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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 '정지'시키기

siliconvalleystudent 2022. 11. 15. 13:51

 폭식은 말 그대로 자제력을 잃고 음식을 먹는 장애다. 이후 거식증으로도 고생했던 한 폭식 장애 환자는 자신의 첫 폭식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아침 식사로 M&Ms를 먹고 싶었다. 등굣길, 오전 7시에 슈퍼에서 거대한 패밀리 사이즈의 피넛 M&Ms를 샀다. 한 봉지를 다 먹을 생각이었는지 딱 한 움큼만 먹자는 생각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너무 굶주린 상태였다. 육체적인 굶주림이 아니었다. 정서적인 굶주림이었다. 고통스러운 굶주림이었다. 학교까지 차를 운전해 가는 동안 M&Ms를 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나씩 먹었다. 더는 맛도 느끼지 않은 채 사실상 통째로 삼키기 시작했다. 통제 불능의 움직임으로 한 번에 입안으로 잔뜩 쑤셔 넣었다. 무아지경의 상태에 있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블랙홀 같은 곳에 빠져 버렸다. 몸에서는 이제 그만 먹으라고 배가 부르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신호들을 무시했다.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얼마 후 한 봉지가 텅 비어 있었다. 450그램짜리 M&Ms 한 봉지가 사라져 있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이든 시작한 후든 그 일을 멈추는 능력은 자제력의 필수적인 측면으로, 이를 반응 억제라고 한다. 이러한 반응 억제의 실패가 폭식부터 약물 중독까지 다양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응억제는 아주 간단한 실험실 과제인 정지신호 과제를 이용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현상이다. 이 과제에서 참가자는 자극을 보고 가능한 빨리, 정확하게 반응해야 한다. 가령 참가자들에게 여성 또는 남성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제시하고, 남성의 사진일 때는 어떤 버튼을 누르고 여성의 사진일 때는 다른 버튼을 눌러 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보통의 건강한 젊은 사람이라면 이 과제를 1초 만에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지시 사항이 있다. 크게 울리는 삐 소리처럼 또 다른 신호가 제시될 텐데, 이 신호가 등장하면 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고 참가자에게 알린다. 정지신호는 비교적 드물게 제시되고 신호의 효과성은 언제 제시되는지에 크게 좌우된다. 신호가 늦게 울려 참가자가 이미 손가락을 움직여 반응을 하려고 한 상황이라면 행동을 멈추는 것이 상당히 어렵지만 신호가 일찍 나오면(즉, 자극이 등장하고 수천 분의 1초 내로 신호가 제시되면) 상대적으로 행동을 멈추는 것이 쉽다. 정지신호의 지연 시점을 다양하게 해 사람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행동을 멈추는지 검사하는 것으로 연구자들은 수학적 모델을 활용해 시작되려는 행동을 중단시키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 추정할 수 있다.
 
 정지신호 과제 수행에 대해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은 현재 밴더빌트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캐나다 심리학자 고든 로건이다. 특히나 그는 행동을 멈추는 데 필요한 시간, 즉 정지신호 반응 시간을 가늠하는 수학적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즉, 정지신호 과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지 않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가늠하려는 것이었다. 경주 모델이라는 이름의 이 프레임워크는 억제의 성공 또는 실패가 서로 다른 두 개의 프로세스 간의 '경주'로 결정된다고 본다. 하나는 출발 프로세스로, 자극이 제시될 때 시작되는 프로세스다. 정지신호가 없는 상황에서 이 프로세스는 거의 언제나 완주를 하며 운동 반응으로 이어진다. 한편, 정지신호가 발생하면 출발 프로세스와 경쟁을 벌이는 별개의 정지 프로세스가 유발된다. 정지 프로세스가 우승하면 반응이 성공적으로 억제되는 반면, 출발 프로세스가 이기면 반응을 멈추는 데 실패한다. 몇 가지 추가적인 추정을 더 한다면 경주 모델을 이용해 아무 일도 수행하지 않는 데 걸리는 시간도 추정할 수 있다.
 
