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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과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아세틸콜린 본문

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영감과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아세틸콜린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30. 09:00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의욕'을 낳는다


방 청소를 해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귀찮기도 하고 꼼짝하기가 싫었다. 하지만 일단 청소를 시작하니 왠지 기운도 나고 재미있어서 생각보다 열심히 했다. 이런 경험이 없는가? 심리학자 에밀 크레펠린은 일단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때 마음이 점점 고조되어 정말로 의욕이 생기는 현상을 '작업흥분'이라고 불렀다. 소위 '하고자 하는 마음', '의욕', '신바람' 같은 말로 표현되는 상태다. 뇌 속 '의욕 스위치'가 켜진 상태라 할 수 있다. 무기력할 때 의욕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 오히려 의욕이 나지 않으니 일단 시작하자는 것이 뇌과학적으로는 올바른 동기부여 방법이다.

Nucleus accumbens


뇌에는 측좌핵이라는 부위가 있다. 뇌의 거의 중앙에 좌우대칭으로 존재하는 사과씨만 한 작은 부위다. 이 측좌핵의 신경세포가 활동하면 의욕이 솟는다. 다만 측좌핵의 신경세포는 어느 정도 '자극'이 주어졌을 때만 활동을 시작한다. 마냥 기다리고만 있으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자극을 얻을 수 없다. 억지로라도 일을 시작하면 그것이 측좌핵을 자극한다. 측좌핵이 흥분하며 아세틸콜린이 분비되면서 점점 기분이 고양된다. 그러므로 의욕이 나지 않으면 일단 시작하는 것이 정답이다.

아세틸콜린은 부교감신경의 절전절후섬유(부교감신경의 흥분)와 교감신경의 절전섬유(교감신경의 억제), 그리고 운동신경 전달물질이라는 역할을 한다. 교감신경이 엑셀이라면 부교감신경은 브레이크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이 아드레날린으로 엑셀을 밟았다면 아세틸콜린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다.

그밖에도 아세틸콜린은 전뇌기저부(마이네르트 기저핵, 내측중격핵 등)에서 대뇌피질, 대뇌변연계, 시상 등에 투사하여 인지기능(사고, 기억, 학습, 주의력, 집중력), 각성과 수면(특히 렘수면), 세타파ThetaWelle 발생, 정동기억 등의 기능도 맡고 있다. 즉 일을 할 때 인지기능과 영감, 작업효율, 창조력 · 발상력 등과 관련된 뇌 내 물질이다. 아세틸콜린을 조절할 수 있으면 일의 효율을 높이고 영감을 얻기 쉽다는 이점이 있다는 말이다.

26분 낮잠이 업무능력을 34% 높인다


20년 전 어느 유명 종합병원에 근무했을 때 경험한 일이다. 당시 나는 오전에만 50~60명의 환자를 진찰해야 했다. 그렇게 많은 환자를 보다 보면 몸도 뇌도 파김치가 된다. 그럴 때는 점심을 먹고 나서 남은 30분 동안 낮잠을 잤다. 그러면 오전에 쌓인 피로가 거짓말처럼 풀려 다시 오후 진료를 의욕적으로 할 수 있었다.

낮잠이 뇌와 몸의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음을 다들 경험으로 알 것이다. 실제로 많은 뇌과학 연구에서 낮잠이 뇌의 효율을 크게 개선한다며 낮잠을 추천한다. NASA(미국항공우주국)에서 낮잠과 비행사의 업무능력에 관한 연구로 눈부신 성과를 올린 과학자 마크 로즈카인드는 “겨우 26분으로 직원의 능력을 34%나 향상시키는 경영전략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단 30분만 낮잠을 자도 뇌의 효율을 3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낮잠의 효과는 그만큼 대단하다.

