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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roscience Study

기억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물 자체가 아니라 사물의 특징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나는 특징을 포착하는 방식마저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 우리는 종종 서양인을 보면서 그 얼굴이 그 얼굴 같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마찬가지로 동양인을 자주 접하지 못한 서양인이 동양인을 볼 때도 다 비슷하게 생겼다고 여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얼굴의 특징을 포착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 레이첼 잭 교수팀은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상대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더 잘 읽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서양인은 상대의 표정을 읽을 때 눈, 입 등에 나타난 표정 전체를 보는 데 반해 동양인은 눈 중심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잭 교수는 "인간의 얼굴 표정은 동일하다는..

총합보다 더 큰 1714년,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Gottfried Wilhelm Leibniz는 물질 혼자서는 절대로 정신을 산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라이프니츠는 독일의 철학자, 수학자, 과학자였다. 오늘날 어떤 사람들은 그를 “모든 것을 알았던 최후의 인물”로 칭한다. 라이프니츠가 보기에 뇌 조직은 독자적으로 내면의 삶을 가질 수 없었다. 그는 오늘날 '라이프니츠의 방앗간'으로 불리는 사고 실험을 제안했다. 대형 방앗간을 상상해보라. 그 안에서 돌아다니면 당신은 톱니바퀴들과 수직막대들과 수평막대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볼 것이다. 그러나 그 움직임을 근거로 방앗간이 생각한다거나 느낀다거나 지각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일 것이다. 어떻게 방앗간이 사랑에 빠지거나 일몰의 아..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다양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신이라는 소프트웨어도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생물학적 뉴런들 그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고 오히려 그 뉴런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이 개인의 정체성을 산출한다면 어떨까? 이 생각을 일컬어 '뇌에 관한 계산학적 가설 computationalhypothesis of the brain'이라고 한다. 핵심 발상은 뉴런과 시냅스와 기타 생물학적 물질은 결정적 요소들이 아니며, 그것들을 통해 구현되는 계산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뇌가 물리적으로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고 뇌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이 가설이 참이라면, 뇌의 작동을 임의의 기반 위에서 구현하는 것이 이론..

우리는 학습과 기억, 추론 같은 고차원적 두뇌 기능은 사회 환경과 무관하게 이뤄질 거라고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인류의 진화 과정을 들여다볼 때, 우리는 사뭇 다른 이야기에 직면한다. 미국과 독일 인류학자로 이뤄진 한 연구팀은 인간 유아와 영장류(침팬지와 오랑우탄) 새끼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발견을 했다. ‘물리적’ 세상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침팬지가 보여준 인지 능력은 인간과 대단히 유사했다. 그러나 ‘사회적’ 세상을 탐험하면서 인간의 유아들은 침팬지와 오랑우탄의 새끼들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인지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그 차이는 특정 능력에서 두드러졌다(인간 사이에서도 이것이 폭넓게 나타난다). 그것은 타인의 마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읽어내는 능력 혹은 흔히 말하는 ‘직관’을 말한다. 이러한 ..

감각 증강 감각 대체는 망가진 감각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편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 기술로 기존 감각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감각을 확장할 수 있다면 어떨까? 현재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과 나는 우리의 세계 경험을 증강하기 위해 새로운 감각들을 개발하는 실험을 진행하는 중이다. 한 예를 보자. 인터넷은 1000조 바이트의 흥미로운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현재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스크린을 주시해야만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만일 실시간 데이터가 당신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서 당신의 직접적 세계 경험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 바꿔 말해 당신이 데이터를 느낄 수 있다면 어떨까? 데이터는 날씨 데이터일 수도 있고, 주식 거래 데이터, 트위터 데이터, 비행기의 조종실 데이터, 공장의 가동..

