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GABA, 머릿속의 스트레스 소방관 본문

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GABA, 머릿속의 스트레스 소방관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7. 10:00

운동은 이마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운동이 이마엽을 강화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아주 여러 가지다! 운동에 돌입하자마자 이마엽은 더 많은 피를 공급받아 더 잘 작동하기 시작한다. 신체활동이 이루어지면 뇌로 들어가는 혈류의 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마엽에 새로운 혈관이 생겨나서 혈액과 산소가 더 풍부하게 공급되는 동시에 폐기물도 더 잘 제거된다.

혈류가 증가하고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지는 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요즘에는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이마엽과 편도체 사이에 더 긴밀한 연결을 만들어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로써 이마엽은 편도체를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선생님이 다른 장소에서 감독할 때보다 교실에 함께 있을 때 학생들을 더 잘 통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뿐만이 아니다. 규칙적인 운동 덕분에 이마엽이 장기적 성장을 보이기도 한다. 이 발견에 해당 분야의 여러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냥 추측이 아니라 발견으로 입증된 부분이다. 건강한 성인에게 시간 단위로 산책을 시키면서 규칙적으로 이마엽의 크기를 측정해 보았더니 뇌의 바깥을 덮는 부위인 대뇌겉질cerebral cortex 이 더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 운동만 해도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이마엽이 더 커진다니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다!

운동하면 근육이 커진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았겠지만, 인간을 동물과 구분해주는 더욱 정교한 뇌 영역이 운동으로 더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가 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며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이마엽이 편도체를 더욱 잘 통제할 수 있는 상태로 바뀌지는 않는다. 몇 달 정도 지속 기간이 필요하다. 운동으로 스트레스가 바로 날아가 버렸다고 해도 운동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남아 있는 것이다.

몇 달 정도 지속하기 전에는 운동이 전반적인 행복이나 스트레스 내성에 얼마나 이롭게 작용하는지 온전히 느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이로움을 여러 측면에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뇌의 스트레스 반응 활성이 낮아지면 그저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좋아지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뇌의 스트레스 반응 영역(HPA축)의 활성 수준이 낮아지면 자신감이 커진다고 한다. 자신감은 특히나 스트레스 및 불안과 관련된 특성이다.

약물은 효과가 지나친가?


스트레스와 불안을 신속히 완화해주는 치료제가 시중에 많이 나와있다. 다이아제팜Diazepam이나 옥사제팜Oxazepam, 로히프놀Rohypnol, 자낙스Xanax 등인데, 전부는 아니라도 이름을 들어본 약이 일부 있을 것이다. 이런 약물은 효과가 없어서 문제가 아니다. 먹으면 스트레스와 불안이 금방 가라앉을 때가 많다. 오히려 효과가 너무 좋아서 문제다.

뇌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아 나서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즉시 불안에서 벗어나 차분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알약에 사람들이 큰 유혹을 느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일단 이런 약에 한 번 맛을 들이고 나면 그럴 때마다 뇌가 약을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뇌는 신속하게 적응하는 경향이 있어서 짧은 기간만 약물치료를 받아도 뇌의 화학작용에 변화가 생긴다. 그래서 처음에 효과를 보았던 용량으로는 더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된다. 똑같은 효과를 보려면 복용량을 늘려야 하고, 이쯤 되면 중독의 위험을 안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약물 말고도 스트레스와 불안의 느낌을 지워주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또 다른 물질이 있다. 그리고 이 물질은 의존성이 생길 위험이 대단히 크다. 바로 알코올이다. 알코올은 스트레스 반응을 신속하게 낮추는 데 놀라운 효과를 보인다. 사실 스트레스와 불안을 해소하는 데는 알코올에 견줄만한 물질이 거의 없다. 불안을 느낄 때 와인이나 독한 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내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술을 마시고 몇 분만 지나면 모든 걱정이 눈 녹듯사라진다.

알코올과 불안완화제 anxiolytic drug는 아주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불안완화제는 사람에게 '마른 주정(dry drunk,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술에 취한 듯이 까다롭고 신경질적인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 - 역자 주)' 증후군을 야기한다. 이 둘의 공통분모는 뇌에서 똑같은 시스템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 표적은 바로 GABA다.