 우리는 내가 대학원생이고 고든 로건이 일리노이 대학교 교수이던 1990년대부터 알고 지냈고, 당시 내 사무실이 그의 사무실 바로 맞은편에 있었다. 그럼에도 2003년 박사후 연구 과정으로 젊은 연구자 에덤 에런이 내 연구실에 합류하고 나서야 나는 본격적으로 반응 억제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애런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당시 신경 과학자인 트레버 로빈스와 함께 일하며 두뇌의 서로 다른 영역에 손상을 입었을 때 정지신호 과제에서 행동을 멈추는 능력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를 배웠다. 애런의 연구는 우측 하전두회 또는 'RIFG'라고 알려진 우측 전전두피질 부분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특히나 행동을 멈추는 데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가 내 연구실에 합류한 이유는 뇌 영상법을 사용해 건강한 사람들의 뇌에서 행동을 멈추는 일이 어떻게 수행되는지를 더욱 잘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애런은 지극히 단순했던 초기 연구를 진전시켰다. 그는 참가자들이 간단한 버전의 정지신호 과제를 행하는 동안 fMRI를 통해 두뇌 영상을 촬영했다. 우리는 먼저 정지신호가 없는 출발 실험에서 참가자가 반응을 보일 때 두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런 단순한 반응에 관여하는 두뇌 시스템은 잘 알려져 있었던지라 단지 사실 확인을 위해 이러한 과정을 거쳤고, 해당 과제 수행 시 시각과 운동피질, 기저핵 내 조가비핵을 포함해 우리가 예상했던 영역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중요한 문제는 출발 실험과 비교했을 때 정지신호가 등장하는 실험에서 어떤 부분이 더욱 활성화되는가였다. 연구 결과, 정지신호로 우측 하전두회와 더불어 전전두피질의 또 다른 부분인 사전 운동보조 영역이 활성화되며 애런의 이전 연구를 재확인시켜주었다. 한편, 제2장에서 이미 등장한 바 있어 익숙하게 느낄 또 다른 부위도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시상하핵이다. 시상하핵은 기저핵 내 간접 경로의 일부이고 이 영역을 활성화시키면 행동이 억제됨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이 연구를 진행할 당시 기저핵 내 초직접 경로라는 경로가 하나 더 있다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전전두피질이 직접적으로 시상하핵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경로였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초기 연구에서 이 경로에 전기 자극을 줄 때 진행 중인 행동을 무효화시킨다는, 즉 신속한 정지에 필요한 바로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전전두피질과 시상하핵의 연결성이 인간에게서는 밝혀진 적이 없었다.
 
 초직접 경로가 정지에 관련하는지를 밝히기 위해 우리는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진과 협력했다. 이 연구진은 앞서 등장했던 확산강조 현상 분석의 전문가들이었다. 옥스퍼드 대학의 동료인 팀 베렌스와 스티브 스미스는 뇌신경섬유지도라는 기법으로 뇌의 백질 신경로를 가상으로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fMRI 연구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서 얻은 확산강조영상 데이터와 함께 이 기술을 활용한 우리는 정지를 행하는 동안 식별되었던 전두엽의 두 부분(우측 하전두회와 사전 운동보조 영역)에서 시상하핵까지의 백질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의 신경 영상 연구 결과는 전두엽에서 시상하핵까지의 초신경회로가 정지와 관련이 있다는 초기 증거가 되었다. 한편, 생쥐를 대상으로 비슷한 정지신호 과제를 수행한 일련의 연구가 이미 시상하핵의 역할을 좀 더 분명히 입증한 바 있다. 정지신호 과제를 각색한 이 과제에서 생쥐는 코를 가운데에 있는 통 안에 넣은 채로 소리가 들릴 때까지 기다린다. 고음의 소리가 들리면 쥐는 코를 한 쪽 통으로 가져다 댄다. 저음의 소리가 들릴 때는 다른 쪽 통에 댄다. 정확히 수행했을 때는 달콤한 간식으로 보상받는다. 사람이 하는 정지신호 과제와 마찬가지로 30퍼센트의 확률로 정지신호가 제시되면(여기서는 짧은 백색 소음이 신호로 주어진다) 쥐는 어느 쪽 구멍에도 코를 넣지 않아야 한다. 반응을 성공적으로 억제하면 역시 달콤한 보상을 얻는다. 규칙을 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쥐들은 훈련을 받아야 했고, 몇 개월까지 걸릴 수도 있지만 한 번 훈련을 받고 나면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조쉬 버크와 그의 동료들은 쥐들이 정지신호 과제를 하는 동안 시상하핵의 뉴런을 기록했고, 이 기록을 통해 정지신호가 발생할 때는 항상 시상하핵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이 활동성은 쥐가 성공적으로 행동을 멈추는지와 무관하게 나타난 반면, 뇌의 다른 부분(시상하핵에서 입력을 받는 간접 경로의 일부)은 쥐가 성공적으로 정지할 수 있을 때에만 활동성을 보였다. 시상하핵의 역할이 정지신호를 간접 경로의 다른 부분들에 있는 뉴런에 전달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이 영역에서의 반응 타이밍을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정지의 성공 또는 실패가 기저핵 내 서로 다른 뉴런 세트 활동의 상대적 타이밍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며 로건의 경주 모델을 직접적으로 입증했다. 행동을 성공적으로 정지시키기 위해서는 시상하핵의 정지와 연관된 활동이 선조체의 운동과 연관된 활동 전에 일어나야 했다. 버크와 다른 연구자들의 후속 연구는 정지에 대한 두뇌 메커니즘이 이보다 좀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지만 정지 행위에 있어 시상하핵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개념에는 변함이 없었다.
 
러셀 폴드랙. (2022). 습관의 알고리즘 (신솔잎,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