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우리 안의 우주 본문
몸을 별로 움직이지 않는 삶은 그 편안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불안정하고 초조한 상태로 만든다.
-칼 세이건
뇌는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융통성이 크다고 밝혀졌다. 우리 머릿속에 들어 있는 뇌는 특정 방향으로 발달하도록 운명지어지지 않았다. 그 기능이 유전적으로 미리 프로그램된 첨단 컴퓨터 같은 존재도 아니다. 뇌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뇌에는 대략 1,000억 개정도의 뇌세포가 들어 있다. 그 각각의 세포는 수만 개의 다른 세포와 연결될 수 있다. 뇌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연결의 수가 적어도 수백조 개 정도 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우리 은하계나, 혹은 우주의 다른 은하계에 속한 별의 수보다도 1,000배나 많은 숫자다. 머릿속에 자기만의 우주가 들어 있다고 하면 마치 뉴에이지 New Age 운동에서나 하는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우리 안의 우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뇌세포는 계속해서 죽고, 또 계속해서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진다. 뇌세포 사이에는 연결이 만들어지고, 사용하지 않으면 연결이 끊어진다. 뇌가 자기 구조를 어떻게 새로이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 연결의 강도는 계속 변한다. 뇌를 끊임없는 요동 상태에 놓여 있는 복잡한 생태계로 볼 수도 있다. 뇌는 평생에 걸쳐 변화한다. 어릴 때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감각으로 느낄 때마다, 무언가를 생각할 때마다 뇌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자기를 조금씩 변하게한다. 우리가 오늘 쓰는 뇌는 어제의 뇌와 똑같지 않다. 뇌는 언제나 진행형이다.
중요한 것은 뇌세포나 연결의 수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뇌세포의 양이나 뇌의 크기가 뇌 기능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틀린 이야기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이 그 좋은 예다. 그의 뇌는 일반인보다 더 크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아인슈타인의 뇌무게는 1,230g이었는데, 이는 남성의 평균 뇌 무게인 1,350g이나 그보다 100g 정도 덜 나가는 여성의 평균 뇌 무게보다도 가볍다.
오랫동안 나는 뇌의 능력을 결정하는 것이 뇌세포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연결의 수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 역시 틀린 생각이다. 만 2세 아동의 뇌세포 사이 연결의 양은 어른보다 훨씬 더 많다. 그런데 자라면서 이 연결의 양은 감소한다. 이 과정을 신경 가지치기pruning라고 한다. 만 2세부터 청소년기에 이를 때까지 24시간마다 최고 200억 개의 연결이 사라진다고 추정한다. 실제로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에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뇌가 사용되지 않는 연결을 솎아내는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이 한 문장으로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함께 흥분하는 신경세포는 함께 연결된다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
뇌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뇌세포의 수도 연결의 양도 아니라면, 과연 무엇일까? 그 해답은 이렇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거나 책을 읽거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계획을 세우거나 등의 서로 다른 일로 바쁜 상태일 때, 뇌는 기능적 네트워크 functional network 라는 일종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우리는 수영을 위한 프로그램, 자전거를 타기 위한 프로그램, 사인하는 프로그램 등을 모두 따로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이 네트워크에 달려 있다. 그리고 모든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서로 연결된 뇌세포의 집합을 통해 구축된다. 한 프로그램은 뇌의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 뇌세포들을 통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최적의 상태로 작동하려면, 즉 수영하고 자전거도 타고 사인도 하려면 뇌의 서로 다른 영역이 긴밀히 상호 연결되어야 한다.
연습은 완벽을, 그리고 더욱 빠릿빠릿한 뇌 프로그램을 낳는다
피아노로 간단한 곡을 연주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해보자.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뇌의 여러 다른 영역이 힘을 합쳐야 한다. 먼저 피아노 건반을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시각 신호는 눈에서 출발해서 시신경을 거쳐 뒤통수의 1차시각겉질primary visual cortex로 전해진다. 그와 동시에 뇌의 운동겉질motor cortex. 은 손과 손가락의 운동을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청각겉질 auditory cortex 은 소리 정보를 처리해서 측두엽과 마루엽 parietal lobe에 있는 연합령 association area이라는 영역으로 보낸다. 이 정보는 결국 의식과 고위 뇌 기능이 일어나는 장소인 이마엽에 도달하고, 자기가 어떤 음을 연주하고 있는지 파악해서 잘못 연주한 음이 있으면 수정할 수 있게 한다. 간단한 피아노곡 하나만 연주하려고 해도 이 모든 복잡한 활동이 일어나야 한다!
