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인간과 침팬지의 결정적 차이: 인지 능력에서 본문
우리는 학습과 기억, 추론 같은 고차원적 두뇌 기능은 사회 환경과 무관하게 이뤄질 거라고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인류의 진화 과정을 들여다볼 때, 우리는 사뭇 다른 이야기에 직면한다. 미국과 독일 인류학자로 이뤄진 한 연구팀은 인간 유아와 영장류(침팬지와 오랑우탄) 새끼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발견을 했다. ‘물리적’ 세상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침팬지가 보여준 인지 능력은 인간과 대단히 유사했다. 그러나 ‘사회적’ 세상을 탐험하면서 인간의 유아들은 침팬지와 오랑우탄의 새끼들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인지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그 차이는 특정 능력에서 두드러졌다(인간 사이에서도 이것이 폭넓게 나타난다). 그것은 타인의 마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읽어내는 능력 혹은 흔히 말하는 ‘직관’을 말한다.
이러한 능력은 사소한 사회적 기술이 아니다. 인간 두뇌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목적, 즉 인류 생존에 기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간 같은 사회적 종에게 사회적 삶은 힘들고 불안할 뿐 아니라, 위협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진화적 관점에서 사회적 고립의 압박 그리고 외로움에 따른 극심한 고통은 생존을 확보하고, 사회적 신뢰와 결속, 집단행동 강화를 위해 관계를 유지하도록 몰아갔다. 인간에게 집단은 ‘모든 것’이었다. 하나의 집단으로 움직이는 사회적 결속이 없었다면 인류는 가혹한 자연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식량 확보를 통해 충분한 에너지를 얻는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수렵 채집 생활은 미래가 불확실하다. 식량 확보뿐 아니라 성공적인 번식은 집단에 달렸다. 인간 유아는 다른 영장류에 비해 출생 후 더 오랜 기간 의존적인 생활을 한다. 그들은 성장할 때까지 일정한 보호가 필요하다. 그리고 집단이 그러한 보호를 제공한다. 인간 두뇌는 우리가 성공적으로 협력하도록 만드는 특별한 능력, 즉 사회적 인지 능력을 발달시켰다.
우리가 생각하고 추론하고 학습하고 계획하고 예측하는 능력은 두뇌의 사회적 진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날 사회적 삶이 생각하고 추론하는 능력은 심지어 두뇌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결코 놀랍지 않다.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리라고 생각하는 동물들조차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입는다. 초파리에서 쥐, 들쥐, 가축에 이르기까지 동물들은 집단에서 고립되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존 터렌스 카시오포John Terrence Cacioppo의 2014년 기념비적인 논문, 「고독의 진화적 메커니즘Evolutionary mechanisms for loneliness」은 우리에게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거기에는 비만과 당뇨병에 걸린 쥐, 달리기로부터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하는 들쥐,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증가한 토끼 그리고 아침에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치솟지 않는 다람쥐원숭이가 있다. 이러한 증상 모두 사회적 고립에 따른 것이다(아침에 분비되는 코르티솔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코르티솔은 우리가 아침 일찍 일어나 힘든 하루를 준비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물질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우리 인간도 스스로에게 그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확인할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우리가 고립될 때, 똑같은 생리적 증상이 몸에 일어난다. 그러나 뚜렷하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리는 다른 영장류가 하지 않는 방식으로 협력한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단지 다른 이에게 둘러싸여 있는지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
우리는 때로 신뢰하고 친절하고 동정과 공감을 드러낸다. 동시에 악랄하고 증오를 보이고 배신하고 비열할 수도 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마이클 토마셀로Michael Tomasello의 표현을 빌자면, 우리는 사회적 협력을 위한 고도의 능력을 지닌 ‘초사회적인ultra-social’ 존재다. 우리의 정교한 협력 방식은 초기 인류가 식량을 구했던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놨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도 바꾸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의 ‘양’이 아니라, ‘질’ 혹은 의미다. 모든 연구가 이러한 사실을 말해준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는 ‘객관적인’ 고립으로부터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인식된’ 고립 혹은 외로움으로부터도 추가로 피해를 입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적(혹은 객관적) 고립(다른 이와 거의 혹은 전혀 교류하지 않는 상태)과 외로움(타인과의 교류 결핍에 따른 주관적이고 불안한 감정 상태) 사이의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사회적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는 집단 구성원이 되는 것은 물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내면의 생물학적 욕망만큼이나 고립에 따른 심리적 두려움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식량과 물을 필요로 하는 것만큼 사회적 관계도 필요로 한다. 우리의 복잡한 뇌는 수백만 년의 자연 선택에 따라 목적을 추구하고, 탐욕적이고, 무자비한 집단의 구성원으로 능숙하게 기능하도록 진화되었으며, 이를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비열하고 위협적인 종이면서, 역설적이게도 동시에 가장 관대한 종이 되었다. 심리와 행동 그리고 사회 구조는 모두 함께 진화하면서 생존 자산의 가공할 만한 조합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집단으로 행동함으로써 인간을 포함한 모든 적과 먹잇감을 이길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하는 데 굳이 과학을 끌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은 인간의 사회적 본성이 우리의 건강, 특히 두뇌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고 있다.
제임스 굿윈. (2022). 건강의 뇌과학 (박세연, 역). 서울: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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