머릿속의 스트레스 소방관

 

GABA

 

GABA, 즉 감마아미노뷰티르산은 뇌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소방관 역할을 해서 뇌세포가 자신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도록 돕는 아미노산이다. 일단 뇌의 활동이 차분히 가라앉으면 스트레스의 느낌도 함께 사라진다. 따라서 GABA가 활성화되면 술을 마시거나 불안완화제를 복용한 것처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GABA가 좋은 점은 꼭 알코올이나 알약이 아니어도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몸의 움직임, 즉 운동을 통해서도 활성화된다. 걷기 운동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는 볼 수 있지만,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를 할 때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요즘에는 지속적인 신체활동이 GABA의 활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대뇌겉질 아래 자리 잡은 뇌 영역에서 GABA 활성 수준이 올라간다. 스트레스 중에는 이들 뇌 영역에서 기원하는 것이 많다. 따라서 이 영역에서 GABA 활성 수준이 증가한다는 것은 운동이 스트레스의 심장부를 직접 공략한다는 의미다.

유모 신경세포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서 역설적인 논리가 성립되는 이유는 아마도 GABA 때문일 것이다. 운동하면 새로이 만들어지는 뇌세포는 대단히 활동적이라는 점에서 태어난 지 얼마안 된 어린아이와 비슷하다. 세 살짜리 아이를 얌전히 의자에 궁둥이붙이고 앉아 있게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어린 뇌세포도 마찬가지다. 항상 활성화되어 있고 주변에서 아무런 자극이 오지 않아도 다른 세포들에다 멋대로 신호를 보낸다. 이 세포들은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어찌 보면 아이처럼 귀여운 행동이지만, 스트레스라는 관점에서 보면 너무 쉽게 발동이 걸리는 뇌세포의 존재는 걱정거리다. 이런 활성 수준은 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제 마음대로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뇌세포를 가지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렇게만 보면 운동이 과활성화된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불안이 더 커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더 차분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운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세포 일부가 GABA 세포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GABA세포는 통제 불능 상태로 빠지는 대신, 신생 뇌세포의 과활성을 억누르는 데 도움이 된다.

대중 과학서적에서는 이 GABA 세포를 '유모 신경세포nanny neuron'라 칭하기도 한다. 어린 뇌세포들을 달래는 임무를 수행한다는 의미다.이 세포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진정 효과 덕분에 뇌 전체가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운동하면 뇌에서 활성 수준을 효과적으로 억제해서 스트레스를 낮추는 유모 신경세포가 더 많이 만들어지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 유모 신경세포는 대체 어디서 온거지?' 동물실험에 따르면 감정을 조절하고 불안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해마의 영역에서 주로 형성된다고 한다. 여기서도 운동은 스트레스와 불안의 심장부를 정조준하고 있는 셈이다.

근육은 스트레스 치료 공장이다

 

Kynurenine


과학자들은 쥐를 유전적으로 조작해서 근육이 더 발달한 채로 태어나게 해보았다. 그랬더니 이 쥐들은 스트레스에 거의 면역이 된 듯했다. 밝은 불빛이나 큰 소음으로 불안하게 하려 해도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이 쥐들은 강철 같은 담력을 지닌 듯했다. 대체 근육에 무엇이 들어 있길래 쥐를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줄까? 근육 속에는 스트레스에 의해 만들어지는 키누레닌Kynurenine이라는 대사산물을 중화하는 무언가가 들어 있다.

스트레스 대사산물인 키누레닌은 뇌에 위험할 수 있지만, 근육의 도움이 있으면 중화되어 뇌에 들어가지 않게 막을 수 있다. 쥐가 스트레스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도 그 덕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의 근육에도 스트레스 대사산물을 중화하는 똑같은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이는 근육이 해로운 스트레스 촉발인자를 제거하는 일종의 치료공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간에서 독성 물질을 제거해 피를 정화하듯이 근육도 같은 방법으로 뇌를 보호하는 것이다.

근육이 주요 스트레스 물질을 중화할 수 있다면 근육을 단련함으로써 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쉽게 추론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근육질 쥐가 스트레스에 저항력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많기는 해도 우리 인간에게 그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분명한 답변이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근력도 스트레스에 좋다


근육질 쥐 실험이 더욱 흥미진진한 이유는 근력 훈련이 그 자체로 스트레스 극복에 좋을 수 있음을 보여준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유산소 운동의 효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연구는 스트레스를 타도할 수 있는 근육의 잠재력에 관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연구 결과는 스트레스에 맞서려면 근육 운동에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 연구 결과를 고려하더라도 신체활동의 유형을 다양화해서 근력 강화운동과 심폐기능 강화 운동cardiovascular training 두 가지 다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안데르스 한센. (2018).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 (김성훈, 역). 서울: 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