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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roscience Book/Neuroscience

Facebook 성공의 근본적인 요인

siliconvalleystudent 2023. 1. 3. 09:00

대화의 80%는 뒷담화

 


여러분이 어떤 회사에서 일한다고 가정하자.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한 교육 기관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다. 쉬는 시간에 동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 같은가? 회사 제품, 경쟁사 혹은 다음 분기 보고서가 화제로 오를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아마 서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는 대화의 80~90%를 자기 이야기나 뒷담화로 채운다. 우리는 소문을 좋아한다! 대부분은 '소문'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지만 이는 오명을 쓰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소문은 우리가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니 말이다. 인간은 대략 50~150명 정도와 함께 무리 지어 살고 있으며 당연히 무리 내 특정인을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알기 마련이다. 그러나 무리 내 모든 구성원과 긴밀한 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다른 무리에 속한 사람들도 살펴봐야만 한다. 이때 소문은 이런 관찰을 가능케 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소문 퍼뜨리기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무리 내 관계가 어떠한지 파악하는 것은 이점이 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정보를 입수하려고 하는 강한 욕망이 있다. 진화는 우리 뇌에 칼로리가 풍부한 먹을거리나 잘 지낸다는 감정을 통해 보상을 제공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했고, 그 덕에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게 하여 굶어 죽는 것을 피하게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여 이를 퍼뜨리는 행위, 즉 소문 역시 보상 메커니즘과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음식과 소문은 우리가 살아남는 데 도움을 주었다.

 


소문은 다른 사람에 대한 정보는 물론 반사회적인 행동이나 무임승차 행위를 지양하게 만든다. 그 누구도 '돈을 내야할 때면 항상 화장실에 가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은 집단의 안녕에 기여하는 셈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는 특히 부정적인 소문을 즐기는 것 같다. 어떤 동료로부터 콘퍼런스에서 상사가 만취해서 망신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아마 상사가 프레젠테이션을 훌륭하게 해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보다 더 큰 관심이 생길 것이다. 실제로 부정적인 소문은 사람들 사이에 유대감을 강화한다. 두 사람이 제3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부정적인 이야기가 서로에게 더욱 강한 유대감을 심어준다고 한다. 말하자면 상사의 프레젠테이션이 얼마나 훌륭했느냐보다 상사가 망신을 당했다는 얘기를 나눌 때 동료와 더욱 큰 친밀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뇌는 왜 부정적인 소문을 더 좋아할까? 어쩌면 그러한 정보가 특히 중요하고 믿을 만한 내용을 가르쳐주는 데다 거리를 두어야만 하는 대상에 대해 알려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같은 이유로 우리는 특히 갈등에도 관심이 많다. 만약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두는 게 도움이 된다. 잠재적인 동맹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인류의 10~20%가 다른 사람에게 맞아 죽던 세계에서 누가 누구에게 적의를 가졌는지,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 게 좋은지 등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 음식이 있는지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했을 것이다. 갈등에 유독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수백만 명이 TV 선거 토론을 푹 빠져서 보는 것이다. 그러니 각 정치인의 이루고자 하는 포부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만 보여준다면 대부분 채널을 돌려버릴 것이다.

그럼, 긍정적인 소문은 어떨까? 뇌 입장에서 보면 무가치한 정보일까? 정반대다. 긍정적인 소문은 우리를 더욱 심사숙고하게 하며, 자기계발 방법을 모색하도록 격려한다. 상사의 프레젠테이션이 어땠는지에 대해 듣게 되면 당신 역시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고 싶다는 동기를 얻게 된다. 물론 상사가 망신을 당했다는 얘기가 더 흥미진진하겠지만 말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회적인 인간


소문을 통해 서로를 살피는 행위가 중요한 이유는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동물과 달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존재로서, 그 덕에 서로 협력하여 생존할 수 있었다. 많은 연구에서 우리가 사회적일 때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지나칠 정도로 고립되었을 때는 병에 걸리거나 기대 수명보다 일찍 죽을 위험이 커졌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결과는 전혀 놀랍지 않다.

