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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roscience Book/Creativity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25. 10:00

미래 예측은 새로운 사실은 물론 상상으로도 이뤄진다. 예술 작품은 늘 미래로 가는 길에 영향을 주는데 이는 예술 작품이 현실의 역동적인 재편이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은 그렇게 가치를 평가받으며 여론을 미리 살펴보는 시안처럼 쓰이기도 한다. 우리는 실현 가능한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면서 직접적인 체험보다 여기에 더 많이 의지한다. 비용 부담과 위험을 감수하며 실제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시도하지 않고도 평가가 가능해서다. 이와 관련해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런 말을 했다.


예술 덕에 우리는 자신의 세상만 보는 게 아니라 세상이 스스로 그 수를 늘려가는 것도 본다.


예술가는 자신의 시뮬레이션을 문화적 구름 위로 업로드해 인류가 현실을 넘어 미래의 가능성까지 보게 해준다. 즉 예술 작품은 항상 여러 가능성에 영향을 주어 이전에 보이지 않던 길을 훤히 비춰준다.

 


이러한 대체 길은 역사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폴레옹은 극작가 보마르셰의 희곡 <피가로의 결혼>이 프랑스 혁명을 촉발하는 데 일조했다고 믿었다. 이 연극에서 하인은 주인 백작보다 늘 한 수 위로 나와 낮은 계층 사람들에게 자신이 주인보다 나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이유로 정부 당국이 그토록 신속히 예술을 억누르는 것이다. 일단 어떤 가능성을 업로드하면 그 가능성은 스스로 생명력을 얻는다.

'만일 ~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세계 정세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다. 2차 세계 대전 중 연합군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공상 과학소설을 면밀히 검토했고, 공상 과학 소설 작가를 모집해 각자의 가장 기발한 가능성을 제시하게 했다. 실행에 옮길 진짜 계획도 아니고 활용하지도 않을 그 가능성이 무슨 큰 비밀이라도 되는 양 추축국에 새어 나가기도 했다.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미국 무역 센터 테러 공격 이후에도 몇 년 동안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공상과학 소설 작가들을 모아 '국가 이익 관련 공상 과학 소설'이란 기치 아래 다양한 테러 공격 예상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때 참여한 공상 과학 소설 작가 중 하나인 아를란 앤드루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상 과학 소설 작가는 늘 미래 속에서 산다. 국가 안전을 지키는 이들은 우리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길 원했다.


인간은 워낙 창의적인 종이라 사실과 허구에 의존해 세상을 헤쳐 나간다. 감정과 행동 사이를 지배하는 뇌 속 신경 부위 덕분에 우리는 눈앞의 현실에서 벗어나 멀리 미래 가능성 속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뇌는 하늘보다 넓다”고 했다. 예술은 '만일 ~라면 어떨까?' 하는 끝없는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지 중요한 기능, 즉 예상하는 세상 모델을 다수 만들어내 보다 넓은 지평을 돌아보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미래의 혁신은 현재의 교육에서 시작된다.


초보 운전자 시절 우리는 교통 흐름에 따라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확인하고 속도계를 주시하며 차선을 바꿀 때 깜빡이를 켜기 위해 신경 쓴다. 그러다가 익숙해지면 라디오를 켜놓고 한 손에 뜨거운 커피 잔을 든 채 배우자나 아이들과 얘기하고 휴대 전화로 통화도 하며 시속 100km 가까운 속도로 달린다. 창의적인 교육 목표도 의식적으로 아이디어를 휘고 쪼개고 섞는 것을 연습해서 그것이 내면화, 습관화해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이어지게 해야 한다.

창의성은 많은 관중이 보는 운동 경기가 아니다. 적절한 노출과 성취는 가치 있지만 베토벤 음악을 듣고 셰익스피어 연극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휘고 쪼개고 섞는 일을 해봐야 한다.

많은 경우 교육은 과거를 돌아보고 널리 인정하는 지식과 결과를 찾는 데 집중한다. 사실 교육은 아이들이 디자인하고 만들고 살아갈 미래세계를 지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심리학자 스티븐 나흐마노비치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교육 분야에서 놀이와 탐구 간의 긴밀한 관계를 잘 활용하고 탐구하기와 표현하기를 허용해야 한다. 또 탐구 정신을 인정함으로써 시도한 일, 테스트한 일, 동질적인 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학생들을 훈련시켜 많은 옵션을 만들고 벌집에서 서로 다른 거리까지 날아가며 아직 결과를 알지 못하지만 두려움을 참고 견디도록 해주어야 한다. 사실과 올바른 답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학생들에게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디딤돌 삼아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찾아낼 기회를 주어야 한다. 활발한 상상력만큼 그 가치가 평생 지속되는 능력은 없다. 상상력은 우리가 경험하는 일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준다.

지금부터 몇십 년 후면 우리의 집, 도시, 자동차, 비행기는 현재와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당연히 새로운 질병 치료법, 새로운 스마트폰, 새로운 예술 작품도 나오리라. 그러한 미래로 향하는 길은 유치원 교실에서부터 시작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2019). 창조하는 뇌 (엄성수, 역). 서울: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