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창의성 혁명의 시대 본문

Neuroscience Book/Creativity

창의성 혁명의 시대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26. 09:00

 

 

최근 국제 우주 연구 프로젝트팀인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Breakthrough Starshot이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 Alpha Centauri 로 우주선을 보내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주선' 하면 사람들은 흔히 발사대 위에 서 있는 아폴로 13호 같은 로켓을 상상한다. 그 정도 규모의 우주선이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려면 수만 년이 걸리고 가는 도중 단 한 번이라도 오작동할 경우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난다. 그래서 브레이크스루 스타샷은 다른 대안을 구상 중이다. 이는 거대한 우주선 하나가 아니라 웨이퍼 크기의 탐사선에 작은 돛을 단 초소형 우주선 함대를 쏘아 올리는 방식이다. 이 우주선들은 지구에 있는 거대한 레이저로 추진력을 얻어 광속의 5분의 1까지 가속한다. 물고기 떼처럼 초소형 우주선이 모두 끝까지 살아남지 못할지라도 적절한 수의 우주선이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해 자료를 송신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익숙한 것을 뛰어넘는 이러한 시도는 지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물건과 교육 제도, 휴대용 첨단 제품 등이 그 좋은 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열의는 절대 수그러들지 않는다. 뇌는 언제나 단조롭고 예측 가능한 것을 거부하라고 우리를 닦달해 이미 아는 것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게 만든다. 그래서 인류는 늘 따분한 현상 유지에 만족하지 않는다. 뻔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그 힘이 바로 창의력의 토대다.

뇌의 사회적 특성은 창의적인 과정을 촉진한다. 우리는 신체적 접촉뿐 아니라 창의성으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인간은 서로 놀라게 함으로써 관심을 끈다. 혁신이 문화 혈류 속을 흐르는 순간조차 새로운 것을 향한 우리의 갈망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지 못한다.

자연 속에도 창의성의 징후가 도처에 있지만 다른 종의 창의력은 4세 아이의 노래나 모래성과 비교해도 그 빛을 잃는다. 두뇌 속에는 거대한 피질(특히 과도하게 커진 전두엽 피질)이 들어 있어 인간은 아무리 복잡한 개념도 잘 받아들여 다룰 수 있다. 인간은 재규어만큼 빨리 달리지는 못해도 내적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능력만큼은 그 어떤 동물과도 비교가 불가하다. 문명 세계는 '만일 ~라면 어떨까?'라는 상상력의 산물로 세대에서 세대를 거치며 계속 축적해온 결과다. 신경 알고리즘에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우리는 세상을 기발한 상상력대로 바꿀 수 있고 그 결과 인류는 다른 종과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는 경험이라는 원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 인간의 창의력 안에는 끊임없이 이종 교배하는 거대하고 서로 연결된 지식 나무가 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모두가 공유하는 인지 도구 세트에 따라 움직인다. 만일 당신이 어떤 이미지를 그래픽 프로그램에 집어넣으면 소프트웨어는 그것이 비행기 사진이든 얼룩말 사진이든 개의치 않는다. 그 이미지에 관한 한 '이미지 회전'이 데이터 작동 알고리즘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신경망은 재고 서브루틴subroutine (프로그램 내에서 필요할 때마다 되풀이해 사용할 수 있는 부분 프로그램. - 옮긴이)을 이용해 정신적 입력 사항을 처리한다. 특허나 음악 리프, 새로운 요리법 또는 다음에 말할 얘기를 생각하든 아니든 우리는 휘기 · 쪼개기 · 섞기로 경험이라는 원재료를 바꿔놓는다..

하루를 시작할 때 건물 전면부, 냉장고 내부, 유모차 디자인, 이어폰, 증기 오르간, 벨트, 스마트폰, 배낭, 창유리, 푸드 트럭 등 주변의 창의적인 물건을 떠올려보라. 이 모든 것은 인류의 거대한 발명의 숲에 있는 나무에서 돋아난 잔가지다. 주변의 창의적인 물건은 대개 그 모습을 숨기고 있다. 휴대 전화로 통화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노트북 컴퓨터로 이메일을 쓸 때 우리는 여러 세기 동안 축적해온 인류의 창의성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셈이다. 우리가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도 이와 동일한 현상을 겪는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연극 한 편에는 많은 신조어와 은유, 현란한 말장난이 들어 있고 위대한 음악 작품 하나에도 이런저런 휘기 · 쪼개기 · 섞기가 들어 있다. 예술은 결코 우리의 나머지 경험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것은 말하자면 보다 정제된 형태의 경험이다.

인류의 혁신은 지속적인 가지 뻗기와 선택에서 생겨난다. 우리는 많은 아이디어를 내지만 그중 일부만 살아남는다. 이렇게 살아남은 아이디어는 다음 발명과 실험의 토대로 쓰인다. 상상력이 풍부한 우리의 재능은 끊임없는 다양화와 걸러냄으로 우리에게 거처할 집을 주고 수명을 크게 늘려준다. 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편리한 기계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방법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나아가 수많은 노래와 이야기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데이비드 이글먼. (2019). 창조하는 뇌 (엄성수, 역). 서울: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