우리의 사회적인 본능은 태어날 때부터 발현된다. 이를테면 신생아는 무작위로 그어진 선들보다는 얼굴을 연상시키는 선들에 더욱 집중한다. 유아와 성인의 뇌 측두엽에는 얼굴의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들은 복잡한 연결망을 통해 서로 협력하면서 상대방을 눈 깜짝할 사이에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오늘날 소문을 퍼뜨리고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려는 우리의 강력한 사회적인 본능은 차츰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옮겨가고 있다. 이 본능은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기업인 '페이스북'에 자리를 잡았다.

페이스북 성공의 근본적 원인

Mark Zuckerberg


2004년 2월, 20세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인터넷 기반 (사회) 관계망인 '페이스북'을 선보였다. 이후 더 많은 사람이 이 관계망에 합류하기를 원했고, 곧이어 다른 대학의 학생들에게까지 개방한 데 이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관심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14년 후, 이름에서 정관사 The를 뺀 페이스북의 총가입자 수는 20억 명을 돌파했다.

 


지구상 모든 대륙, 거의 대부분의 국가와 연령층에서, 전체 인류의 3분의 1가량이 페이스북에 가입한 셈이다. 다들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또 자주 사용한다. 평균적으로 서로의 사진을 보고, 업데이트한 내용을 읽고 공유하고, 디지털 엄지 척을 날리는 데 하루에 30분 이상을 사용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면 현재 20세인 사람이 80세가 되었을 때 인생의 5년을 SNS에 쓴 셈이고, 그중 거의 3년은 페이스북에 쓰게 될 것이다.

20억 명의 사람들이 당신이 만든 제품을 하루에 30분 이상씩 사용한다고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어떤 기업도 이뤄낸 적이 없었지만, 마크 저커버그는 주변을 계속해 살피고자 하는 우리의 깊은 욕구를 끄집어내는 데 확실히 성공했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페이스북이 성공하게 된 데는 끊임없이 주변으로 주의를 돌리려고 하는 욕구 외에 또 다른 인간적인 원동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 욕구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한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자신에 대해 말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일련의 피실험자들을 모아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고 그때 뇌의 상태를 관찰했다. 이를테면 피실험자들에게 스키를 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하면, "스키 타는 거는 최고죠"라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했다. 그런 다음, 스키를 타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추측해서 말해보라고 했다.

 

nucleus accumbens


연구 결과, 피실험자들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추측해서 말할 때보다 자기 생각을 말할 때 더 많은 영역에서 뇌가 활성화되었다. 그 중에는 눈 뒤에 자리 잡은 내측 전전두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 즉 전두엽도 있었다. 딱히 놀라울 것은 없는데, 왜냐하면 전두엽은 주관적인 경험과 관련된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 영역에서도 활동성이 증가하였는데, 바로 측좌핵nucleus accumbens으로 쉽게 말하면 보상 센터다. 섹스, 음식, 혹은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인 우리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똑같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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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내재된 보상이 있다는 의미다. 그럼,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말과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낼 기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여 우리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다듬을 수 있다. 이러한 내재된 보상 때문에 말을 통해 입에서 나오는 내용의 절반 가까이는 자신의 주관적인 경험에 대한 것이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청중은 거의 한 명 혹은 소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SNS 덕분에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을 대상으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상상도 하지 못한 무한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대부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사람마다 그 강도가 확연히 다르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경험에 대해 말하게 한 뇌 연구에 따르면, 보상 센터는 분명 모든 사람에게서 활성화되었다. 다만 그 활성화 정도가 사람마다 달랐을 뿐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가장 많이 활성화된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더 많이 사용했다!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기를 얻어서 보상센터가 활성화될수록 SNS 사용 빈도도 더 높았다.

왜 SNS를 많이 할수록 우울한 걸까?


