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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동기 부여의 힘 본문

Neuroscience Book/Creativity

혁신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동기 부여의 힘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24. 10:00

강력한 동기 부여는 교육 과정에서 과소평가하는 것 중 하나다. 실은동기 부여에 따라 결과에 커다란 차이가 나타난다. 학생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해주는 것은 일상적인 교육 과제 중 중요한 부분이다. 이때 요령은 기본적인 동기 부여책을 잘 활용하는 데 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게 하라


학생들에게 현실 세계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는 것은 창의성을 북돋우는 고무적인 방법이다. 대부분의 개발 도상국에서 호흡 부전은 일반적인 유아 사망 원인 중 하나다. 산소 호흡기가 있긴 하지만 아기들이 몸을 뒤척일 때 간혹 호흡용 튜브가 아기에게 제대로 부착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휴스턴 고등학교에서는 학생 21개 팀에게 이 문제를 해결과제로 제시했다.

학생들은 이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수행했다. 먼저 주제를 연구했는데 주제는 유아 호흡 부전의 원인과 규모였다. 이어 기존 해결책을 면밀히 살핀 뒤 비용, 안전성, 내구성, 사용 편의, 관리 등의 요소를 검토하면서 자신들의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각 팀은 3~5가지 옵션을 생각해냈고 마지막으로 가정용 물품으로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에 들어갔다.

최종 디자인은 기발하면서도 단순했다. 아기의 모자에 달린 좁고 긴구멍에 호흡용 튜브가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천을 두 번 자르는것으로 가능했다. 비교 실험을 해본 결과 그들의 '호흡 모자Breathing Cap가 기존 장비보다 성능이 더 뛰어났고 사실상 제작비도 거의 들지 않았다. 생명을 구하는 데 필요한 건 그저 일반적인 아기 모자와 가위가 전부였다. 성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10대들이 해결한 셈이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은 학생 자신에게도 도움을 준다. 몇 년 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에밀리 필로턴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이 대다수인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있는 한 자율형 공립 학교에서 8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교 당국의 허가를 받아 빈 교실 하나를 빌린 필로턴은 8학년 학생들에게 그 교실로 무얼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 학교에는 도서관이 없었고 학생들은 그곳을 도서관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필로턴은 학생들과 함께 지역 공립 도서관을 견학한 다음 모두에게 교실 평면도를 내준 뒤 도서관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 물었다. 열띤 토론이 뒤따르면서 또 다른 문제가 떠올랐다. 어떻게 그 많은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만들 것인가? 학생들은 융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용도로 사용 가능한 책장을 디자인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몇 주 동안 합판과 판지로 그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실행한 끝에 마침내 단순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 해결책은 십자형 책장이었고 학생들은 합판으로 그 책장을 수십 개 만들었다.

 

X-space


십자형 책장을 전부 옆으로 눕히자 X자 더미가 만들어졌다. 학생들은 다시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책장을 똑바로 세우지 않고 45도 각도로 기울이면 어떨까? 그러면 특별히 볼 생각이 없던 책을 접할 수도 있다. 만일 찾는 책이 맨 아래에 있으면 다른 책을 모두 들어내는 것은 물론 책 제목을 읽기 위해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여야 한다. 한 학생이 X는 대수에서 미지의 변수를 가리킨다며 도서관이란 결국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을 알아내고자 찾아가는 곳이라고 했다. 학생들의 도서관은 가히 X스페이스 x-space라고 불릴 만했다.

도서관 이름은 X 스페이스로 정해졌고 다음 몇 주 동안 학생들은 도서관 주벽을 X 모양 책장으로 가득 채웠다. 그들은 도서관 안에서 쓸 책상 다리도 X 모양으로 만들었다. 일부 X 모양 선반은 교실 여기저기에 그대로 두어 추가로 리모델링할 때 쓰기로 했는데 덕분에 X 스페이스 도서관은 늘 모습이 조금씩 변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그 공간을 발견과 탐구를 위한 곳으로 만들었다.

콜로라도주 캐슬록의 한 커피숍에서 열리는 일종의 시 낭송회 '포이트리 슬램Poetry Slam (창작 글을 역동적으로 낭독하는 것.-옮긴이)의 밤'에서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은 성인 작가가 아니라 지방 학교에서 온 6학년 학생들이다. 그들에게는 사회 문제를 주제로 시를 짓는 과제가 주어지고 이곳에서 그 시를 모아 공개한다. 이때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어른의 삶 전반과 관련된 시를 낭송한다. 12세의 한 학생이 자기 엄마를 소재로 한 시를 낭송했다.

지난날의 내 여정은 힘겨웠다.
오랜 시간 그녀는 늘 멀리 있었다.
음주와 일, 이혼 서류, 돈 때문에.
(···) 나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날 이끌어주지 않고,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내 가장 친한 친구.
그렇지만 나는 미소 짓는다.