그러므로 업무를 하다 지쳐서 졸음이 쏟아질 때는 커피나 음료수를 마시며 참지 말고 30분 정도 짧게 낮잠을 자는 것이 효율적이다. 뇌가 회복되어 결과적으로 업무의 질과 양도 향상된다. 그러나 낮에 60분 이상 자면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2.6배나 높아진다고 한다. 낮잠이 너무 길어지면 밤에 잠들지 못해 수면리듬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타파가 나올 때 훌륭한 아이디어도 나온다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알파파'라는 뇌파가 나오는 것은 비교적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뇌파 중에는 '세타'라는 뇌파도 있다. 알파파의 주파수가 9~12Hz인데 비해 세타파는4~7Hz다. 즉 세타파는 알파파보다 좀 느린 파장으로 수면에 돌입하기 전의 꾸벅꾸벅하는 상태, 깊은 명상상태나 깜빡 조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뇌파다. 세타파는 아세틸콜린과 아주 깊은 연관이 있다. 아세틸콜린이 해마를 자극하여 세타를 내보내기 때문이다.

해마는 스스로도 세타파를 생성하지만 아세틸콜린이 활성화되면 더 많은 세타파를 생성하고 시냅스도 쉽게 연결된다. 시냅스가 쉽게 연결되면 기억이 쉽게 정착된다. '시냅스가 연결되었을 때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하는데 이것은 '세타파가 나오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로 바꿔 말해도 좋을 것이다.

'아세틸콜린 분비 → 해마에서 세타 생성→기억력 · 발상력 향상'이라는 상관관계가 있다. 아세틸콜린을 원활하게 분비해 세타파를 낼 수 있으면 기억력이 강화되고 뛰어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세타를 내는 방법으로는 낮잠을 자는 것외에도 '호기심 자극하기', '외출하기', '앉은 채로 손발 움직이기'등이 있다.

항상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 시간이 흘러도 뇌가 젊은 상태를 유지해 건망증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것은 왕성한 호기심이 아세틸콜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세타파는 새로운 것을 접하거나 낯선 장소에 갔을 때, 흥미를 가졌던 것을 탐색할 때, 새로운 자극이 많은 환경에서 생활할 때 활발하게 나온다.

아이디어가 솟아나는 4B의 기적

창조성의 4B (Bar, Bathroom, Bus, Bed)


《스웨덴식 아이디어북》이라는 책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쉬운 4곳의 장소가 소개된다. 바Bar, 욕실이나 화장실Bathroom, 버스Bus, 침대 Bed다. 각각의 머리글자를 따서 '창조성의 4B'라고 한다. 아이디어는 책상 앞에서 골똘히 생각한다고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완된 순간이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멍한 순간에 떠오른다. 그렇게 심리적으로 이완시켜주는 곳이 '창조성의 4B'이다.

바에서 술을 마시며 살짝 취기가 돌았을 때, 욕조에 편하게 몸을 담그고 있을 때,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 잠들기 전이나 자고 있을 때, 그런 상황에서 뛰어난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른다는 것은 나 역시 100% 동의한다. 아르키메데스가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발견한 곳도 욕조가 아니었는가?

이 '창조성의 4B'는 '세타의 4B'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4곳 모두 세타파가 나오기 쉬운 장소이자 아세틸콜린이 나오기 쉬운 장소다. 내일이 마감인 기획서를 작성해야 할 때,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생각하거나 회의실에 틀어박혀 격렬하게 논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런 활동은 뇌과학적으로 보았을 때는 완전히 역효과다. 물론 영감의 소재를 입력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많은 자료를 읽어보거나 최소한의 논쟁으로 아이디어를 다듬는 일 말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아이디어는 책상이나 회의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온다.

시간대에 따라 적합한 업무가 다르다

오전 - 논리력, 결단력이 필요한 일


기상 후 오전 2~3시간은 뇌의 골든타임'이다. 그만큼 뇌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뇌의 골든타임을 잘 활용하고 있는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의 양과 효율이 몇 배나 차이가 난다.

이 이야기를 하면 반드시 이런 반론이 날아온다. "저는 밤에 머리가 맑아져요", "밤에 더 집중이 잘되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라요.”라고 말이다. 이른바 '저녁형 인간'의 반론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뇌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오전의 뇌는 수면에 의해 전날의 기억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상태다.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책상처럼 백지상태다. 수면으로 충분한 휴식을 했으므로 뇌의 작업효율도 높다. 그리고 오전 중에는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등의 '아민amine'이 우세한 상태다. 이때 적합한 작업은 정확성, 면밀함, 논리성, 집중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쉽게 말해 논리적이고 정교한 작업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글쓰기
- 번역이나 어학공부 등의 언어활동
- 수준이 높고 복잡한 계산
- 논리적이고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중요한 결단


이런 일들은 오전 중 뇌의 골든타임에 더 적합하다. 또 전체를 둘러보는 일, 예를 들어 '할 일 목록 작성하기'나 '목표설정’, '계획 세우기' 등도 좋다.

