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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심박수가 올라갈까?

siliconvalleystudent 2022. 12. 31. 10:00

우리에게 스트레스는 삶의 퍼즐을 풀지 못하거나,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을 때, 혹은 마감일에 맞춰서 일을 끝내지 못했을 때를 의미한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뇌의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다.

HPA-Axis


의학 용어로 HPA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이라고 부르는 시스템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이는 수백만 년의 세월에 걸쳐 발달한 기관으로 인류뿐만 아니라 새, 도마뱀, 개, 고양이, 원숭이 등 기본적으로 모든 척추동물에게서 찾아볼 수있다. HPA축은 뇌의 일부인 시상하부(hypothalamus)의 'H'에서 첫 글자를 따왔다. 시상하부는 뇌 아래에 자리한 내분비 기관인 뇌하수체 (pituitary gland, ‘P')로 신호를 보낸다. 이어 뇌하수체는 신장 바로 위에 자리한 부신(adrenal glands, 'A')에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라고 요청한다. 코르티솔은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아마도 HPA축은 인간과 동물이 극도의 위험에 처했을 때를 대비해 발달했을 것이다. 우리 선조 중 하나가 갑자기 사자를 봤다면, HPA축은 경보를 울리고 적합한 대응을 하라는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시상하부에서 시작된 반응은 뇌하수체에, 뇌하수체는 부신에 코르티솔을 분비하라고 요청할 것이다. 코르티솔은 에너지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심장을 더욱빠르고 강하게 뛰게 하는데,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박수가 올라가는 것은 모두 경험으로 알 것이다. 그런데 심박수는 왜 올라갈까? 물론 사자와 맞닥뜨린 상황에서 우리 선조는 재빨리 대처하여 공격하거나 달아나야 한다. 투쟁-도피 반응(Fight orFlight Response)을 보이는 것이다. 싸우거나 가능한 한 빨리 달아나기 위해 신체의 근육은 더 많은 피가 필요해지고, 이 때문에 심장이 더 빠르고 강하게 뛰게 된다. 이게 오늘날에도 우리 안에 남아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박수가 올라가는 것이다.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은 이렇게 형성되었다


신체의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 즉 HPA축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감정이 있는 것과 같은 이유다. 바로 생존을 위해서다. 신체의 다른 부분이나 뇌처럼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도 역시 오늘날보다는 명백히 더 위험했던 세계에서 우리의 선조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발달했다. 선조들이 처했던 위험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는 위험보다 훨씬 더 빈번했고 대처도 즉각적이어야 했다. 사자를 공격할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도망갈지를 지나치게 오래 고민하는 사람은 아마도 금세 유전자풀에서 도태되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오늘날에는 대부분 목숨을 위협받을까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직장에서 마감에 쫓기거나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이 너무 많거나 혹은 SNS에서 만족할 만큼의 '좋아요'를 받지 못하는 등 사회심리학적인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때 활성화되는 뇌의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은 과거 우리 선조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HPA축에 가하는 스트레스는 분명 사자를 만났을 때처럼 강력하지 않지만, 여러 달 혹은 여러 해 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HPA축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서 발달하지 못한 것 같다. 뇌가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호르몬에 노출되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계속해서 투쟁-도피 반응 상태에 놓이면, 뇌는 싸우거나 혹은 달아나는 것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된다. 뇌의 논리가 다음처럼 바뀌는 것이다.

취침 : 나중에 자지, 뭐.
음식 : 나중에 먹지, 뭐.
번식 : 나중에 하지. 뭐.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때가 있는가? 어쩌면 그때 복통이나 수면 부족 혹은 성욕 감퇴 등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너무 많은 사람이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뇌가 즉각적인 문제 해결과 관련 없는 것들을 어떤 식으로 후순위로 밀어내는지 깨닫는다면, 장기적인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에 놀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스트레스의 여파는 위에 언급한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사고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이성을 예리하게 만들어주지만 지나치면 명료한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든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간 뇌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한 독특한 부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저 진화에 따라 오래되고 원초적인 부분에 의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스트레스 상황에는 빠르고 강력하게 대처할지 몰라도, 바로 뇌의 '생각하는' 부분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결국에는 문제를 더 키우게 될 수도 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는 싸우거나 달아나게 되고, 결국 정교하게 문제를 바라볼 기회를 놓치고 만다. 뇌는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하며, 사회적 요령보다는 즉각적인 문제 해결이 1순위인 '트러블 슛trouble shoot 모드’로 진입하기를 원한다. 주변에서 문제가 보이면 곧바로 강하게 반응을 하게 되고, 이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솟구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체 왜 빌어먹을 양말을 방바닥에 두냐고!"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말이다.

hippocampus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변을 둘러보며 즐길 여유를 잃게 되어 많은 이가 쉽게 이성을 잃고는 한다. 우리는 잘 지낸다는 느낌이 들어야 경계를 늦추는데, 위협을 받는 뇌에서는 이 느낌이 우선순위에서 맨 끝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에는 기분이 자주 나쁘다. 뇌가 우선순위에서 밀어내는 또 다른 기능은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 것이다. 기억은 뇌의 여러 부분이 연결되면서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연결고리는 뇌의 기억 저장소인 해마hippocampus에서 담당한다. 연결고리와 기억을 강화하려면 해마가 새로 형성된 기억 회로에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그럴 겨를이 없어지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기억력이 감퇴하게 된다.

스트레스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스트레스'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지만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스트레스가 꼭 필요하다. 단기간의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높이고 사고 기능을 예리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직장에서 하루 혹은 일주일 정도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도 별반 이상이 없다는 말이다.

신체의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은 우리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HPA축을 제거한 실험동물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이 실험동물들은 만사에 심드렁하고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으며 일부는 심지어 먹는 것에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피로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에게서도 이와 유사한 패턴을 관찰할 수 있다. 피로증후군은 어마어마한 피곤을 느끼며 HPA축이 더는 정상적으로 활성화되지 않는 탓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뇌에 주는 부담이 너무 강하고 오래 지속탓으로 보인다.

안데르스 한센. (2020). 인스타 브레인 (김아영, 역). 서울: 동양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