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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위해 창의성에 투자하라 본문

Neuroscience Book/Creativity

새로운 세상을 위해 창의성에 투자하라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26. 10:00

새로운 혁명이 다가온다.

 

 

르네상스 시대에 유럽의 많은 화가가 각종 우화나 성경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힘과 위엄의 상징인 사자를 자주 그렸다. 그런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그들이 그린 사자의 생김새가 이상하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그 화가들 중 누구도 실제로 사자를 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유럽에 살고 사자는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에 살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이 그린 사자는 다른 화가가 그린 사자를 보고 그린 것이었고 갈수록 실제 정글의 왕 사자와 점점 더 멀어져갔다. 당시에는 자료가 제한적이었고 멀리 여행을 다닐 수도 없었다. 또한 문학으로 접근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으며 자신이 속한 세계의 바깥쪽과 교류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들의 원재료 창고에는 선반이 몇 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산업 혁명이 세계 역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이었듯 언젠가 역사학자가 우리 생애에 시작된 '창의성 혁명'을 얘기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보존과 디지털 저장장치 덕분에 우리는 언제든 꺼내 이용할 수 있는 방대한 규모의 원재료 창고를 건설했다. 휘기와 쪼개기, 섞기를 하기가 한결 더 쉬워진 것이다.

편리하게 흡수하고 처리해 보기 좋게 만들 수 있는 역사는 더 많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공유를 통제하는 원칙 또한 변화하고 있다. 대형 강입자충돌기는 지역 문화를 초월한 연구 사례다. 서로 분쟁 중인 인도, 파키스탄, 이란, 이스라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과학자가 과학적 진실 추구라는 보다 높은 목표를 내걸고 한 팀으로 뭉쳤다는 얘기다. 이 같은 문화 변화와 함께 컴퓨터 등장으로 창의성이 높아지고 민주화했으며 우리에게는 사진이든 교향곡이든 텍스트든 눈앞에 등장한 것을 다룰 새로운 방법이 주어졌다.

이제 더 이상 위치는 중요치 않다. 인터넷 연결로 사람들 간의 거리가 사라져 더는 바다와 산맥으로 갈라지지 않는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고 있다. 지금은 많은 옵션과 원형을 금세 만들어 전 세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 과거 어느 때보다 쉽다. 그 모든 것의 영향으로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르네상스는 지적 세계를 위한 주요 변곡점이었지만 우리는 지금 훨씬 더 높은 기어로 변속 중이다. 즉 우리는 더 많은 원재료를 더 빠른 속도로 소화하고 있다. 중세 화가에게는 사자에 대해 직접 경험한 지식이 없었으나 지금은 사자의 게놈까지 속속들이 알려져 있다. 이는 한때 아프리카 한구석에 살다가 전 세계에 널리 퍼진 인간이라는 종의 창의성 덕분이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창의성에 투자하라

 


디지털 비서는 점점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애플의 시리 siri에게 길 안내나 어휘와 관련된 질문을 던져보라. 아마 웹을 다 뒤져 인상적인 답을 내놓을 것이다. 그녀는 수많은 사실에 초인적으로 접근한다. 물론 그녀에게는 근본적인 한계도 있다. 그녀는 인간이 전화기를 내려놓고 자신의 삶 속으로 떠날 거라는 걸 모른다. 섹스의 즐거움도 모르고 고추의 톡 쏘는 맛도 모른다. 또한 어항 속 같은 자신의 세계에서 살기 때문에 근심 걱정이 없다. 인공 지능 분야에서는 이런 것을 '폐쇄 세계 가정closed-World Assumption'이라고 한다. 무언가 특정 과제를 위해 프로그래밍하면 그 외의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의미다.