클릭 한 번으로 2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만날 수 있는 SNS는 다른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다른 SNS를 사용한다고 해서 정말로 더 사회적인 인간이 되는 걸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미국인 약 2,000명을 관찰한 결과, SNS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외로움을 많이 탔다. 이 사람들이 실제로 더 외로운지 아닌지와는 별개로, 모두 알다시피 외로움은 친구의 수나 문자, 전화의 수신 횟수로 정량화할 수 없다. 외로움은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SNS를 빈번히 사용하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만나느냐, 실제로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영향받는다. 신체적인 건강에서부터 삶의 질, 전반적인 기분, 페이스북을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를 비롯해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실제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다시 말해 '실제로'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더 잘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삶의 질은 더 나빠졌다. 연구자들은 조사 결과를 통해 "SNS는 우리에게 더 사회적이고,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 그러나 SNS는 실제로 만나는 사회적 관계를 절대 대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SNS 사용량이 많은 사람들은 왜 더 외롭고 우울하다고 느낄까? 디스플레이 앞에 앉아 있느라 친구를 실제로 만날 시간이 없어서? 어쩌면 이들은 SNS를 통해 행복해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우울해지고 혼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정신 건강에 SNS가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사회적 계층 속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지위가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이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도파민과 유사한 뇌의 또 다른 전달 물질에대해 살펴보겠다. 바로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평온, 조화, 내면의 힘과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세로토닌은 우리의 기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무리에서 차지하는 지위에도 중요하다. 연구자들이 버빗원숭이무리를 관찰한 결과, 원숭이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은 세로토닌 수치가 더 높았다. 지위가 낮은 다른 원숭이보다 2배 가까이 높았던 것이다. 이는 우두머리 수컷이 자신의 강력한 사회적 입지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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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지위는 기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원숭이든 인간이든 권력자는 빠르게 바뀌기 마련이다. 우두머리 수컷이 어떤 이유로든 새로운 수컷에게 우두머리 자리를 빼앗기게 되면, 원래 우두머리였던 수컷의 세로토닌 수치는 급격하게 감소하는 반면 새로운 우두머리 수컷의 세로토닌 수치는 증가한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두머리 수컷이 강제로 밀려나면서 생긴 권력 공백은 조작이 가능하다. 무작위로 선발한 원숭이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하여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가면 그 원숭이가 갑자기 지휘권을 잡고 새로운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러나 공격성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했다. 그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를 물리적으로 위협하는게 아니라 연대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오늘날에는 원숭이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인식하는 데 세로토닌이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어쩌면 인간도 비슷할지 모른다. 세로토닌 수치가 가장 높은 자가 우두머리가 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두머리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에게 강력한 사회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되면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간다.

심술궂게도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우두머리 수컷과 다른 원숭이들 사이에 판유리를 설치했다. 우두머리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들을 볼 수 있었지만 다른 원숭이들은 우두머리 원숭이를 볼 수 없었다. 우두머리 원숭이가 손짓으로 다른 원숭이들에게 지시를 내려도 다른 원숭이들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결국 우두머리 원숭이는 좌절감과 더불어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꼈으며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졌다. 통솔권을 쥐고 있는 자는 주변에서 그 사실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우두머리에서 지위가 실추된 원숭이는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진 것뿐만 아니라 행동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피곤해하고 무기력한 데다가 우울해했다. 이는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지면서 함께 나타난 현상이었다. 정확하게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세로토닌의 감소가 소극적인 행동을 유발하여 우두머리 자리에서 물러난 수컷이 새로운 우두머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자연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자연은 사회적 지위가 격하된 수컷이 소극적으로 변하여 스스로 몸을 숨길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발달시켜왔다. 나중에 그 수컷이 힘을 되찾으면 자리를 다시 차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커니즘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와 유사한 원리가 작용한다. 강하고 장기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뇌는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어 위험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몸을 사리도록 만든다. 무리에서 지위가 하락했을 때도 뇌는 몸을 사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존재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해석하는 셈이다. 뇌는 감정을 통해 이렇게 우리의 행동을 조종한다. 그 결과 기분이 가라앉고 스스로 자신을 무리에서 떨어뜨리려고 한다.

