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창의성의 종류 본문

Neuroscience Book/Creativity

창의성의 종류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17. 10:00

창의적인 것은 새로우면서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베끼는 일은 그리 창의적이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특정 용도나 기능을 충족해야 한다. 만들었는데 아무 쓸모 없는 발명품 역시 별로 창의적이라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혁신을 연구할 때는 창의성을 두 종류로 구분할 때가 많다. 바로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다. 확산적 사고는 전형적인 브레인스토밍이다. 폭넓게 생각하고 풍부한 연상을 이용해서 한 가지 문제에 관해 서로 다른 수많은 해법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확산적 사고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검사로는 대안적이용법 검사Alternative Uses Test가 있다. 이는 단어 연상을 기반으로 하는 검사법으로 '벽돌' 같은 단어를 제시하면 집짓기, 종이 누르개, 문 버팀쇠 등 주어진 시간 안에 벽돌의 용도를 최대한 많이 떠올려야 한다. 여기서는 내놓는 답변 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답변이 얼마나 구체적인지나 서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등도 중요하다. 이왕이면 답변이 독특해야 하고, 다른 실험 참가자가 이미 이야기한 내용은 반복하지 않아야 좋다. 하지만 벽돌로 우주선을 만든다는 식의 완전히 비현실적인 답변은 정답으로 쳐주지 않는다.


단순하고 별것 아닌듯한 실험이지만, 이는 사람의 창의성 수준을 아주 정확하게 반영해주는 검사로 드러났다. 이 실험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점은 내가 장담할 수 있다. 특히 시간 제한을 두면 더욱 그렇다. 이 검사의 큰 장점은 IQ가 아니라 창의성 측정한다는 것이다. IQ가 높다고 해서 성적이 더 좋지는 않다. 사실 IQ가 높은 사람도 검사하는 동안 막힐 때가 많다.

수렴적 사고는 확산적 사고와는 거의 정반대다. 여기서는 브레인스토밍으로 다양한 해법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올바른 해법에 신속히 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것은 결국 공통분모를 찾는 문제로 귀결될 때가 많다. 세 가지 단어를 제시한 후에 그 셋의 공통점을 신속하게 찾는 문제가 그 예다. 이 세 단어가 센트럴파크 Central Park, 뉴욕현대미술관 Muse Museum of Modern Art,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Empire State Building이라면 공통점은 뉴욕의 관광명소가 된다. 여기서는 한 가지, 혹은 몇 가지의 정답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전부 오답이다. 수렴적 사고는 확산적 사고보다 순발력과 논리를 강조하고 뇌에 더 큰 부담을 준다. 그래서 수렴적 사고는 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예술 분야에서도 창의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디어에 발을 달아주자


최근에는 이런 검사들 덕분에 신체활동이 창의성을 끌어올린다는 과학적 증거를 확보하게 되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과학자들은 이 분야에서 더욱 우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176명의 참가자에게 서로 다른 몇 가지 창의성 검사를 시행했는데 일부는 걷고 난 다음에 검사했고, 나머지는 휴식을 취한 다음에 했다.


이 연구의 제목은 '아이디어에 발을 달아주자: 걷기가 창의적 사고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Give your ideas some legs: the positive effect of walking oncreative thinking'이었다. 다섯 명의 참가자 중 네 명은 움직이면서 검사받았을 때 성적이 더 좋았다. 그 차이 역시 작지 않았다. 걸으면서 검사받은 사람의 성적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60% 정도 더 좋았고, 주로 브레인스토밍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수렴적 사고(정답이나 공통분모를 찾는 능력)는 좋아지지 않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신체활동이 논리보다는 아이디어 생산을 더 촉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연구 논문의 공동저자인 메릴리 오페조Marily Oppezzo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걷기가 당신을 현대판 미켈란젤로로 만들어준다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걷기는 당신이 창의적 과정의 초기 단계를 개시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천재성이냐, 노력이냐

Mozart


지금까지 보존된 한 편지에서 모차르트 Mozart는 자신의 작곡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그 과정은 완전히 마술처럼 보인다. 이 전설적인 작곡가는 악기 근처에는 가지도 않고 걸작을 만들어냈다. 악보가 머릿속에 다 들어 있어서 이미 작곡을 다 해놓은 듯 그냥 종이 위에 옮겨 적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 음악을 교향악단에서 연주하면 그가 머릿속에서 처음 들었을 때처럼 멋진 음악이 나왔다.

예술 천재의 엄청난 창의력 이야기는 분명히 매혹적이다. 그런 이야기들은 창의성의 극한을 달리는 사람들의 뇌가 한낱 평범한 인간일 뿐인 우리는 감히 상상도 못 할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종종 인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편지가 가짜라는 점이다. 모차르트는 교향곡을 전혀 그런 식으로 작곡하지 않았다. 모든 정황은 그가 굳은 의지로 작곡에 임했으며, 음악이론뿐만 아니라 기존에 확립되어 있던 다른 작곡법도 이용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곡을 정밀하게 가다듬고 고쳐 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모차르트의 걸작들은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고된 노력의 산물에 가깝다.

Newton


뉴턴이 중력 이론을 발견하게 된 이야기도 비슷하다. 뉴턴이 나무 아래 앉아 있는데 우연히 머리 위로 사과가 떨어져 중력 이론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사실 그 이야기 속에는 그 아이디어를 떠올리기까지 수십 년 동안 수학과 물리학에 공들였던 그의 노력이 빠져 있다. 그리고 사과 사건 이후 뉴턴이 자신의 이론을 완전히 공식화하기까지는 또 다시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물론 모차르트나 뉴턴 모두 '유레카!'를 외친 순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정황은 이런 번쩍이는 영감이 순전히 우연으로 떠오른 것이 아니라 기나긴 인고의 세월이 만들어낸 산물임을 말하고 있다. 누구든 노력만 하면 모차르트처럼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을 명곡을 작곡하고, 뉴턴처럼 과학에 선구자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으로 자신의 창의성을 갈고닦을 수는 있다.

양이 질로 이어진다


자신이 풍부한 개념을 생각해내고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자유로운 연상을 할 수 있으며 브레인스토밍할 때는 연이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유형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몇 가지 아이디어만 내놓고 이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하는 유형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전자가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는 최고의 방법임은 입증된 바 있다.

사람들이 확산적 사고 창의성 검사에서 어떤 성적을 올리는지 연구해보면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도 더 많이 내놓는 경향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그 함축적 의미를 조금 더 가까이 살펴볼 가치가 있다. 아이디어를 많이 낼수록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나머지 아이디어는 좋지 않다고 해도 말이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이 처음부터 기가 막히게 좋은 아이디어만 한두 개 생각해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려면 그만큼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모차르트와 뉴턴의 지어낸 이야기에서 보듯 일반적으로 창의성에서 인내의 가치는 과소평가되어 있다.


안데르스 한센. (2018).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 (김성훈, 역). 서울: 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