놀랍게도 인간 역시 동일한 폐쇄 세계 제약 내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무얼 알고 있든 우리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모든 게 끝나는 지점이라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현실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의 한계는 과거는 슬쩍 보면 분명해지지만 미래는 현재와 거의 같다고 상상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젊은 시절 도서관이 구름 속에 (정보를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는 것을 빗댄 말-옮긴이) 만들어지리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리의 혈류 속에 새로운 유전자를 주입해 질병을 퇴치하는 것과 주머니 속에 작고 네모난 기계를 넣고 돌아다니면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인공위성으로 그 위치를 알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역시 몇십 년 후 아이들이 자율 주행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당신의 6살짜리 아이가 혼자 자동차를 타고 학교에 갈지도 모른다. 좌석에 앉힌 뒤 안전벨트를 매어주고 작별 인사만 하면 그만이다. 비상시에 자율 주행 자동차는 앰뷸런스로 변할 수 있다. 만일 당신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하면 자동차에 내장된 생체 감시 장치가 그것을 감지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그 자동차 안에 당신만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당신이 다른 사람의 자율 주행 자동차를 타고 손발톱 관리를 받거나 치과 예약을 하며 다음 목적지까지 갈 수도 있다. 그야말로 완전한 이동식 사무실인 셈이다.

일단 완전 자율 주행이 가능해지면 굳이 정면을 향한 시트 배치나 핸들은 필요 없다. 자동차 내부는 긴 소파를 놓은 응접실 혹은 달리는 거품 욕조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세상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미래에서 오는 것을 못 보는 경향이 있다.

미래를 상상하는 일에 서툴면 해일처럼 밀려오는 인류의 창의성이 언뜻 멈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그 해일은 계속 밀어닥친다. 왜냐고? 예술과 과학을 토대로 우리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세상을 계속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시리와 달리 우리는 어항처럼 밀폐된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빈틈이 많은 경계가 있고 그 틈새로 미래의 비밀이 새어 나온다. 그렇게 우리는 현실을 이해하는 동시에 미래도 상상한다. 오늘의 울타리 너머로 끊임없이 내일의 풍경을 바라보는 셈이다.

지금 혁신이 해일처럼 밀려들 여건이 무르익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화하려면 사회 도처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아이의 창의성을 키워주지 못할 경우 인류가 소유한 장점을 십 분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상상력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그런 투자를 할 경우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미래를 현실화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800만 년 전 당신이 우리의 어머니인 대자연과 마주앉아 대화한다고 상상해보라. 그녀가 말한다.

“벌거숭이 유인원을 만들 생각이야. 그 유인원은 나약하고 성기와 급소를 그대로 노출한 채 서서 돌아다닐 거야. 여러 해 동안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혼자 독립할 수 있지 (···) 네 생각은 어때?"

아마 당신은 그 유인원이 장차 지구 전체를 지배하리라고는 짐작도하지 못할 것이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미래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또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성할지 알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주변 모든 구역의 씨앗에 골고루 물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교실에서 많은 옵션을 만들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잘못된 답도 창의적으로 만들고, 미래를 향해 이런저런 시험 기구를 맘껏 띄워 보내도록 해주어야 한다. 나아가 개인과 기업이 변화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활짝 꽃피고, 서로 다른 거리까지 마음껏 날아가고, 가지치기가 혁신 과정의 일부가 되고, 변화가 표준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창의성을 위한 투자가 어디에서 이뤄질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미래를 볼 수 있다면 분명 그 풍요로움에 놀랄 것이다.

내일을 위한 기초 공사는 오늘 이뤄진다. 그리고 다음번의 커다란 아이디어는 현재 주변에 있는 것을 휘고 쪼개고 섞는 가운데 나온다. 주변에 있는 많은 재료가 휘고 쪼개고 섞기를 기다리고 있다. 교실과 중역회의실에 필요한 투자를 하면 창의력은 훨씬 더 큰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고 새로운 미래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한다.

이제 이 책을 덮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자.

데이비드 이글먼. (2019). 창조하는 뇌 (엄성수, 역). 서울: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