 자아를 교정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뇌의 융통성을 지렛대로 삼아서, 우리가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교정할 수 있을까?

잔 슈어만 Jan Scheuermann 의 사례를 보자. 그녀의 뇌와 근육들을 연결하는 척수신경들은 '척수소뇌 장애 spinocerebellar disorder'라는 드문 유전병 탓에 퇴화해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느낄 수 있지만 움직일 수 없다. “내 뇌는 팔에게 '올라가'라고 말하지만, 팔은 '나는 네 말이 안 들려'라고 대꾸해요.”라고 잔은 말한다. 전신마비 장애인인 그녀는 피츠버그 의과대학에서 진행하려던 새로운 실험에 참여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연구진은 그녀의 좌뇌 운동 피질에 전극 두 개를 이식했다. 정확히 말하면, 뇌 신호가 척수를 타고 내려가 팔 근육을 통제하기 전에 거치는 마지막 정거장이 전극 이식 지점이었다. 연구진은 잔의 피질에서 발생하는 전류들을 측정하여 컴퓨터로 번역함으로써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 의도에 따라 로봇 팔이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실험에 쓰인 로봇 팔은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갖춘 제품이었다.

로봇 팔을 움직이고 싶으면 잔은 그 팔을 움직이는 것을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 로봇 팔을 움직일 때 잔은 사람에게 말하는 것처럼 중얼거리곤 한다. "올라가. 내려가. 아래로, 더 아래로, 오른쪽으로, 잡아. 놔.” 그리고 로봇 팔은 그녀의 말대로 움직인다. 그녀는 명령들을 큰 소리로 말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뇌와 로봇 팔은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다. 잔은 자신의 뇌가 팔을 움직이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았다고 보고한다. 그녀의 뇌는 10년 동안 팔을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녀는 말한다. “자전거 타기와 비슷해요.”

잔의 능숙한 솜씨는 미래에 우리가 기술을 이용하여 몸을 강화하고 확장하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팔다리나 장기를 대체할 뿐 아니라 개량하리라는 것을 말이다. 즉, 미래에 우리는 인간의 연약한 팔다리와 장기를 무언가 더 내구적인 것들로 격상시킬 것이다. 잔의 로봇 팔은 다가오는 생체공학 시대의 첫 단서에 불과하다. 그 시대에 우리는 타고난 피부와 근육과 잘 부러지는 뼈보다 훨씬 더 강하고 영구적인 장비를 부리게 될 것이다. 그 결과들 중 하나는 우리의 허약한 몸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새로운 우주여행의 가능성들이 열리는 것이다.

팔다리 대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발전하는 뇌-기계 접속 기술은 더 기이한 가능성들을 시사한다. 당신의 몸을 확장하여 도저히 인간의 몸이라고 보기 어렵게 만든다고 상상해보라. 우선 이것을 생각해보자. 당신이 뇌의 신호를 이용하여 저쪽 방구석에 있는 기계를 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다면 어떨까? 책상 앞에 앉아 이메일 답장을 보내면서 동시에 당신의 운동피질을 이용하여 진공청소기를 작동시킨다고 상상해보라. 얼핏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겠지만, 뇌는 과제들을 무의식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상기하라. 당신이 자동차를 몰면서 동행과 대화하고 라디오 다이얼을 돌리는 일을 얼마나 쉽게 해내는지만 생각해봐도 충분하다.

적당한 뇌-기계 접속 기술과 무선통신 기술이 있다면, 당신이 크레인이나 지게차 같은 대형 장비를 멀리서 당신의 생각을 통해 무선으로 조종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당신은 삽질을 하거나 기타를 치면서 딴생각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일을 하면서 그런 기계들을 조종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감각적 되먹임까지 제공된다면, 당신의 기계 조종 솜씨는 더 향상될 것이다. 그 되먹임은 시각적으로 제공될(기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당신이 지켜보는 방식일) 수도 있고 심지어 당신의 체감각 피질에 데이터를 공급하는(당신이 기계의 움직임을 느끼는 방식으로 제공될 수도 있다. 그런 기계를 팔다리처럼 부리려면 훈련이 필요하고 처음에는 어색할 것이다. 이것은 아기가 몇 달 동안 마구잡이로 움직여야만 팔다리를 정교하게 놀리는 법을 터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르면, 그런 기계는 사실상 추가된 팔다리가 되어 (이를테면 유압식 구동장치를 통해) 당신에게 엄청난 힘을 제공할 것이다. 당신은 그 기계를 당신의 팔다리처럼 느낄 것이다. 한마디로 그 기계는 당신의 또 다른 팔다리, 당신 자신의 확장된 부분이 될 것이다.

우리는 뇌가 학습을 통해 소화할 수 있는 신호의 유형에 어떤 이론적 한계가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거의 모든 유형의 물리적 몸과 세계와의 상호작용 방식이 실현 가능할지도 모른다. 당신의 확장된 부분이 지구 반대편에서 임무를 수행하거나 달에서 암석을 채취하는 동안 당신은 여기에서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것도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타고난 몸은 인간다움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먼 미래에 우리는 우리의 물리적 몸뿐 아니라 자아감도 근본적으로 확장할 것이다. 새로운 감각 경험들과 새로운 유형의 몸놀림에 익숙해짐에 따라 우리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물리적 속성들은 우리가 느끼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 우리의 정체성의 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표준적인 감각들과 표준적인 몸의 제약이 사라지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될 것이다. 우리의 먼 후손들은 어쩌면 우리가 누구였고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했는지 이해하느라 애를 먹을 것이다. 인류 역사의 현시점에서 우리는 가까운 미래의 후손들보다 석기시대의 조상들과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데이비드 이글먼. (2017). 더 브레인 (전대호, 역). 서울: 해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