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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도전을 장려하는 교육 본문

Neuroscience Book/Creativity

실패와 도전을 장려하는 교육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24. 09:00

Richard Feynman

설령 답이 정해져 있어도 학생들은 창의적인 교육으로 그 답에 이르는 여러 방법을 찾는다. 1965년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캘리포니아주 교과과정 위원회로부터 수학 교과서를 검토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당시 그가 받은 교과서의 양이 무려 너비 약 5.5m에 무게 226kg에 달한다고 투덜댔다). 그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한 가지 문제 해결 방법만 가르치는 현대적인 수학 교수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이 올바른 해결책에 이르는 방법을 최대한 많이 찾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학 교과서로 우리가 바라는 것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특정 방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원래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학생들이 직접 답을 찾을 여지를 훨씬 많이 남겨두는 것이며 (…) 우리는 사고의 경직성을 없애야 하고 (…) 학생들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이 생각할 자유를 주어야 하며 (…) 이처럼 수학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학생들이 결국 주어진 상황에서 답을 찾는 새로운 방법을 창안해낸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대안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효과적인 전략은 벌집에서 서로 다른 거리로 날아가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기업이 점진적인 업데이트부터 파격적인 연구 개발까지 다양한 방법을 쓰듯 학생들도 벌집에 가까이 머무는 것부터 최대한 멀리 날아가 보는 것까지 다양한 방법을 쓰게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장차 창의적인 일에 융통성 있게 대응할 능력을 쌓는다.


 


잘 알려진 한 실험에서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 캐럴 드웩은 일단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학을 테스트했다. 테스트가 끝난 뒤 아이들 절반은 점수 측면을, 나머지 절반은 노력 면에서 칭찬을 해주었다. 이어 드웩은 아이들에게 좀 더 난이도가 높은 테스트를 해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때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 반면 점수를 칭찬받은 아이들은 뒷걸음쳤다. 자신의 평판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은 것이다. 드웩은 성과를 많이 칭찬하는 것이 결국 본의 아니게 학생들의 도전 욕구를 꺾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우리에게 결과가 아닌 노력을 칭찬하라는 교훈을 준다.

학생들이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려면 익숙한 길에서 일탈할 기회를 누려야 한다. 비디오 게임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샌드박싱 Sandboxing'은 경쟁하기 전에 먼저 새로운 차원에서 여러 옵션을 시도해본다는 뜻이다. 즉 실제로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각종 기술과 전략을 실험해본다는 의미다. 샌드 박싱 접근 방식은 창의적인 과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뭔가 창의적인 일을 다양하게 해보라고 하되 점수를 매기지 않고 그냥 평만 해주는 식이다. 이 경우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골라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옵션을 만들어볼 뿐 아니라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모험할 기회도 얻는다.

모험을 하다 보면 해답이라는 안전망 없이 문제에 도전하는 고공 줄타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결론이 뻔한 문제조차 위험부담은 있는데 이는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달걀 떨어뜨리기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지침은 달걀의 안전한 낙하를 도와줄 낙하산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것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학생들은 중력과 공기 저항 법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학 원칙을 잘 살펴봐야 한다. 직접 시범을 보이는 날 학생들은 높은 곳에 올라가 자신이 만든 장치를 떨어뜨린다. 모든 장치가 첫 번째 시도에서 안전하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연습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만일 어떤 학생의 달걀이 깨졌다면 그 학생에게 원인을 분석하게 해야 한다. 너무 빨리 떨어졌을 수도 있고 완충 상태가 불충분했을 수도 있다. 그런 다음 낙하 장치를 다시 만들어 재도전하게 한다. 중요한 것은 시도 횟수가 아니라 좌절하지 않고 성공할 때까지 계속 밀어붙이는 일이다.

모든 문제에 단 한 가지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교훈은 학생들에게 슈퍼 폰트Super-Font 같은 것을 만들게 하면 금방 알 수 있다. 표준 글꼴에서 일부 글자와 숫자는 워낙 비슷해 보여 구분하기가 어렵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스크린상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예를 들어 5와 S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B와 8, g와 q도 마찬가지다. 이런 글자와 숫자의 모양을 바꿔 시각적 차이를 극대화하려는 것이 슈퍼 폰트를 만드는 이유다. 이것은 정해진 해결책이 없는 창의적인 프로젝트로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직접 도전해볼 수 있다.

학생들에게 현실 세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도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할 기회를 주는 또 다른 방법이다. 이 경우 해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NASA의 '화성을 상상하라 Imagine Mars' 프로젝트에서는 학생들에게 인간이 다른 행성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침을 생각해보라고 제시한다. 이 경우 학생들은 숙소, 식량과 물, 산소, 교통, 쓰레기 처리, 일자리 등 인류 공동체가 지구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철저히 분석한다. 이어 그것을 열악한 화성 환경에 이식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생각한다. 숨은 어떻게 쉴 것인가?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운동은 어디서 할 것인가?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컵과 탈지면, 레고, 담배파이프 청소 도구 같은 물질로 그들 나름대로의 공동체를 만들어본다. 이처럼 학생들은 최첨단 과학을 궁리하면서(NASA는 몇십 년 내에 화성에 인류를 이주시킬 계획이다) 미해결 문제에 내재된 위험을 감수하는 경험을 한다.

창의적인 성인이라면 사회 번영을 위해 학생들에게 오답을 두려워해 움츠러들지 말고 과감히 위험을 감수하라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모든 지적 자본을 성공을 보장받는 안전한 일에만 투자하는게 아니라 보다 다양하고 위험한 일에도 투자하게 해야 한다.

데이비드 이글먼. (2019). 창조하는 뇌 (엄성수, 역). 서울: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