 

outward Bound


이 교육 과정은 '아웃워드 바운드outward Bound' 모델, 즉 교실을 벗어나 모험을 함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모델에 기초한다. 최근 한 프로젝트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한 야생 동식물 보호 구역을 수몰 지구로 정해 저수지를 확대하는 계획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학생들은 이 계획의 양면을 모두 들여다보며 '인간의 발전과 거기에 이미 살고 있는 생명체의 보호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후 지역의 한 영화관이 이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학교 측이 나이 든 시민을 '생명은 예술이다Life is Art' 페스티벌에 초대하는데, 학생들은 매년 개최하는 이 페스티벌에서 직접 만든 예술품을 한 점 이상 전시한다.

 

Waldorf
K-12


진보적인 교육 철학 아래 아이들이 창의적인 활동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탐구하게 하는 발도르프Waldorf 와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 기관 같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따른다. 가령 학생들의 작품을 건물 복도에 전시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관객층을 넓히기 위해 일부 K-12 (유치원부터 우리의 고3에 해당하는 12학년까지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교육하려는 미국의 정보 교육 프로젝트 - 옮긴이) 캠퍼스는 서로 협력해 화상 회의 시스템으로 시와 소설 낭송회나 연합 전시회를 연다.

이때 공공 기관에서는 학생들의 작품을 위해 각종 문화 시설이라는 보다 큰 광장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박물관과 공항이 정기적으로 작품 전시회를 개최해 학생들의 마음에 열정을 불어넣는다. 온라인 세계에서는 훨씬 더 규모가 큰 플랫폼을 조성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모두가 예술가다'라는 사이트(Everyartist.me)는 학생들의 온라인 작품 전시를 지원한다. 최근 매년 열리는 전국적인 예술의 날에 하루에만 무려 23만 명이라는 세계 최대 온라인 작품 전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기술 분야는 MIT 미디어 연구소가 만든 웹사이트에서 학생 수백만 명이 교육용 소프트웨어 스크래치로 제작한 프로젝트를 전시한다.

우승 상금을 타라


지금 선진국에서는 비만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운동을 하게 만드는 것은 무척 힘든 문제다. 당신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이것은 영국의 한 초등학교 학생 일곱 명에게 부여한 과제이자 기초 컴퓨터 과학 지식을 일선 학교에 제공하는 라즈베리 파이 재단이 주최하는 연례 경진 대회에서 내준 과제다.

이 팀은 로봇 개를 만드는 일에 초점을 두었다. 로봇 개라면 재미있는 운동 친구가 될 거라고 본 것이다. 아이디어를 짜낸 끝에 학생들은 로봇 개에 달린 거리를 체크해주는 측정장치, 응급처치를 해줄 의료 장치, 무언가를 떨어뜨렸을 때 찾아주는 탐지 장치, 음악을 들려주는 스피커, 어둠 속에서 길을 밝혀줄 조명 장치를 넣는 생각을 했다. 그런 다음 운동할 마음이 들도록 주인을 격려해주는 로봇 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은 신용카드 크기의 라즈베리 파이 컴퓨터를 이용해 펄프에 아교를 섞어 굳힌 종이 반죽으로 로봇 개를 만들었고 모든 배선과 프로그래밍 작업은 물론 음성 녹음 작업도 직접 했다. 그렇게 탄생한 핏독FitDog은 결승까지 올라 최종 우승했다.

인정과 물질적 보상이라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경진 대회는 좋은 동기 유발 요인이다. 가령 라즈베리 파이 재단이 주최하는 경진 대회에는 그동안 수십 개 팀이 참여해 시선으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는 신체 장애인용 안구 추적 소프트웨어부터 처방약 자동 디스펜서까지 상상력이 풍부한 여러 프로젝트를 만들어냈다.

또 다른 유명한 경진 대회로는 창의력 올림피아드를 꼽을 수 있는데, 이 대회는 학생들이 참여해 창의적인 문제 해결책을 찾아내는 국제적인 과외 활동 프로그램이다. 학부모 코치는 물자 공급과 감독만 할 수 있고 나머지 모든 일은 학생들이 직접 해야 한다. 매주 열리는 팀 미팅은 지역 토너먼트로 이어지고 거기서 승리한 팀이 전국 결승전에 나간다.

라즈베리 파이와 창의력 올림피아드 같은 유명한 프로그램은 경진대회가 강력한 동기 부여 방법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수준 높은 문제 해결책을 찾고 상금을 타기 위해 전력투구하기 때문이다.

 



교실 안에서 많은 것을 만들어낼수록 학생들은 그만큼 더 자기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창의적인 교육의 목표이기도 하다. 교실 안에서 전례가 답이 아닌 일종의 도약대로 주어질 때 모든 것이 활기를 띤다. 학생들이 한 가지 해결책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옵션을 만들게 하라. 안전한 길과 함께 기꺼이 위험한 길도 가게하라. 안으로든(의미 있는 도전으로) 밖으로든(관객과 보상으로)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격려해주어라.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는 교과 과정은 아이들이 상상력의 관광객에 머물지 않고 안내자가 되게 한다.

데이비드 이글먼. (2019). 창조하는 뇌 (엄성수, 역). 서울: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