이러한 패턴은 실제로도 관찰할 수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 수천 명을 만나왔는데, 해가 갈수록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크게 두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는 직장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이고 두 번째는 해고, 이별 혹은 사회적 지위의 실추 등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사람들이다.

디지털 질투

 

Chlorocebus pygerythrus


버빗원숭이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뚜렷한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다. 버빗원숭이와 인간은 기본적으로 위계질서 속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립하려고 한다. 이 지위는 우리의 감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때 세로토닌이 위계질서 내 우리의 위치와 안녕 사이에서 생물학적인 교량 역할을 한다. 높은 자리에서 아래로 떨어졌을 때 감정적인 동요가 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잠시 멈추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과 하는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때, 특히 자신의 위치가 전보다 더 불리해지면 불안해지고 기분도 가라앉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오늘날만이 아니라 항상 경쟁해오지 않았던가? 물론 어느 정도는 그렇다. 하지만 불과 20~30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경쟁의 범위가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청소년기에 나는 학교 친구들과 나를 비교했으며, 미래에 꿈꿨던 모습도 록스타가 되는 것처럼 실현 불가능하고 모호한 것 투성이였다. 그러나 오늘날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학교 친구들의 사진뿐만 아니라 포토샵으로 편집한 인스타그램 스타들의 그럴싸한 사진들에 둘러싸여 있다. 인스타그램의 스타들은 멋진 삶이라는 칭송을 받기 위해서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인스타그램을 포장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자신은 위계질서의 최하단에 위치한다고 느낀다.

내가 청소년기를 보냈던 1980년대 이전으로 시간을 되감아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비교하는 그룹은 우리와 격차가 훨씬 더 크다. 우리 선조들은 자기 부족 사람들과 경쟁했기에 실질적으로 경쟁자는 20~30명을 넘지 않았을 것이다. 나머지는 너무 나이가 많거나 너무 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수십억 명과 경쟁한다. 당신이 무엇을 하든 항상 당신보다 더 잘하는, 더 현명한, 더 멋진, 더 부유한 혹은 더 성공을 거둔 누군가가 있다. 사회적 위계질서 속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지위가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본다면, 새로운 온라인 세계가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새로운 온라인 세계는 여러 가지 가능한 범위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게 하는 곳이니까.

이렇듯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드는 SNS 때문에 우리의 자신감이 떨어지는 거라고 의심해볼 만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용자 3명 중 2명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자기보다 더 현명하거나 혹은 더 성공한 다른 사람들에대한 정보가 계속해서 쏟아지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지 자신은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외모는 말할 것도 없다.

10대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 70%가 인스타그램 때문에 자신의 몸을더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20대를 대상으로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절반 가까이가 SNS 때문에 자신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10대도 마찬가지였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12~16세 사이의 모든 응답자 절반가량이 SNS를사용하면서 자신의 몸에 불만을 느꼈다고 답했다. 특히 남자아이들보다 여자아이들의 자신감이 더 낮았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SNS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려다 보면, 바로 무엇이 먼저인가에 대한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닭인가, 달걀인가? SNS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우울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이러한 우울한 상태의 배경에 SNS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정반대로 우울한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빠져드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인과 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20대를 대상으로 2~3개의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지금 삶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지난번에 이 질문에 대답한 이후 페이스북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습니까?"였다.

이 질문들은 하루에 다섯 번 반복되었고, 실험 참가자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해 대답했다. 참가자들은 당시 기분이 어떤지, 지난 몇 시간 동안 페이스북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 응답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페이스북에서 보낸 시간이 많을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다. 이 결과는 무엇이 먼저인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아닐 수 있지만 짧은 순간이나마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 올린 이국적이고 특별한 휴가 사진, 혹은 음식 사진을 보고 나면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이에 연구자들은 그 결과에 대해 "표면상으로 페이스북은 사회적 접촉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매우 귀중한 자원이다. 하지만 연구결과를 보면, 페이스북은 인간의 안녕을 증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시킨다"라고 정리했다.

안데르스 한센. (2020). 인스타 브레인 (김아영, 역). 서울: 동양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