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cience Study

감정과 뇌의 관계 본문

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감정과 뇌의 관계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31. 09:00

감정은 생존 전략이다

 


첫 호흡부터 마지막 호흡까지 우리의 뇌는 “이제 뭘 하지?"라는 단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한다. 뇌는 어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오로지 현재와 미래에만 집중한다. 지금 처한 바로 그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서 기억을 활용하고 감정의 도움을 받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뇌의 이런 활동은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질까’, ‘어떻게 해야 경력을 쌓을 수 있을까' 혹은 '건강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아니라 우리의 선조들이 살아남아서 유전자를 물려줬던 방법에 집중되어 있다.

감정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과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뇌가 모두 결합하여 만들어낸 무언가이며, 이를 통해 뇌는 우리가 다양한 행동을 취하도록 만든다. 이상한가? 그렇다면 처음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는 특히 기분이 나쁠 때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통제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게 가능해지려면 감정이 무엇인지, 왜 우리 안에 존재하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감정은 우리에게 풍성한 내적 삶을 가져다주는 것 이상으로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한다.

다른 모든 종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신체와 뇌는 살아남아서 유전자를 후세에 퍼뜨리라는 단 하나의 기본 원리에 기반을 두고 진화해왔다. 진화는 일련의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왔다. 그중 하나가 어떤 종에게는 적으로부터 재빨리 달아날 수있도록 민첩성을 주거나 발각되지 않도록 위장 능력을 주는 것이었다. 또 다른 전략은 긴 목 덕분에 다른 동물이 먹을 수없는 잎사귀를 먹을 수 있었던 기린처럼 다른 종이 따라 할 수없는 남다른 특질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전략은 (인간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해당 종이 생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감정은 기본적으로, 기린의 긴 목이나 북극곰의 털 색깔과 다를 게 없는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신체적인 속성이라기 보다는 좀 더 유연하고 빠르게,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감정은 뇌를 조종한다


뺨을 긁적이는 것부터 원자 폭탄을 터뜨리는 것까지, 인간의 모든 활동은 내적인 정신 상태를 바꾸고자 하는 욕구의 결과이다. 그리고 감정이 우리를 어떻게 조종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출발점이다. 우리는 위협을 받으면 두려움을 느끼거나 화를 내며, 달아나거나 공격을 가한다. 몸에 에너지가 부족하면 배고픔을 느끼고 음식을 찾아 나선다.

 


완벽한 세계에서는 눈앞의 결정에 앞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샌드위치를 먹고자 한다면 샌드위치의 영양 성분이 어떻게 되는지, 어떤 맛을 내는지, 빵은 갓 구운 것인지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또한 몸의 깊은 곳에서부터 음식물을 원하고 있는지, 샌드위치가 이런 욕구를 채우는 데 최선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이제 이런 모든 정보를 취합하여 샌드위치를 먹을지 말지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 만약 우리의 선조 중 누군가가 이러한 '완벽한 세계'에 떨어져 꿀이 가득한 벌집 앞에 서 있다고 치자. 우리의 선조는 꿀을 손에 넣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과 이득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벌집에 있는 꿀의 양과 칼로리, 몸이 에너지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꿀을 손에 넣으려고 벌집을 들쑤셨을 때 다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벌 이외에 다른 위험은 없는지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의 선조는 손쉽게 모든 정보를 취합하여 꿀을 손에 넣을 것인지, 그만 관심을 끌 것인지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선조가 살던 세계나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가 그런 완벽한 세계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때 감정이 개입하여 우리가 다양한 행동을 하도록 만들고, 이를 통해 즉각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에 정보가 불충분하거나 결정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뇌가 빠르게 계산하여 감정이라는 형태로 답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허기를 느끼게 하여 샌드위치를 먹게 만드는 식이다. 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선조 역시 쏘일 확률이 낮거나 절박하게 음식이 필요한 상태라면 허기를 느끼고 꿀을 손에 넣기로 할 것이다. 하지만 위험이 너무크다면 두려움을 느끼고 물러설 것이다.

마트에서 담아 먹는 젤리 코너 앞에 서면, 굶주림을 피하는 방향으로 발달한 진화적 알고리즘은 상황을 빠르게 계산하여 젤리를 먹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로 답을 제시한다. 우리의 뇌는 음식이 남아도는 오늘날의 세계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대부분 담아 먹는 젤리 코너 앞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왜 부정적인 감정에 더 끌릴까?

 


감정은 우리를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조종하여 다양한 결정을 내리게 만들지만, 혼자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감정에는 일련의 신체 및 뇌 반응이 따라오며, 내장기관뿐만 아니라 우리의 복잡한 사고 과정과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뇌는 즉각 코르티솔cortisol과 아드레날린adrenaline을 분비하도록 명령을 내려 심장이 좀 더 빠르고 강하게 뛰도록 만든다. 심장은 신체의 근육에 더 많은 피를 내보내 우리가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다시 말해 달아나거나 반격하도록 만드는 셈이다. 배고플 때 음식을 보면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여 먹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만든다. 도파민은 사람들 사이에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옥시토신oxytocin과 마찬가지로 성적으로 흥분되었을 때에도 분비된다. 그래서 TV 내용이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우세한데, 이는 부정적인 감정이 역사적으로 위협과 연관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위협은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먹거나 마시거나 자거나 혹은 짝짓기는 나중으로 미룰 수 있어도 위협에 대한 대처는 미룰 수 없다. 이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다. 짐작하건대 우리의 선조가 처했던 주변 환경은 분명 기회보다는 위협이 많았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어쩌면 더 일반적이었을 수 있다는 점은 대부분의 언어에 긍정적인 감정어보다 부정적인 감정어가 더 많은 이유일 수도 있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은 대부분의 사람이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갈등이나 극적인 사건이 없는 영화나 책을 누가 보려고 하겠는가?

안데르스 한센. (2020). 인스타 브레인 (김아영, 역). 서울: 동양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