뇌의 가소성은 새로운 입력을 해석할 수 있게 한다. 이 해석능력은 어떤 감각적 기회들을 열어줄까? 우리는 표준적인 기본 감각들을 갖추고 태어난다. 청각, 촉각, 시각, 후각, 미각, 그 밖에 균형 감각, 진동 감각, 온도 감각등을 갖추고 말이다. 우리의 감각들은 우리가 환경으로부터 신호를 수용하는 관문들이다. 그러나 1장에서 보았듯이 이 감각들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미세한 일부만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의 감각기관들이 탐지하지 못하는 모든 정보 원천들은 우리에게 포착되지 않는다. 나는 감각 관문들을 '연결 즉시 사용(플러그-앤드-플레이plugand-play)' 방식의 주변 장치에 비유한다. 중요한 것은 뇌가 데이터의 출처를 알지도 못하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정보가 입력되든지 뇌는 ..

우리의 성공(또한 우리의 미래 기회)을 이해하는 열쇠는 뇌의 엄청난 적응력, 이른바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이다. 2장에서 보았듯이, 이 특징 덕분에 우리는 어떤 환경에 떨어져도 생존에 필요한 국지적 세부 사항들을 파악한다. 국지적 언어, 국지적 환경의 압력, 국지적 문화의 요구 등을 말이다. 뇌 가소성은 또한 우리 미래의 열쇠다. 왜냐하면 뇌 가소성은 우리 자신의 하드웨어를 수정할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우선 뇌가 얼마나 융통성이 뛰어난 계산 장치인지부터 살펴보자. 캐머런 모트Cameron Mott라는 소녀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녀는 네 살 때 심한 뇌전증이 발병했다. 그녀의 발작은 파괴적이었다. 캐머런은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곤 했기 때문에 항상 헬멧을 쓸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

정상적인 사회적 뇌 기능의 붕괴를 실험실에서 연구할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고자 나는 실험을 하나 고안했다. 우리의 첫째 질문은 간단했다. 타인에 대한 당신의 기본적 공감은 그 사람이 당신의 내집단에 속하느냐 아니면 외집단에 속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까? 우리는 피험자들을 스캐너 속에 넣었다. 그들은 스크린으로 여섯 개의 손을 보았다. 컴퓨터는 그 손들 중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한다. 그러면 선택된 손이 스크린 중앙에 확대되어 나타나고, 피험자는 면봉이 손을 건드리는 모습, 또는 주삿바늘이 손을 찌르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두 광경은 시각 시스템에서 동일한 활동을 유발한다. 그러나 두 광경이 뇌의 나머지 부분에서 일으키는 반응은 사뭇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이, 타인이 통증을 느끼는 것을 보면, 관찰자 자신..

우리는 사랑과 실연과 모험과 공포의 세계로 달아나려고 영화관에 간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영웅들과 악당들은 한갓 2차원 영사막에 투영된 배우들일뿐이다. 대관절 무엇 때문에 우리는 그 덧없는 허상들이 겪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일까? 왜 영화는 우리를 울리고 웃기고 한숨짓게 할까? 당신이 배우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당신이 통증을 느낄 때 당신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누가 주삿바늘로 당신의 손을 찌른다고 상상해보라. 그때 일어나는 통증은 뇌 속의 단일한 장소에서 처리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건은 여러 뇌 구역들을 활성화하고, 그 구역들 모두가 조화롭게 작동한다. 이 연결망을 일컬어 '통증 매트릭스 pain matrix'라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것..

현재 지구상에서 돌아다니는 인간 뇌는 70억 개가 넘는다. 우리는 대개 자신이 독립적이라고 느끼지만, 우리의 뇌 각각은 뇌들 간 상호작용의 풍부한 연결망 안에서 작동한다. 이런 연결망 의존성이 충분히 강하기 때문에, 인류의 성취들을 단일하며 가변적인 거대 유기체의 업적으로 간주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전통적으로 뇌 연구는 고립된 뇌를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 접근법은 엄청나게 많은 뇌 회로들이 다른 뇌들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우리는 깊은 수준에서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는 우리의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거래 상대들이 중첩되어 이룬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구성된다. 주위의 모든 곳에서 우리는 관계의 형성과 결렬, 친밀한 유대, 강박적인 사회연결망 형성, 충동적인 동맹을 본다. 이 모든 사회..