시각 중추와 청각 중추, 시각겉질, 마루엽과 이마엽에 들어 있는 이 모든 영역이 피아노 연주를 위한 뇌 프로그램의 일부다. 연습을 많이 할수록 연주를 더 잘할 수 있게 되고, 뇌 속 프로그램도 더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곡을 연주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이 아직 비효율적이고 서툴러서 그 과제에 뇌가 통째로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피아노 연주가 정신적으로 대단히 힘겹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과제를 완수하려면 정신을 단단히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연주가 쉬워진다. 일단 엄청나게 연습하고 나면,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연주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곡을 연주하는 뇌 프로그램이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신경 네트워크를 통해 신호가 반복적으로 전달되다 보니 연결이 강화된 것이다. 즉, 함께 흥분하는 신경세포가 함께 연결되었다! 연주에 필요한 정신적 노력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에는 아무 생각 없이도 곡을 연주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다.
곡 연주를 위한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영역의 뇌세포들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해당 영역들끼리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야 프로그램이 잘 돌아갈 수 있다. 이것을 컴퓨터에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모든 부품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연결이 불량하면 부품들이 따로따로는 잘 돌아가도 컴퓨터는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최고의 기능을 가진 뇌란 뇌세포나 연결이 많은 뇌가 아니라 이마엽과 마루엽 같은 서로 다른 뇌 영역이 긴밀히 상호연결되어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추고 있는 뇌다. 이 장 앞부분에서 이미 읽었듯이 신체활동은 서로 다른 뇌 영역 사이에 더욱 강력한 연결을 만들 수 있다. 이 연결성이야말로 우리가 몸을 움직일 때 뇌가 경험할 수많은 긍정적 영향의 밑바탕이다. 어떤 긍정적 영향이 있는지는 이 책에서 많이 접하게 될 것이다.
뇌의 연결 상태가 어떤 삶을 사는지 보여준다
뇌의 서로 다른 영역이 정도는 달라도 모두 다른 영역과 연결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것이 인지 능력 cognitive ability 이 사람마다 차이가 나는 중요한 이유일 수 있다고 한다. 이 연구 분야에서는 최근에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수백 명의 개인을 대상으로 고급 두뇌 검사를 해보았더니 좋은 기억력과 집중력, 고학력, 알코올과 흡연에 대한 경계심 등 긍정적으로 여기는 속성을 갖춘 사람은 뇌의 서로 다른 영역이 긴밀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다고 밝혀졌다. 반면, 분노 조절이 잘 안 되거나 알코올이나 약물을 남용하는 등의 부정적 속성을 지닌 사람에게서는 정반대 패턴이 관찰되었다. 뇌 영역들 사이의 연결이 불량했다.
여러 다양한 긍정적 속성이 뇌에 똑같은 흔적을 남기고, 부정적 속성은 그와 반대되는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긍정-부정좌표축positivenegative axis'is'의 존재를 암시한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에 따라 자기가 이 좌표축에서 어느 위치에 자리 잡고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다. 이 연구를 수행한 과학자들은 사람의 뇌 연결 패턴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기억력, 고학력, 중독성 물질에 대한 경계심 말고도 긍정-부정 좌표축 위에서 긍정적 신호로 여길 수 있는 다른 속성이 있을까? 있다. 바로 튼튼한 몸이다.
선입견이 들어간 연구?
이런 연구에는 선입견이나 엘리트 의식이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긍정-부정 좌표축'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사람에게 일종의 순위를 매기는 행동이니까 말이다. 그런 식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나도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의 뇌 연결 패턴이나 긍정-부정 좌표축에서의 위치를 결정하는 기준은 유전을 통해 얻은 속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을 결정하는 속성은 우리의 생활방식이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을 통해 뇌의 작동방식에 더욱 근본적인 수준에서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뇌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 역시 뇌와 그 작동방식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가 뇌를 운영하는 것이지, 뇌가 우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뇌의 서로 다른 영역 사이의 연결을 향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규칙적인 신체활동일 수도 있음이 더욱 분명해진다. 몸을 튼튼하게 유지하면 긍정-부정 좌표축에서 더 긍정적인 값이 나올 수 있다.
안데르스 한센. (2018).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 (김성훈, 역). 서울: 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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