오후, 밤 - 상상력, 창조력이 필요한 일


오후가 되어 뇌가 지치면 논리적인 작업에 관한 효율이 확 떨어진다. 사실 오후부터 밤까지는 아세틸콜린이 원활하게 분비된다. 오후에 약간 졸린 것은 아세틸콜린이 활성화되어 세타파가 나오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오후에 뇌가 피로해지는 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기회이기도 하다. 논리적 사고력이 느슨해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밤늦은 시간대에도 세타가 무척 잘 나온다. 영감이나 참신한 발상을 얻을 수 있어서 창조적인 작업에 적합하다. 아세틸콜린은 창조력의 근원이기도 하다. 영감은 하나하나의 기억이 의식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아세틸콜린의 작용에 의해 여러 기억이 무작위로 연결되었을 때 일어난다. 머리를 쓰며 아이디어를 쥐어짜서 나오는 생각은 영감이라고 할 수 없다.

창의적 활동이나 창작활동은 상식과 고정관념을 뛰어넘은 생각을 해야 한다. '○○여야 한다'는 논리에 속박될수록 틀에 박힌 발상밖에 하지 못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밤에는 이렇게 '논리사고의 구속'이 약해짐과 동시에 아세틸콜린이 쉽게 나와 '창조적 활동'에 적합한 상태로 바뀐다.

오전에는 논리적인 작업이 적합하고, 오후나 밤에는 창조적인 작업에 적합하다. 이 낮과 밤의 '뇌의 적성'을 알고 나서부터 나는 내 일을 상당히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밤에 '원고집필'은 고생스럽기만 하고 비효율적이므로 하지 않게 되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저자)는 오후부터는 창조적인 작업, 예를 들어 아이디어 떠올리기, 글감 모으기같이 '컨셉을 만들거나 다듬는 일'을 한다. 논리적인 글이 아니라 칼럼이나 블로그 글 등은 밤에 쓰는 편이 더 재미있게 써지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영감을 받는 것도 반드시 점심시간 이후에 한다.

하루 종일 같은 일을 같은 페이스로 해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전에는 '논리적 작업'에 중점을 두고, 오후부터는 아세틸콜린이 활약하는 '창조적 작업에 집중해보자. 업무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수면은 아이디어 발상에 아주 중요한 시간

periodic table


역사상 유명한 발견 중 몇 가지는 자는 동안에 나왔다. 화학교과서 맨 뒷장에 나오는 주기율표가 그 예다. 이것을 처음 발견한 러시아 화학자 멘델레예프는 어느 날 밤 혼자 트럼프를 하면서 우주의 성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꾸벅꾸벅 졸고 말았는데 꿈에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가 어떤 체계로 존재하는지 깨달았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그 유명한 주기율표를 완성했다.

Uroboros


뱀이 꼬리를 물고 있는 모양의 벤젠 구조식을 발견한 독일의 화학자 케쿨레도 원모양으로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 즉 우로보로스 꿈을 꾸어 '벤젠의 육각형 구조'를 알아냈다고 한다.

이처럼 자는 동안 뛰어난 아이디어를 떠올린 역사적 일화는 상당히 많다. 그들이 천재여서 가능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잠든 사이에 대단한 발견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뇌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수면은 얕은 렘수면과 깊은 논렘수면으로 나뉘는데, 우리는 렘수면일 때 꿈을 꾼다. 이 렘수면일 때의 뇌파는 세타파가 주체다. 즉 아세틸콜린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상태이다.

렘수면에서는 아세틸콜린이 아주 우세하며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등의 아민계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 기상천외한 꿈 혹은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꿈을 꾸는 것은 아민에 의해 논리적 속박에서 뇌가 해방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영감은 기억과도 관련이 있다. 수면의 80%를 차지하는 렘수면 중에는 무수한 뉴런이 끊임없이 패턴을 바꿔가며 활발하게 전기신호를 교환한다. 의외로 수면 중에도 뇌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다. 이 렘수면 중에 '기억정리'가 이루어진다. 아침에는 깨끗했던 책상이 저녁 무렵에는 서류나 책으로 어지럽혀져 있는데, 그것을 자는 동안 뇌가 정리하여 다시 깨끗하게 치우는 것이다. 이 작업의 주역이 아세틸콜린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렘수면 중에는 아세틸콜린이 활성화된다. 아세틸콜린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상태에서 기억과 기억이 연결되고 장기기억으로 정착된다. 즉 제대로 잠을 자지 않으면 기억이 잘 정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른바 밤을 새워서 후딱외우는 벼락치기 공부는 최악의 공부법이다. 이 정리과정에서 관련성이 별로 없는 일들이나 기억이 잘 결합되어 거기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영감과 발상이다. 역사상 엄청난 발견이 꿈에서 힌트를 얻었거나 잠에서 깬 그 순간에 떠오른 것은 뇌과학적으로 말하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천재들처럼 자면서 엄청난 영감을 얻는 법


천재가 아니어도 누구나 뛰어난 영감을 얻고 싶다. 사실 여러분도 충분히 자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영감이란 '무에서 뛰어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뇌에서 여러 가지 정보가 결합되어 생기는 것뿐이다. 아이디어의 재료는 이미 우리 머릿속에 다 있다는 말이다. 뛰어난 발상을 하려면 많은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많은 책을 읽고 여러 정보를 접하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함으로써 영감을 얻게 된다.

멘델레예프와 케쿨레도 다양한 논문을 읽고 가능한 모든 논리적인 시행착오를 거듭한 후에, 수면을 통해 '논리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결과적으로 이론과 상식을 뛰어넘은 뛰어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영감을 얻고 싶다면 많은 책을 읽고 정보를 입력하자. 때로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나 영화, 소설 등 다른 방향에서 입력된 정보가 영감의 재료가 된다.


또 영감이 번뜩인 그 순간에 즉시 적어놓는 것도 중요하다. 영감은 신경세포의 발화(전기적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 쉽게 말하자면 불꽃이 '팍!' 하고 튀는 것이다. 불꽃이 터지는 그 순간에 셔터를 눌러야 불꽃사진을 찍을 수 있듯이 뇌 속의 신경발화는 그 순간이 지나면 소멸된다. 영감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멋지고 신나는 꿈을 꾸다가 눈을 뜨면 잠시 행복한 기분이 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꿈의 세부적인 내용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꿈도 단순한 신경세포의 발화이기 때문이다. 반면 악몽은 며칠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데 이것을 공포와 관련되어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기억증강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꿈이나 영감은 몇 분 이내에 잊힌다. 이것은 뇌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입력된 모든 것을 계속 기억해야 한다면 뇌는 정보로 꽉 차서 터져버릴 것이다. 입력된 정보도 영감도 99% 이상은 잊힌다.


그러므로 영감이 번뜩였다면 그 순간에 반드시 메모를 하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발상이나 역사적인 발견도 사라져버린다. 메모를 습관화하면 여러분의 아이디어 메모에 독특한 착상, 영감이 점점 축적될 것이다.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사람이 금연해야 하는 이유


'담배를 피우면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담배는 일의 효율을 높인다.' 이런 논리를 펼치는 애연가들이 가끔 있는데 의학적으로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담배를 계속 피우고 싶어서 그렇게 변명하는 것뿐이다. 아세틸콜린에는'무스카린 수용체'와 '니코틴 수용체'라는 2가지 수용체가 있다.수용체는 뇌 내 물질과 결합하여 그 자극을 감지하는 스위치 같은 것이다. 그리고 니코틴은 알다시피 담배에 들어 있는 주요 성분이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은 폐에서 흡수되고 불과 7초 만에 뇌속에 도달해 니코틴 수용체와 결합한다. 니코틴이 니코틴 수용체와 결합하면 아세틸콜린이 니코틴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과 같은 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역시 담배는 머리를 맑게 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절대 그렇지 않다. 당연한 말이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매일 피운다. 그러면 뇌에서 심각한 일이 발생한다.

담배에서 니코틴을 섭취해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뇌는 '아세틸콜린이 충분하다고 착각한다. 그 결과 아세틸콜린 생성을 게을리하게 된다. 이것은 담배를 피울수록 점점 진행된다. 결국 '아세틸콜린 부족상태'가 평상시의 상태가 된다. 그러면 뇌가 아세틸콜린을 생성하지 않으니 그 대신 외부에서 니코틴을 섭취해야만 한다. 이것이 니코틴 의존증(담배 의존증)이다.

담배를 피워 머리가 맑아지는 것은 아세틸콜린이 충족된 상태, 즉 '평상시 상태'로 돌아갔을 뿐이다. 더구나 니코틴 수용체와 결합한 니코틴은 30분 뒤에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금방 아세틸콜린이 부족해져서 초조하고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30분이나 1시간마다 담배를 피워 외부에서 니코틴을 공급함으로써 '여기 아세틸콜린 같은 게 있어요.'라고 뇌를 속이는 짓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30년 전만 해도 흡연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설이 있었지만 현재 그 학설은 잘못된 것임이 밝혀졌다. 대규모 면역연구에서는 '흡연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위험을 1.79배 높인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흡연이 폐암을 비롯해 각종 질환의 발병률을 높이고 신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러나 신체뿐 아니라 뇌에 대해서도 담배는 악영향을 준다. 흡연은 아세틸콜린 생성을 저해하고 초조감을 일으키며 업무효율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아세틸콜린과 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

Alzheimer's disease


알츠하이머병은 인지증(치매)의 일종으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 내에 축적되어 신경세포사가 유발되는 병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아세틸콜린계 기능이 저하된다.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은 건망증, 즉 '기억장애'가 유명한데 그 외의 증상으로 '인지장애'가 있다. 이름 그대로 다양한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기억과 학습, 주의집중, 사고, 시공간인지 등의 장애다.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형 인지증)의 치료약으로 '도네페질(donepezil, 아리셉트라고도 한다. - 옮긴이)'이라는 약이 있다. 쉽게 말하면 아세틸콜린을 늘리는 약이다. 이 약을 투여하면 환자의 인지기능이 개선된다. 그 점에서도 인지기능과 아세틸콜린이 깊이관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도네페질을 복용한다고 해서 아세틸콜린이 늘어나진 않는다. 알츠하이머형 인지증이 아닌 보통 사람이 복용하면아세틸콜린이 증가해 '인지기능이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도네페질은 단순히 아세틸콜린 분해를 저해하는 약이다. 아세틸콜린 분해를 늦춰서 아세틸콜린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아세틸콜린 생성이나 분비 자체를 늘리는 것이 아니므로 알츠하이머형 인지증이 아닌 사람이 도네페질을 복용해도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아세틸콜린계 활동이 병적으로 저하된 사람이 복용해야만 효과가 나타나는 약이다. 그러니 정상인이라면 약을 먹기보다는 생활습관을 바꿔서 아세틸콜린을 늘려야 한다.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생활습관은 '운동'이다. 핀란드에서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주 2회 이상 운동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인지증에 걸릴 확률이 50% 이상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 2회, 1회에 2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을 6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 밖의 많은 연구가 정기적인 유산소운동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인지증 환자를 보면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었던 건망증이 환자가 걸을 수 없게 되거나 자리보전한 뒤부터 급속히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어서 진행이 빨라진 것이다. 보행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면 뇌 내의 콜린 작동성 시냅스(아세틸콜린을 전달물질로 사용하는 신경)가 작동하여 대뇌피질이나 해마에서 아세틸콜린 방출량이 늘어나 혈류가 증가한다. 또한 대뇌피질의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폐색된 뇌혈관의 혈류저하 증상이 개선되기 때문에 허혈로 신경세포가 사멸하는 일이 줄어든다.

그러므로 노인이 운동을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론 젊은 사람도 적당한 유산소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으로 아세틸콜린과 도파민 등의 분비가 촉진되어 뇌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45~60분 정도의 유산소운동을 최소한 주 2회 가능하면 주 4회 정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바사와 시온. (2018).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오시연, 역). 서울: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